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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0, 2026

병원 영업권도 이혼할 때 나눠야 할까 [전안나의 가사상속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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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산분할의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퇴직금이다. 과거에는 회사에 재직 중인 배우자가 언제 퇴직할지, 얼마를 받을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래 퇴직금을 나눌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4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퇴직한다고 가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 상당액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정리했다. 이후 퇴직금 분할은 자연스러운 실무가 됐고, 평가 기준도 어느 정도 정착됐다.

그런데 요즘 이혼재판 실무에서 이와 비슷한 과도기에 놓인 재산이 있다. 전문직 종사자가 운영하는 사업체, 그중에서도 개인병원이나 의원의 영업권이다. 배우자가 직접 병원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도 함께 개원자금을 마련하거나 영업·홍보에 도움을 주거나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 상대 배우자가 진료에 매진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기여가 있다면 이혼할 때 이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된다.

병원의 ‘돈 버는 힘’…엇갈리는 재산분할 판단

영업권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사업체가 가진 ‘돈을 더 벌 수 있는 힘’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점포의 권리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같은 건물에 비슷한 의료장비를 갖춘 두 병원이 있다고 해보자. 한 곳은 하루 환자가 20명, 다른 곳은 100명이다. 후자에는 오랫동안 쌓인 환자층, 좋은 입지, 숙련된 직원, 지역 평판과 소개 환자 네트워크가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 때문에 같은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다른 병원보다 지속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 차이에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초과수익력을 금액으로 평가한 것이 영업권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감정평가할 때는 미래에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살펴 이를 현재 시점의 가치로 환산한다.

병원을 제3자에게 넘긴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병원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단순히 중고 의료기기와 인테리어 값만 지불하려 할까. 이미 확보된 환자층과 안정적인 매출, 병원의 이름과 평판이 있다면 그 가치에도 추가적인 대가를 지급하려 할 것이다. 봉직의와 직원이 여럿이고 체계적인 환자관리 시스템을 갖췄으며 병원 브랜드를 보고 환자가 찾아오는 병원이라면, 그 영업권은 비교적 쉽게 분할 대상이 되고 동업재산을 나눌 때처럼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장 1인이 운영하는 의원의 영업권은 수익이 의사의 개인적 노동과 능력에서 나오므로 나눠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전문직 당사자의 이혼 사건을 수행한 경험에 비춰보면, 개인병원이나 의원의 영업권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지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재판부마다 상당히 달랐다.

어떤 재판부는 임대차보증금, 의료기기, 재고자산처럼 눈에 보이는 재산만 분할 대상이 된다는 전제 아래 영업권의 가치를 감정평가해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다른 재판부는 개인병원 역시 계속 수익을 내는 사업체라는 전제에서 수년간의 매출과 비용, 순이익을 분석해 유형자산을 넘어서는 경제적 가치를 인정했다.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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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병원도 평가 방식 따라 수억원 차이

분할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영업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전문적인 감정평가를 통해 계산해야 하는데, 영업권 감정에는 주로 ‘현금흐름할인법’이 쓰인다.

가게를 사려는 사람이 그 가게가 앞으로 얼마를 벌어줄지 따져 값을 매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병원의 최근 몇 년간 실적을 바탕으로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해마다 예상한 뒤 이를 현재가치로 바꾸는 것이다. 10년 뒤의 1억원은 지금의 1억원만 못하고 미래 수익에는 불확실성도 따르므로, 일정한 비율인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이렇게 구한 병원 전체의 가치에서 의료기기나 임대차보증금처럼 눈에 보이는 영업자산을 빼고 남는 금액이 영업권의 가치가 된다.

감정평가 시 예상 수익을 몇 년 치까지 반영할지, 할인율을 얼마나 적용할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데 아직 통일된 기준은 없다. 같은 병원의 영업권을 두고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재산가액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병원을 운영하는 배우자 측과 그 상대방 측을 모두 대리해봤는데, 변호사로서는 어느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실과 논리를 주장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동일한 병원의 경제적 가치가 재판부나 감정인의 판단에 따라 수억원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개인병원의 영업권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어떤 경우에 영업권을 인정하고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부가 쌓은 가치와 이혼 후 소득의 경계

재산분할 대상이 확대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실무의 흐름이다. 따라서 핵심은 병원의 영업권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지 말지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혼인 중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형성된 병원 자체의 경제적 가치와 이혼 후 의사 개인의 노동으로 창출될 장래 소득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다.

다만 그 경계선은 법리만으로 그어지지 않는다. 병원이 어떤 구조로 운영돼 왔는지, 혼인 중 배우자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감정평가가 어떤 전제 위에서 이뤄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이런 사건에서는 ‘영업권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틀의 주장도 중요하지만, 실제 승부는 감정신청 단계부터 어떤 자료를 내고 어떤 전제를 다투느냐는 세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영업권을 나누려는 쪽이든 지키려는 쪽이든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재산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쪽 배우자가 미래에 벌 돈을 모두 현재의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사이 어디에 공평한 분할선을 그을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전안나의 가사상속법 가이드]에서는 이혼·상속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가족 간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보고, 현명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고자 합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전문법관 부장판사를 역임한 전안나 변호사는 현재 LKB평산 상속이혼센터를 이끌며 다양한 가사분쟁에 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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