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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7, 2026

[뉴스분석]‘소득 있는 곳에 과세’ 실종…신뢰 잃는 조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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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네 번째로 유예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 조세정책이 여론 반발에 밀려 잇따라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을 접은 데 이어 올해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일부도 반발에 부딪혀 거둬들였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던 정부가 납세자·투자자 반발에 물러서면서 조세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흔들린다는 비판이 따른다.

26일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청년층 자산 형성 기회,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고려해 유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유예론이 힘을 얻고 있어 국회 세법 심사 과정에서 시행 시점이 또 늦춰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여론 반발에 세제개편 방침을 접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주식 양도세 과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춰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인 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8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와 세 부담 상한 상향안도 마찬가지다. ‘직장·교육 문제로 이사한 1주택자까지 부담이 커진다’는 반발에 결국 이를 철회했다.

가상자산 과세도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2022년 1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장치 미비 이유로 시행 시기를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미뤘다.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와 정보 교환이 지연된다는 점과 ‘청년층’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일본·영국·독일 등 46개국·지역은 2027년부터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라 거래정보를 교환하지만, 미국은 2029년에야 교환을 시작한다. 청와대는 미국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과세를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세 부담이 쏠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정보교환 지연이 과세를 미룰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정보교환체계 이전부터 과세하기 시작해서다.

길용원 광운대 연구교수는 “과세 인프라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과세 중인 국가들도 있다”며 “제도를 시행한 뒤에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유예의 근거는 다소 약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미국의 정보교환이 2029년으로 예정된 상황에서 최근까지 ‘내년 시행’ 방침을 유지했다.

구윤철 당시 부총리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일단 내년에 시행해보면서 보완하겠다”고 했고, 이형일 부총리도 9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상자산세, 속도 늦추더라도 단계적 시행을”

신뢰 잃는 조세정책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과세 유예의 근거로 내세우는 데도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를 보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는 40대가 26.9%로 가장 많았다. 30대 26.7%, 50대가 20%로 뒤를 이었다. 20대 이하는 17%였다.

참여연대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어째서 청년의 자산 형성을 가로막는다는 것인가”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마저 거듭 유예한다면 자산소득 과세의 원칙과 조세정책의 신뢰는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면 바꿔야겠지만, 추진 속도가 문제라면 여론 반발을 이유로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속도를 늦추더라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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