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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9, 2026

한강, 노벨문학상 앤 카슨 ‘녹스’에 “사무치게 진실한 것”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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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노벨상 누리집 갈무리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노벨상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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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시인 앤 카슨(76)이 202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캐나다 작가로는 2013년 수상한 소설가 앨리스 먼로 이후 두번째다. 시인으로는 미국의 루이즈 글뤽이 2020년 수상한지 6년 만이다.

노벨 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8일 저녁(한국시각) “고전 전통과 유희적으로 대화하며 현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며 앤 카슨을 123번째 노벨 문학상이자 19번째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한림원은 “그의 문학 작품 대부분은 언어학자의 단어에 대한 집착과 시인의 새로운 의미에 대한 열망이 만나는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앤 카슨 자신도 “단어의 어원 연구가 제 모든 작업의 ​​시작점”이라고 밝힌다.

앤 카슨에겐 고전학자라는 직함이 필히 따라붙는다. 195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과 그리스어·비평 등을 공부하며 이를 고스란히 자신의 문학 세계에 투사해왔다. 신화와 그리스 문학, 세계 고전 작품을 인용, 재해석하고 현대화하며 ‘번역으로의 문학’, 시·산문·비평·소설·논픽션 등을 넘나드는 ‘통섭적 문학’ 활동을 지속해오며 일찌감치 캐나다의 대표적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명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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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개된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그의 대표작이 넉히 추려진다. 가령 에세이 ‘녹스’(‘밤의 여신’을 뜻함, 2010)는 앤 카슨이 한번도 못 보고 헤어져 지내다 2000년 죽은 오빠를 애도하며 쓴 ‘감정’이 마치 상자에 담긴 형식을 취한다. “192쪽의 종이가 하나로 쭉 이어져 한권의 책을 이루는 아코디언북”이라는 소개대로, 카슨이 수집한 오빠의 사진과 자취,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가 마찬가지 떠난 형을 기리는 비가를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상념 등이 끊임없이 종이 위에 기록되고, 접힌 채 이어진다. 이 작품 국내판(2022년)에 작가 한강은 “7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며 “녹스-밤을 들여다보는 책이 왜 이렇게 눈부신 걸까. 사무치게 진실한 것은 어둠을 꿰뚫은 빛이 되고 마는 것일까”라고 드물게 추천사를 보탰다.

202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앤 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202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앤 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밖에 사포의 시로부터 에로스의 고통을 통찰한 1986년 장편 에세이 ‘에로스, 달콤씁쓸한’, 운문과 산문의 경계 바깥에서 유기된 사랑을 노래한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1995), 투키디데스와 버지니아 울프를 비교한 ‘근무 시간 외의 남자들’(2000) 등으로 국제적 평가를 받았다. 운문 소설 ‘빨강의 자서전’(1998)도 그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리스 신화 속 괴물 게리온의 관점을 통해, 사랑 이야기이자 상처(성폭력) 가득한 소년의 성장 서사를 직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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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의 자서전
빨강의 자서전

한림원은 이런 앤 카슨을 두고 “예상 밖의 문학적 조합으로 서술적 자아에 얽매인 서정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현대 문학을 창조해냈다”며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고전시와 현대시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예술 형식을 넘나드는, 재치 있고 아이러니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고 평가했다. 2001년 부부의 권태에 대한 기록, 그러나 낭만주의 시 구절로 시작되는 ‘남편의 아름다움’(2001), ‘녹스’, 어떤 순서로 읽어도 가능한 22편의 소책자 모음인 ‘플로트’(2016)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앤 카슨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등 고대 그리스 작품 번역만으로도 생애 한쪽을 구성한다. 그는 시를 자신의 뿌리 삼아, 형식을 넘나드는 창의적 자유로 거대한 ‘문학의 숲’을 이뤘다.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시대,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어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이 시대, 시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인간 고유의 가치를 물어야 한다”는 김성신 출판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노벨 문학상 후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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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카슨은 한림원의 전화 연락을 받을 때 “아이슬란드에 머물고 있으며, 창밖으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놀랐지만 진심으로 기뻐했다”고 올 6월 취임한 한림원의 새 사무처장이 전했다. 시상식은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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