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의 미래, 보조금·현대차 없이 설 수 있나?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 수소&연료전지 엑스포 2026’에서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랩의 ‘수소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활용해 디 올 뉴 넥쏘에 수소를 충전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의 국내 수소차 누적 판매가 5만대를 넘었다. 하지만 이 시장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산업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정부 보조금이 줄면 판매가 꺾이고, 충전소는 정부 지원과 현대차의 자금에 기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수소차의 미래가 새 차종이나 보조금 규모가 아니라 수소를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세계 수소 엑스포(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HE) 2026’과 제5회 수소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같은 시기 국회에 올라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내년 예산안에는 수소승용차 1대당 국비 보조금을 225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2018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국비 보조금을 낮추는 방안이다. 수소차 구매지원 예산도 5762억원에서 4457억원으로 22.6% 줄여 편성했다.
기후부는 집행 실적에 맞춘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5년간 수소차 보조금 실집행률은 20~50%에 머물렀다. 올해도 9월 말 기준 지방비가 확보된 물량은 국비 대비 승용차 84.9%, 상용차 70.6%에 그쳤다. 업계는 지방비 부족을, 기후부는 수요 부진을 원인으로 꼽는다. 다만 보조금 축소가 구매 부담을 키워 수요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조금 없인 7600만원대 ‘넥쏘’…연료비도 전기차보다 비싸
현대차의 국내 수소차 누적 판매는 지난 9월 말 기준 5만262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수소차 판매 4643대 중 3337대가 현대차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미국과 유럽 판매는 합쳐도 100대에 못 미쳤다. ‘세계 1위’가 사실상 한국 내수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 내수는 보조금이 떠받친다. 신형 넥쏘 출고가는 7644만~8345만원으로, 보조금을 최대한 받아야 3000만원대로 내려온다. 연료값도 부담이다. 충전소별 연평균 수소값은 2022년 ㎏당 8484원에서 올해 1만391원으로 22% 올랐다. 지난 2일 전국 평균 판매가격(㎏당 1만519원)을 적용하면 넥쏘로 100㎞를 달리는 데 약 9800원이 든다. 공공 급속충전기를 쓰는 아이오닉5(약 6800원)보다 40% 이상 비싸다.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수소 엑스포(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HE) 2026’에서 현대자동차의 자동 충전 로봇이 수소전기 청소트럭에 충전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박홍두 기자
충전소 대부분, 정부 지원으로 버텨
충전소는 더 취약하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업운영 충전소 258곳 중 208곳(80.6%)이 정부의 수소 연료구입비 지원을 받았다. 수소 판매만으로 연료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업용 충전기 증가 폭은 2024년 115기에서 지난해 67기, 올해 9월까지 65기로 줄었다. 그런데도 내년 충전소 구축 예산은 1897억원에서 1197억원으로 36.9% 깎인다.
빈자리는 현대차가 메우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상용차 충전소 운영사 코하이젠의 전환사채 186억2200만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코하이젠의 6월 말 자본잠식률은 53.2%다.
수소 지원, ‘마중물’인가 ‘밑 빠진 독’인가
해석은 엇갈린다. 산업 초기에는 정부와 기업이 인프라 손실을 떠안는 게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망도 초기엔 적자였다. 지금 손을 떼면 그간 투자가 모두 매몰비용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10년 가까이 지원했는데도 충전소 수익성과 차량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사업모델부터 다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승용 수소차 사업에 신중해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0월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을 중단했고, 혼다는 GM과 함께 운영해온 미국 합작공장의 현행 연료전지 생산을 올해 말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혼다는 차세대 연료전지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도 승용차보다 상용차 등으로 수소 사업의 무게중심을 넓히고 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올해 수소버스 보급 목표는 1800대다. 2027년 저상 광역버스 도입 확대를 앞두고 수소 저상버스에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기아도 2029년부터 카니발 수소차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차종이 늘고 보조금이 유지된다고 시장이 저절로 자립하는 건 아니다.
결국 관건은 수소 공급의 경제성과 안정성이다. 수소를 얼마나 싸게 생산할 수 있는지, 공급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충전소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차량이 얼마나 보급돼야 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현대차가 차종을 늘리고 충전소와 수전해 설비에 투자해도 정부와 기업의 지원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를 더 파는 것보다 ㎏당 수소값을 내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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