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치료 끝 아냐…청소년·청년 정신건강, ‘따뜻한 인계’가 살린다 [건강한겨레]
청소년 자해·자살 시도 10년 새 553%↑
학업 경쟁, 취업난 등 맞물려 위기 커져
번아웃, 고립·은둔도 중요한 위험 신호
‘조기 발견→적극 치료→사회 복귀’ 중요
“응급입원 기간, ‘치료의 첫 기회’로 삼고
퇴원 뒤 90일 ‘따뜻한 인계’로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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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리고 젊은 환자가 많아서 지켜보기 힘들 정도다.”
윤희경 용인정신병원 스마트낮병원 센터장은 최근 응급입원 현장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9월 이 병원에 응급입원한 환자 105명 가운데 57명이 자살·자해 문제로 입원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1명(54.4%)이 25살 미만이었다. 자해·자살 위험과 정신과적 증상 악화 등으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 어린 연령층의 비중이 적지 않은 것이다.
용인정신병원은 젊은 환자들의 입원 원인과 퇴원 이후 치료 연계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올해 1~7월 35살 미만 입원 사례를 분석했다. 응급입원 457건 가운데 201건(44.0%)은 자살·자해가 직접적인 입원 계기였다. 타해 위협·폭행은 149건(32.6%), 정신과적 증상 악화는 79건(17.3%)이었다. 9월의 연령 분포와는 별도 조사지만 젊은 환자의 응급입원에서 자해·자살 관련 위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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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병원 자료를 전국적 추세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통계에서도 위기 신호가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이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소아·청소년의 자해·자살 시도는 2014~2023년 553.1% 증가했다. 자해·자살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10대의 비중도 2015년 8.5%에서 2025년 18.7%로 두 배 넘게 높아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서 자살은 10~40대의 사망 원인 1위였다. 20대 사망자의 53.5%, 30대의 42.3%가 자살로 숨졌다. 전체 자살 사망자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10대 자살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우울증으로 진료받는 청년도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17년 7만8016명에서 2021년 17만7166명으로 12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 진료 인원도 86.8% 늘었다. 진료 인원 증가를 질환 발생률 증가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청년층의 치료 수요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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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불안과 사회적 고립, 자기 비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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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런 위기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학회 대외협력홍보위원장은 건강한겨레와 만나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2030 청년들의 위기는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업 경쟁과 가족·또래 관계의 갈등, 취업난과 경제적 압박,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정신건강 취약성과 맞물려 위험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19~34살 청년의 32.2%는 최근 1년간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진로 불안(39.1%)이었다. 우울 증상을 보인 비율은 8.8%,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비율은 5.2%였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고, 장기간 고립되면서 다시 학업이나 일터로 돌아가기 어려워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비교와 자기 비난도 주목한다. 윤 센터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성취나 일상을 지속해서 접하면서 자신은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빠지고, 이를 자기 비난으로 연결하는 청년들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다만 소셜미디어가 자해·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윤 센터장은 “자해나 자살 위험을 특정 원인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며 “우울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지, 가족과 또래 관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자해가 어떤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되는지 등을 환자별로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해가 모두 자살 의도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자해는 이후 자살 행동의 위험과 관련이 있다.
치료까지 오랜 시간…퇴원 이후 연계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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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신호를 발견해도 전문 치료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국내 조기정신증 연구에서는 첫 증상부터 치료까지 평균 약 1년6개월이 걸린 것으로 보고됐다. 다른 지역사회 연구에서는 치료받지 않은 기간의 중앙값이 약 2년3개월이었다. 조기정신증에 관한 수치를 다른 정신질환 전체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기 치료를 놓치면 증상과 일상 기능의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진료 기록에 대한 걱정, 사회적 편견, 비용 부담도 걸림돌이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전문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청년은 6.3%였고, 이 중 38.6%가 비용을 이유로 들었다.
병원 치료를 받은 뒤에도 지역사회 지원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용인정신병원이 올해 1~7월 퇴원한 35살 미만 환자 사례 617건을 분석한 결과, 507건(82.2%)이 보건소 등 지역 정신건강 서비스 연계에 동의하지 않았다. 응급입원 출신과 일반입원 환자의 비동의율은 각각 81.0%, 83.1%였다. 연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치료를 중단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갈 수도 있고 서비스 이용 여부는 환자의 선택이다. 다만 이번 분석에서는 비동의 이유나 퇴원 후 외래치료 지속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퇴원 직후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2017년 국제학술지 ‘자마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정신과 퇴원 뒤 첫 3개월의 자살 위험이 특히 컸다. 윤 센터장은 최대 72시간인 응급입원 기간을 단순한 안정화가 아닌 ‘치료의 첫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입원 초기에 위험을 촉발한 요인을 파악하고 안전계획을 세우며, 퇴원 전에 다음 진료 예약을 마치는 방식이다. 퇴원 이후 첫 90일 동안 연락과 진료 연계를 이어가는 ‘따뜻한 인계’도 제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런 현장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조기 발견·연계→적극적 치료→사회 복귀’의 3단계 안전망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 관제 기구나 전시성 조직을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의료·복지체계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국가건강검진의 정신건강 문진을 정밀화하고, 대학과 청년센터에서 위험 신호가 확인된 청년을 지역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으로 빠르게 연계하자고 제안했다.
치료 단계에서는 초발 청년 환자에게 충분한 평가와 치료 계획, 지속적인 관리를 제공하도록 동네 의원에 ‘청년 초기 집중관리 수가’를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자해·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퇴원 뒤 실제 전문 치료가 이어지는지 평가하도록 사후관리 기준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회복 단계에서는 고립된 청년의 관계 회복을 돕고, 정신질환으로 학교나 직장을 떠난 청년이 돌아올 때 치료 경과에 맞춰 근무시간과 업무 부담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기업과 교육·고용 당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상담과 검진 실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청년 정신건강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위험을 발견한 뒤 치료로 연결하고, 퇴원 후 관리와 학교·일터 복귀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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