분단 속 미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DMZ서 현대미술전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의 지뢰가 터지는 요즘, 미술은 전쟁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기도와 파주시가 개최하는 ‘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은 이 질문에 답을 내놓는다. 파주 캠프그리브스 일대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전쟁이 삶에 무엇을 남기는지 오래 들여다본다.
전시 제목 ‘스테이징’은 프랑스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개념에서 따왔다. 스테이징은 흔히 무대 연출을 뜻하지만, 어떤 존재가 특정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과정도 뜻한다. 전시는 DMZ를 분단의 상징에 가두지 않고, 사람과 사물, 생물이 서로 마주하는 무대로 펼쳐 보인다.
윤수연 작가가 한국전쟁 참전용살를 기록한 ‘조와 담배’, ‘말로니 판사’는 전쟁이 한 사람의 일사에 어떻게 남는지 보여준다. ‘말로니 판사’의 배경은 그가 일하는 판사 사무실이고, ‘조와 담배’의 배경은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는 조의 경비실이다. 사진 속 인물의 일상 공간 한편에는 수십 년 전 그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의 젊은 모습이 담긴 액자가 놓여 있다. 작가의 렌즈는 액자 속 과거의 전쟁 기억과 그 곁에서 하품을 하거나 업무를 하는 현재의 삶을 한 화면에 포착한다. 전쟁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여전히 이들의 공간에 여전히 놓여 있다.
오형근 작가의 ‘부조리 극’ 연작은 한국의 젊은 군인들을 찍은 초상 사진이다. 사진 속 병사들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지만, 여전히 전쟁을 전제로 작동하는 냉전 체제 안에 있다. 무표정한 얼굴과 절제된 자세에 분단 체제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박찬경 작가는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사진과 글로 다시 만들었다. 1993년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 방한해 한국정부에 건넨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과 관련한 블랙박스 사진이 걸려 있다. 이 블랙박스는 훗날 비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작가는 보이는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간극을 짚으며, 이미지가 넘치는 오늘날 무엇을 보고 기억할지 묻는다.
연진영 작가는 캠프그리브스 도큐멘타 2관 화장실에서 신작을 보여준다. 사적인 공간이면서 군대의 규율이 작동하는 이중의 장소에 작가는 미군 군복과 군화, 라텍스를 씌운 화생방 마스크, 비즈로 꾸민 소변기를 들였다. 외모를 극단까지 끌어올리는 소셜미디어의 문화와 군대가 강요하는 남성성이 겹쳐진다.
카페그리브스에서는 개념미술가 안규철의 ‘아홉 개의 의자’를 볼 수 있다. 다리, 등받이 등이 제각기 떼어 내진 의자 여덟 개와 그 파편을 모아 만든 아홉 번째 의자가 둥글게 둘러놓였다. 빈 의자 사이를 걷다 보면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춰 있을 뿐이라는 정전의 긴장이 느껴진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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