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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7, 2026

‘미드’에서는 왜 슬퍼하는 이웃에게 ‘캐서롤’을 건넬까…미국인의 위로가 된 음식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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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데드 투 미>의 첫 회. 남편을 갑작스럽게 잃은 젠 하딩은 이웃 캐런이 위로의 말을 하며 건네는 캐서롤을 받아든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데드 투 미>의 첫 회. 남편을 갑작스럽게 잃은 젠 하딩은 이웃 캐런이 위로의 말을 하며 건네는 캐서롤을 받아든다. 넷플릭스 제공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큰 상실이나 사고를 당한 인물의 집 앞에 이웃이 음식을 놓고 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은박지나 비닐 랩으로 덮은 커다란 접시를 건네며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요”라고 위로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한 번도 맛본 적은 없지만 익숙한 그 음식의 이름은 바로 슬픔을 겪는 사람에게 건네는 ‘캐서롤’이다.

미국 음식 전문 매체 올레시피스가 최근 ‘캐서롤이 미국의 의례가 된 과정’을 다루며, 장례나 사별 이후 유가족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관습이 어떻게 미국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소개했다. 캐서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상실을 겪은 이가 당장 끼니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웃과 공동체가 대신 일상을 돌봐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캐서롤은 어떤 음식인가

캐서롤(casserole)은 넓고 깊은 오븐용 그릇에 여러 재료를 담아 함께 구워내는 요리 또는 그 요리를 담는 그릇을 뜻한다. 고기나 생선, 채소, 파스타, 쌀, 감자 등에 소스와 치즈 등을 더해 익히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라자냐와 구운 파스타, 브로콜리 치즈 캐서롤, 미국 중서부의 감자 토핑 요리인 핫디시(hotdish)도 넓은 의미에서 이 음식 문화와 연결된다.

캐서롤이 위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고, 한 그릇에 담아 이동하기 쉬우며, 먹을 때 다시 데우기도 편하다. 음식을 받은 가족이 즉시 식탁을 차리거나 조리 도구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오븐에서 갓 구워낸 캐서롤 이미지. pexels

오븐에서 갓 구워낸 캐서롤 이미지. pexels

장례용 비스킷에서 캐서롤까지

슬픔을 겪은 사람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관습은 캐서롤보다 오래됐다. 올레시피스에 따르면 북미의 네덜란드계 정착민 사이에서는 장례식에 달콤하거나 신맛이 나는 음식을 내는 풍습이 있었고, 영국과 유럽에서 전해진 ‘장례용 비스킷(funeral biscuits)’도 애도 문화의 일부였다. 생강이나 당밀 등을 넣은 작은 비스킷과 케이크를 고인의 곁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이후 장례를 치르는 방식과 가족·이웃의 모임이 바뀌면서 음식을 나누는 형태도 달라졌다. 교회에서 여럿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임과 이웃 간 음식 나눔이 확산했고, 캐서롤은 이런 공동체 식사에 잘 맞는 메뉴가 됐다. 물론 캐서롤이 처음부터 장례를 위해 만들어진 음식은 아니었다. 20세기 초반까지는 교회 모임이나 지역 행사 등에서 두루 먹었고, 애도 음식이라는 성격은 점차 뚜렷해졌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음식을 간편하게 준비하고, 옮기고, 다시 데워 먹을 수 있는 방식이 미국 가정에서 중요해졌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식생활 변화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줬다. 여러 재료를 한데 넣어 굽는 캐서롤은 대량 조리와 나눔에 적합했고, 교회와 이웃 공동체를 통해 널리 자리 잡았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핫디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감자나 고기, 채소에 수프를 섞고 감자 토핑 등을 올려 굽는 음식이다. 유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치즈와 감자를 넣은 ‘퓨너럴 포테이토스(funeral potatoes)’가 장례나 추모 모임에 등장하는 대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에서는 장례 이후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식사하는 ‘홈고잉(homegoing)’ 문화 속에서 콘브레드 드레싱이나 마카로니 앤드 치즈 같은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애도 음식의 모습은 지역과 공동체에 따라 다양하다.

음식이 슬픔을 대신 해결해주진 못할지라도

캐서롤이 미국의 위로 문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음식 자체의 맛보다 그 음식이 건네는 메시지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직후에는 장보기와 요리, 식사 준비 같은 일상적인 일조차 버거울 수 있다. 이때 이웃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힘내라”는 말에 그치지 않고, 당장 해야 할 일을 하나 덜어주는 구체적인 도움인 셈이다.

올레시피스는 장례와 죽음 문화를 연구하는 베일러대 종교학 교수 캔디 K. 건의 말을 인용해, 애도 중인 사람에게 음식을 건네는 일은 그가 다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신호라고 전했다.

미국 드라마 속 캐서롤은 그래서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누군가의 집 앞에 놓인 음식은 슬픔을 가시게 해 주지는 못해도, 그 사람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돕고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전한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위로를 한 끼 식사로 건네는 것, 캐서롤이 미국의 애도 문화에서 오랫동안 자리잡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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