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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8, 2026

‘두둥’ 뜨긴 했는데 돈은 안 된다…넷플릭스 10년이 바꾼 K콘텐츠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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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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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밤 10시가 되면 티브이(TV) 앞에 자리를 잡았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본방’을 보기 위해서다. ‘다음 이야기’라는 ‘떡밥’과 함께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드라마를 보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이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된 2026년, 드라마를 보는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정해진 시간 티브이 앞에 앉는 것보다 원하는 시간에 오티티(OTT)에 접속하는 게 익숙하다.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tvN)은 티브이로도 볼 수 있지만,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날을 잡고 몰아보는 이들도 많다.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행사에 참가한 리드 헤이스팅스 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넷플릭스 행사에 참가한 리드 헤이스팅스 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게티이미지뱅크

■ 국경 넘은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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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것은 시청 방식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 소비 지형도 바꿔놓았다. 케이(K)드라마와 영화, 예능은 넷플릭스를 타고 아시아와 북미, 남미 등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케이콘텐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한국에서 제작한 작품을 세계 시청자와 동시에 만나는 일도 낯설지 않게 됐다. 케이콘텐츠의 세계적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는 동시에 한국 시청자들도 그동안 접해본 적 없던 다양한 국가와 장르의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콘텐츠의 장르도 무궁무진해졌다. 좀비물 등 기존 방송에서 상대적으로 다루기 어려웠던 소재와 장르가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많아졌다. ‘애프터 넷플릭스’의 저자인 조영신 동국대 미디어연구소 대우교수는 “넷플릭스 등 오티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과 달리 틈새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도 생산할 수 있다”며 “특정 수요자층을 집중 공략한 장르물이 나오며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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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눈부신 성과, 깊어지는 그늘

지난 10년은 시청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케이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기회의 시간이었지만, 정작 콘텐츠 생산자에겐 위기가 교차한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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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생산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넷플릭스 한국 진출 이후 전반적으로 제작비가 치솟았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본을 쏟으며 큰 규모의 영화, 드라마, 예능을 만들어냈고, 글로벌 오티티를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배우들의 몸값도 크게 뛰었다. 실제로 2016년 방영한 드라마 ‘도깨비’(tvN)의 회당 제작비는 9억원으로 알려진 반면,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제작비는 회당 28억원으로 알려졌다. 다른 오티티나 방송을 통해 송출되는 드라마여도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시즌1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부담해 넷플릭스에서 독점적으로 공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되면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이피(IP·지식재산권)를 플랫폼에 넘기는 구조인 만큼,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이에 따른 추가 수익이나 부가사업 등의 성과를 제작사가 충분히 공유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성장하면서 업계 전반의 기준 자체가 올라갔고, 출연료를 포함한 제작 비용이 한번 높아지면 다시 낮추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큰 규모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많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하면 명확한 금액을 보전받게 되지만 방송으로 가게 되면 쪼개서 팔아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수익을 확실하게 보장받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지 않는 작품은 여러 곳에서 제작비를 조달하는 ‘쪼개기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제작사가 방송사에는 방영권을, 다른 오티티에는 해외 판권을 판매해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지식재산권을 보유해 흥행에 따른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얻는 대신 여러 플랫폼을 통해 제작비를 수혈해야 하는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있다. ‘멋진 신세계’, ‘닥터 엑스(X): 하얀 마피아의 시대’, ‘김부장’ 등이 이런 방식으로 제작됐다.

‘흑백요리사’ 시즌1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 시즌1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세계적 인지도 넘어 구매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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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함께한 지난 10년이 케이콘텐츠가 세계에 이름을 알린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이름값을 넘어 ‘구매하고 싶은 콘텐츠’로 나아갈 시간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신 교수는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인지’는 얻었지만 글로벌에서 한국 콘텐츠를 구매하고 싶을 정도의 규모는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정말 세계 시장의 중심이 됐다면, 디즈니플러스 외에 북미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다른 사업자가 한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런 성적표부터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의 10년은 글로벌 ‘인지’를 넘어 글로벌 ‘구매’로 이어지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 동안 국내 제작자 등 업계가 버텨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비와 수익 회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 개봉이 어려워졌던 2020년대 초반에는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에 이른바 ‘창고 영화’ 딱지가 붙으며 이를 넷플릭스에 판매하려는 제작사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극장 개봉을 전제로 투자자를 확보하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사나 플랫폼에 작품을 파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조달하는 드라마 시리즈 등과 달리 입장권 수익으로 흥행이 결정되는 극장용 영화는 실패의 위험도 있지만 그만큼 수익 잠재력도 크기 때문이다. 영화 배급사 이화배컴퍼니의 이화배 대표는 “넷플릭스의 사업 방식은 영화의 흥행 비즈니스와 다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협업 관계가 아니었고, 영화업계는 투자자를 구하는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극장과 오티티가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 관객들이 극장에 가서 돈을 주고 큰 스크린으로 볼 영화와 집에서 오티티 구독료만 내고 편하게 볼 영화를 구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해 1~2편 ‘천만 영화’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200만~300만 관객을 모으는 중간 규모 흥행 영화가 사라진 이유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중예산 영화의 제작 기반을 넓히기 위해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신설했고, 올해는 지원 규모를 200억원으로 늘렸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넷플릭스 이후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는 기존의 정의 자체가 달라졌다”며 “극장과 오티티의 공존이라는 소비 환경의 변화는 제작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새로운 고민을 던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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