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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16, 2026

소녀상 치우라는 일부 보수 교민들…“극우 논리, 국외까지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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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 한인회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모습. 한인회 제공
호주 멜버른 한인회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모습. 한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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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철거하라는 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소녀상 철거를 이야기하는 상황이 더 속상합니다.”

김배이 멜버른 평화의 소녀상 연대(멜소연) 활동가가 8월29일 열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빅토리아주 한인회 정기총회 풍경을 씁쓸한 목소리로 전했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일부 보수 성향 한인회원들은 멜버른 한인회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딴지’를 이어갔다고 한다. ‘소녀상을 계속 세워둘 것인지 한인회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멜소연 회원들은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결국 총회에 참석한 40여명 중 절반 이상이 ‘평화의 소녀상 계속 설치’ 여부를 다음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데 동의했다. 지난 2019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연대하기 위해 멜버른 교민들이 세운 소녀상이 7년여 만에 일부 교민 반발로 철거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국외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과거 소녀상 철거 요구가 주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보수 성향 교민들이 소녀상에 정치적 의미를 덧씌우며 철거를 요청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나아간 국내 극단적 보수 집단의 움직임이 교민 사회 일각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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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주 한인회와 멜소연 설명을 15일 들어보면, 한인회는 다음달 17일 ‘평화의 소녀상 계속 설치 여부 및 정치적 중립성’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한인회 관계자는 “멜소연 쪽이 소녀상 앞에서 정치적 집회를 종종 했고 보수적인 한인회 회원들이 ‘한인회관은 정치 중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왜 그러냐’는 항의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소녀상 주변에서 교민들이 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반대 집회 등을 문제 삼으며, 소녀상 지속 설치 여부 결정을 총회 안건으로까지 끌고 간 것이다. 김 활동가는 “교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세워진 소녀상이 일부 한인회원 반대로 철거될지도 모를 상황”이라며 “‘소녀상은 건드리지 말라’는 등 교민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도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멜소연과 일부 전임 한인회장들은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소녀상 철거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 애틀랜타 한인회에서는 한인회관 정문 앞에 세웠던 소녀상을 건물 내부로 옮기고, 그 자리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교민 사이 갈등이 일었다. 애틀랜타 한인원로회는 지난 7일 한인 사회 전체가 동의하지 않는 시설물을 한인회관에 건립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에서도 지역 단체들이 시에서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허가받고도, 일본 정부의 반대와 일부 교민 반발로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클랜드 한국영사관은 “지역 내 대립과 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소녀상 설치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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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위안부 문제는 끝난 것’이라는 일본 논리를 국내 극우 세력이 받아들였고, 이런 인식이 국외까지 퍼진 모습”이라며 “소녀상은 전시 성폭력이라는 보편적인 인권·역사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인데, 이를 정치적 문제로 몰며 철거를 시도하는 움직임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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