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꽉 막힌 고속도로…해답은 ‘더 많은 도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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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이동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도로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에서 철도와 공공교통 중심으로 사람과 화물의 이동을 전환하는 ‘모달 시프트’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겨레교육’이 함께 ‘지구를위한이동전환(모달시프트) 기록단’을 만들어, 전국의 교통망 구석구석을 찾아가는 공동 기획물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전국의 철도 도로 현장 탐구를 통해 화물과 여객, 지역과 도시, 철도 노동과 안전의 현실을 살펴보고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교통체계와 철도의 역할을 모색한다.
올 추석도 어김없었다. 도로는 자동차로 꽉 찼다. 영남과 충청, 강원에서 수도권으로 오가는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가 승용차로 넘쳐났다. 지난달 20일 추석 연휴 5일 동안 총 3075만명이 이동했다. 교통수단 중에서는 승용차가 88.6%로 압도적이었고 고속도로 일평균 통행량은 작년(541만대)보다 12.6% 증가한 609만대였다. 귀경길 목포~서울은 최대 10시간30분이 걸렸다. 대한민국이 고도성장을 하면서 도로와 자동차는 대표적인 이동수단으로 정착했다. 그래서 도로 의존성도 높다.
올해도 대형 고속도로 사업이 시작됐다. 제천에서 영월·정선·태백을 거쳐 삼척까지 연결하는 제천~삼척 고속도로다. 이 사업의 1단계 공사인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올해 7월 공사를 시작했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에서 강원 영월을 연결하는 총연장 29.9㎞, 왕복 4차로 고속도로다. 총사업비는 1조9975억원이다. 2032년 개통 목표다.
2단계인 영월~삼척 구간은 70.3㎞이며 총사업비는 5조6167억 원 규모다. 2025년 1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1, 2단계를 합하면 제천에서 영월·정선·태백을 거쳐 삼척으로 이어지는 약 100㎞의 새로운 고속도로가 건설된다. 사업비는 총 7조6천억원이다.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대형 고속도로 사업이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기획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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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보다 많은 투자 이뤄지는 도로
2단계인 영월~삼척 고속도로가 필요한 사람들은 적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이 사업의 비용편익비율(Benefit-Cost Ratio)는 0.27이었다. 비용편익비율이 1.0을 넘겨야 사업이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경제적 타당성에 못 미쳤지만, 지역균형발전과 정책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제천은 경상도·강원도·충청도를 가로와 세로로 연결하는 충북의 교통요지다. 그런데 제천에서 영월로 접어들면서는 교통량이 뚝 떨어진다.

제천에서 영월·정선·태백·삼척까지는 이미 4차선의 38번 국도가 있다. 1년 연중 거의 정체가 없는 도로다. 제천 송악아이시(IC)에서 출발하여 영월 남면 연당리 연당교차로까지 16㎞가량은 그래도 통행량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후 영월 읍내를 통과하고 정선 사북 고한 태백시를 거쳐 삼척 도계까지는 강원도의 일반국도 통행량 수준이다. 1년에 일주일 남짓 여름 휴가철이나 성탄전야 정도에 차량 통행이 빈번할뿐, 나머지 360일은 정체와는 거리가 먼 도로다. 그런데도 수조원을 들여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이 사업을 둘러싼 질문은 한 노선에 그치지 않고, 도로에 우선 투자해 온 우리나라 교통 정책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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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수립된 제1차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00~2019년)은 자동차 2000만대 시대에 대응해 전국 어디서나 30분 이내 고속도로에 접근하도록 동서 9개, 남북 7개 간선 도로망 구축을 추진했다. 2007년과 2010년 철도 투자 확대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고속도로는 약 800㎞ 늘었다. 1985~2026년 중앙정부 투자에서도 도로 투자액이 철도를 웃도는 기간이 길게 이어졌다. 도로 중심의 재정 투자는 촘촘한 고속도로망과 승용차 중심의 교통 환경으로 이어졌다. 올해 7월 기준 등록 승용차는 2223만5천여대로 인구 100명당 43.5대에 이른다.

2018년 국제 비교에서 국토와 인구를 고려한 한국의 국토계수당 철도 연장은 0.06으로 영국 0.13, 독일 0.20, 일본·미국 0.09보다 낮았다. 반면 전체 도로에서 고속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4.01%로 비교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고속도로 비중은 높지만 철도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다. 이렇게 형성된 교통망을 앞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온실가스 감축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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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보다 많은 투자 이뤄지는 도로
2020년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3660만톤까지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수송부문은 2024년 목표보다 590만톤을 초과했다. 2030년 수송부문 배출량 목표인 6100만톤까지 앞으로 3360만톤을 감축해야 한다. 2018년 9620만톤에서 2024년 9460만톤으로 줄이며 6년 동안 감축량은 160만톤에 그쳤다. 앞으로 4년 동안 3360만톤을 줄여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줄인 양의 21배다.
정부의 수송부문 감축 정책은 전기·수소차 보급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함께 제시하고 있지만 재정은 무공해차 전환에 집중돼 있다. 2025년 대중교통·전환교통·친환경물류 4개 사업 지출액은 1767억6600만원으로, 무공해차 보급과 충전인프라(2조1234억1800만원)의 12분의 1 수준이었다. 2026년에는 대중교통·BRT·전환교통·친환경물류 등의 예산이 9403억8200만 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무공해차 보급과 충전인프라 예산은 3조3054억5100만원에 달한다. 격차는 줄었지만 여전히 무공해차 분야에 3.5배가량 많은 재정이 배정된 셈이다.
탄소중립 정책과 도로 계획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2018년 대비 내연기관 차량 총주행거리를 2030년까지 4.5%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은 2040년까지 고속도로 945㎞를 추가 건설·확장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6년 동안 줄인 온실가스 감축량의 21배의 양을 앞으로 4년 안에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것만으론 역부족이다. 수송부문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도로에 집중된 이동 수요를 철도와 대중교통으로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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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보행로·철도… 선택지 늘려야
강원 춘천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는 어형종씨는 30년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왔다. 그는 지난 19일 춘천에서부터 자전거와 전철을 타고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왔다. ‘시동 대신 페달’이라는 문구를 등에 붙인 그는 “90년대에는 지금처럼 차가 많지 않아 자전거 출퇴근이 어렵지 않았다”라며 “지금은 교통량이 늘어 자전거를 타다 보면 위협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를 이동수단이 아니라 운동이나 레저로만 보는 시선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수요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자전거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지난 10년간 평일 이용의 절반가량이 출퇴근 시간대에 이뤄졌다. 2024년 이용 건수는 4385만여건으로, 10년 전(11만3천건)에 비해 400배가 늘었다. 대전광역시의 ‘타슈’는 2023년 430만건에서 2024년 574만건, 2025년 597만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전거 이용은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전거를 여가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정부가 그렇다. 자전거 정책은 국토교통부가 아닌 행정안전부가 담당하고 있다. ‘국가 자전거 정책 기본계획’도 행안부가 수립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자전거정책과가 신설됐다가 다른 부서로 통합됐다. 현재는 행안부 주소정보혁신과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독자적인 자전거 정책 예산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추진하고 행안부가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정도다. 자전거가 생활 교통수단이 되려면 안전한 도로와 주차시설, 버스·철도와의 연결이 필요하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자전거 일상화의 장애물로 도시의 비탈길을 꼽았는데, 최근 전동자전거 기술의 혁신과 보급으로 자전거 활성화의 기반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자전거를 관심 밖에 둔다.
대중교통 여건도 지역별 격차가 크다. 올해 4월 기준 ‘모두의 카드’ 이용자 비율은 서울·경기·인천이 각각 인구의 13%대지만 전북·충북·강원은 2%대였다. 대중교통 지원제도가 있어도 버스와 철도의 노선과 운행 횟수가 부족하면 이용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에서는 자동차 이외의 이동 수단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경북 청송군은 2023년부터 무료 농어촌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춘천시는 공공 전기자전거 ‘e타봄’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사업만으로 승용차 통행이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에서 자동차 이외의 이동 선택지를 확대하는 사례다.

철도는 도시와 지역을 길게 잇는 선택지다. 선로 건설에는 큰돈과 오랜 시간이 들고, 철도만 놓는다고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까지 가는 버스와 보행로, 역에서 이어지는 자전거와 지역 교통망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 연결이 촘촘해질수록 승용차 없이도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명절의 막힌 고속도로는 단지 차가 너무 많이 몰린 연휴의 풍경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떤 교통망에 투자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어떤 수단을 가장 편리하다고 느끼게 됐는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정체는 사라지지만, 자동차가 뿜어낸 온실가스는 대기에 남아 지구의 기온을 높인다.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공해차 보급을 넘어 철도·버스·자전거·보행에도 이동 수요를 감당할 기회를 줘야 한다. 교통 정책은 교통체증 해결을 위해 도로를 더 늘리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이동할 때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 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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