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40대인데, 메뉴판이 안 보여”…달아오르는 ‘노안 신약’ 경쟁

직장인 은희수(46)씨는 최근 몰래 돋보기 안경을 샀다. 그는 “지난 몇 달 사이 부쩍 눈이 침침해져 메뉴판 글씨도 읽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고 했다.
은씨만의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가까이 오래 보는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30~40대에 일찍 눈이 침침해지는 이른바 ‘젊은 노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 “40대들이 더는 (눈이) 잘 안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보톡스와 비만 치료제, 필라테스로 노화에 맞서면서 스스로를 ‘새로운 30대’라고 믿어온 요즘의 40대로선 글씨가 잘 안 보인다는 사실은 유독 받아들이기 힘든 ‘노화 선고’”라고 썼다.
노안 인구는 실제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국제 학술지 ‘안과학(Ophthalm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세계 노안 인구는 2015년 약 18억명에서 2030년 21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안 치료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작용 방식이 다른 신약이 잇따라 나오고 있고, 최근엔 시선 따라 렌즈 도수가 저절로 바뀌는 첨단 안경도 개발되는 추세다.
◇커지는 ‘젊은 노안 시장’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눈 속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초점을 맞추는 힘이 떨어져 가까운 것이 잘 안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안과 학계는 “가까운 곳을 보는 능력은 42세부터 57세 무렵까지 해마다 떨어지게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그 불편을 느끼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코앞에 두고 사는 생활 탓에 눈이 가까운 곳을 볼 일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WSJ은 “역사상 가장 오래 화면을 보며 사는 세대라 시력 변화를 더 일찍 알아차리지만, 정작 이를 ‘눈이 피곤해서’ ‘화면이 어두워서’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썼다.
최근 노안 인구를 겨냥한 점안제 신약이 잇따라 나오는 이유다. 눈에 한 방울 떨어뜨리면 가까운 글씨가 더 또렷하게 보이도록 돕는 약물이다. ‘동공을 좁히는’ 원리를 적용, 카메라 조리개를 조이면 가까운 것과 먼 것이 모두 선명하게 찍히듯, 동공을 작게 만들어 초점이 맞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미 FDA는 2021년 애브비가 개발한 최초의 노안 점안제 ‘뷰이티(Vuity)’를 승인한 이후 신약 5개를 잇따라 승인했다. 올해 초 텐포인트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점안제 ‘유베지(YUVEZZI)’를 승인했고, 지난달 16일에는 바이오 기업 비아트리스와 오푸스 제네틱스가 개발한 ‘리줌비(RYZUMVI)’를 노안 치료제로 승인했다.
리줌비는 기존 약들이 동공을 조이는 근육을 자극하는 것과 달리, 동공을 넓히는 근육의 작용을 막아 동공을 작게 만드는 방식의 약물이다. 임상 3상에선 약물을 투여하고 12시간이 지난 뒤에 근거리 시력표를 세 줄 이상 더 읽은 환자가 27.2%였다. 위약을 넣은 환자는 11.5%에 그쳤다.
◇인공 렌즈부터 자동 초점 안경까지
노안을 겨냥한 기술은 안약에만 그치지 않는다. 진짜 수정체처럼 움직이는 새로운 형태의 인공 렌즈, 스스로 초점을 맞추는 ‘스마트 안경’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인공 렌즈도 진화하고 있다. 지금도 백내장 수술을 받을 때 흐려진 수정체를 빼고, 가까운 곳과 먼 곳이 함께 보이는 ‘다초점 인공 렌즈’를 넣어 노안까지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렌즈는 초점이 고정돼 있어 밤에 불빛이 번져 보일 수 있다.
미국 아티아비전이 개발 중인 ‘옴니부’는 눈 속에서 렌즈 모양이 바뀌며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지난 4월 미국 학회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렌즈를 넣은 환자들은 3년 동안 안경 없이 먼 곳과 중간 거리를 1.0 시력으로 봤다.
존슨앤드존슨도 지난 3월 먼 곳부터 중간 거리까지 끊김 없이 보이게 하는 인공 렌즈 ‘퓨어시’로 미 FDA 승인을 받았다.
핀란드 스타트업 ‘IXI’는 눈동자 움직임을 읽어 가까운 곳을 볼 때 렌즈 도수가 자동으로 바뀌는 ‘자동 초점 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시장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안경테 가장자리의 적외선 센서가 시선을 추적해, 액정 렌즈가 근거리 도수로 바뀐다. 하루 한 번 충전하면 종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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