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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21, 2026

시골 마을 할퀴는 역대급 초고압 송전탑…“공론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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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기 위해 송전탑 대규모 건설
“이렇게 한꺼번에 세워지는 건 처음”
‘시골이 수도권 전력식민지냐’ 실망감
‘제2의 밀양 송전탑’ 갈등 반복될 조짐

법정으로 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전력·용수공급 용이성 검토 여부 쟁점
정부·주민·전문가 모인 공개 토론 필요
“송전탑 필요한지, 타당한지 숙의해야”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초고압 송전탑 건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초고압 송전탑 건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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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에서 벌어진 마을공동체 파괴를 역대급 규모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날벼락처럼 통보된 송전선 구간, 면피성 주민 설명회, 어르신들의 죽음과 저항, 쪼개진 마을. 2014년 강제집행으로 밀어붙인 ‘밀양 송전탑’의 비극은 ‘이 결정이 타당한가, 대안은 없는가’란 근본적인 물음을 논의할 기회조차 주민들이 갖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50미터가 넘는 거대 송전탑들이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말뚝처럼 박힐 상황이 예고된 지금, 충남 홍성에 사는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불길한 징후를 보고 있다. 그는 “밀양에서 했던 방식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다”며 “이 사업이 필요한지, 타당한지부터 검증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전혀 민주적이지 못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기를 위해 이미 산과 들녘, 삶의 터전에 송전탑 자리를 내준 지역민들은 대규모 송전선·변전소 건설 사업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다시 수도권,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지로 향하는 주요 송전선들의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첨단산업 성장, 반도체 대기업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34만5000볼트 초고압 송전선을 잇는 송전탑이 전남·북, 충남·북 등에 줄줄이 들어서려는 참이다. ‘밀양 송전탑 싸움’을 함께했고, 이번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 및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백지화 전국행동’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하 대표는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정부, 전문가, 주민들이 공개 토론하는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마을이 깨질지 모른다’는 시골 사람들의 두려움에서 밀양이 겹쳐보이기 때문이다.

—왜 역대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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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이후엔 부분부분 보강 차원이나 예정된 구간만 송전선 건설을 했다. (전기를 멀리보내는) 초고압 송전선과 (전압을 바꾸는) 변전소를 이렇게 한꺼번에 건설하겠다고 하는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주요 계기는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가 총 6기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팹)이 들어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선정하면서다. 약 10기가와트(원자력발전소 총 10개가 만들어내는 전기 발전량)의 신규 전력이 필요해졌고, 결론은 또다시 시골 산천을 가로질러 수도권과 용인까지 전기를 끌고오는 것이었다. 산단 발표 직후 윤석열 정부는 송전선·변전소 건설계획 규모를 크게 키웠고, 이재명 정부가 이어받아 2025년 10월 용인 산단에 전기를 보낼 송전선을 포함한 99개의 신규 송전선로·변전소 구축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했다. 속도를 내기 위해 각종 인허가를 압축하는 특례뿐 아니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가능해졌다. 지난 15일 정부가 신규 송전탑 수를 4723기에서 2509기로 줄이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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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정 발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발표 핵심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34만5000볼트의 송전선 건설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는 지역에서 소비)를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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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송권재 기자 cafe@hani.co.kr
그래픽 송권재 기자 cafe@hani.co.kr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지역민들이 전남광주 해남부터 서울 청와대까지 도보행진(7월30~8월20일)도 했다.

“송전탑 문제의 핵심인 국가산단 재검토를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국가산단을 지정할 때는 전력·용수 공급 대책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공급이 가능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공급의 용이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용인은 (그걸 감당할) 전기도 없고, 물도 부족하다. 정상적으로 검토했다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용인을 포함해 15개 국가산단을 선정할 당시, 14개 산단은 지방정부가 먼저 요청한 뒤 전문가 평가위원회의 서면 검토·현장 실사 등이 이뤄졌다. 용인 산단은 그런 절차 없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요청하고 국토교통부가 결정을 공고해 의구심을 낳았다. 현재 용인 국가산단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승인 무효 소송의 항소심(2심)부터 합류해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1심에선 법원이 “기후변화영향평가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승인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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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1차 변론기일(8월20일)에서 우리의 핵심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국토부가 전력·용수 공급의 용이성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밝히라고 재판부가 명령했고, 산자부가 국가산단 지정을 국토부에 어떻게 요청했는지 사실 조회도 해놓은 상태다.”

하 대표는 지난해 8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리스크 진단) 등을 근거로, 용인 반도체 산단에 몰리는 전기 공급 문제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서울 면적의 2%도 안 되는 좁은 지역에 ‘원전 15기’ 분량(용인 반도체 일반산단 전력필요량까지 포함)의 전기를 공급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좁은 지역에 전기가 쏠리면 전력망이 불안정해져 대정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비수도권·농어촌의 피해와 갈등, 용인 반도체 산단 추진의 절차상 문제, 전력·용수 공급의 어려움도 문제가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로 봐도 국가산단을 밀어붙였을 때 전력 계통의 안정성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데 듣지 않고 있다.”

—그럼 공론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정부와 주민, 전문가 집단이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주민들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용인 국가산단과 대규모 송전선로는) 정말 필요한지, 절차는 타당했는지, 송전선 줄일 방법은 없는지, (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를 더 많이 해서 피해를 줄일 순 없는지 대화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설명도, 설득도, 논의도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용인 산단 속도전을 동시에 주문했고, 송전탑 문제도 숙고 없이 휩쓸려가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전북 타운홀 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쭉쭉 뽑아내는 건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라고 말한 터라,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고 하 대표는 전했다. ‘시골은 수도권의 전력 식민지가 아니다’라는 말에 지역민들의 심경이 압축돼 있다. 미국 등에서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한국에 대거 지어질 경우, 전력·용수 공급과 송전탑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송전탑 문제가 왜 반복될까?

“(송전선로 구간 등을) 다 정해놓고 돈(보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방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서 ‘숙의’(충분히 의논함)와 ‘참여’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전력정책은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문제다. 같이 숙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대통령 결단이 필요하다.”

반도체 호황을 떠받치기 위해 지역의 삶을 흔드는 송전탑이 들어서려는 상황 앞에서 그는 “(정부가) 밀양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송호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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