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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13, 2026

10대 사이에선 인스타 극우 계정이 ‘전한길급’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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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릴도지’ 등 계정에 올라온 ‘밈’ 형식의 게시물 갈무리. 여성, 전라도 등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다. 그래픽 송권재 기자
인스타그램 ’릴도지’ 등 계정에 올라온 ‘밈’ 형식의 게시물 갈무리. 여성, 전라도 등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다. 그래픽 송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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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10대 청소년에게 ‘만능’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메신저, 영상을 보는 플랫폼, 뉴스 등 사회문제와 역사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 구실을 모두 맡는다. 그야말로 세상을 보는 ‘창’이다. 그 공간에 최근 1~2년새 극우적인 세계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각종 혐오와 조롱 콘텐츠, 가짜뉴스 등이 넘쳐난다. 유머와 밈, 세련된 미학을 무기로 장착해서 더 위험하다. 독일과 미국 등에선 인스타그램이 청소년과 청년층을 극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관문’이 된 지 오래다.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스타그램 생태계를 분석하고, 10대 청소년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주

“(알고리즘에) 자동으로 떴어요.” 9월18일 만난 중학교 3학년 박민재가 주황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릴도지’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을 가리키며 말했다. 민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이 계정을 알게 됐다. 릴도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극우 성향의 각종 유머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과 뮤직비디오 등을 올린다. 대부분 여성, 장애인, 전라도, 중국, 북한, 더불어민주당 등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민재는 “요즘은 (내용이) 거북해서 잘 안 본다”고 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릴도지’와 비슷한 게시물로 민재를 이끌었다. ‘전라도는 대한민국 맞아?’ ‘배인규 전 신남성연대 대표의 야차룰’ 등 점점 더 자극적인 릴스가 떴다. 민재는 학원에서 돌아온 밤 10시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잠든다.

‘릴도지’와 같은 극우 성향의 계정에 10대들은 얼마나 노출돼 있을까. 한겨레 디스토리팀은 14~18살 청소년 604명에게 직접 인스타그램 계정 10개를 제시한 뒤 ‘평소 보거나 아는 계정’을 모두 골라보게 했다(9월4~11일 온라인 설문조사). 10대 남성 응답자(302명)는 다섯 중 하나꼴로 ‘릴도지’를 알고 있었다(20.9%). 유명한 한국사 강사였던 전한길(26.2%) 계정과 큰 차이가 없는 인지도다. 극우 유튜브 채널인 ‘한국의 목소리’(14.2%), 극우 대학생 단체인 ‘자유대학’(11.3%), 카드뉴스 형식으로 극우 게시물을 올리는 ‘힢헙’(10.9%)도 인지도 10%를 넘었다. 다만 10대 여성은 각 계정을 보거나 알고 있다는 응답이 또래 남성의 절반 수준(3.6~7.3%)에 그쳤다.

중학교 3학년 최현우도 알고리즘을 통해 ‘릴도지’ 계정을 처음 접하고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대통령 목소리 랩이 웃겨서” 계정을 팔로했다. 고등학교 2학년 이진호는 “릴도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MC무현 같은 계정들은 노래를 만들어 올리기 때문에 케이팝 영상을 보다 보면 자동 추천으로 게시물이 뜬다”고 말했다. 민재, 현우, 진호 모두 비슷한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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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부러 들어가야 볼 수 있던 ‘일베 문화’가 이제는 인스타그램 추천 피드를 통해 대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혐오 문제를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세월호 피해자들 앞에서 대놓고 ‘폭식’을 하던 일베 문화보다 그 강도는 낮아졌지만 노출도는 훨씬 높아지고 저변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10대들은 ‘극우화’된 것일까. ‘극우’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학계에서도 논쟁적이다. 한겨레는 관련 논문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극우’를 판별하는 세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민주주의 원리를 반대하거나 부정한다. 둘째, 강력한 지도자에 의한 통치를 선호하는 등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셋째, 중국과 북한, 성소수자, 장애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한 강한 혐오를 나타낸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8개의 문장을 제시하고 10대에게 ‘동의’하는 정도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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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대상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문장에 10대 남성 응답자의 42.4%가 동의(그렇다+매우 그렇다)했다. 유럽 극우 세력이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았다면, 한국 극우 세력은 ‘중국(인)’을 주로 공격한다. 디스토리팀이 만난 10대들도 외부 집단에 대해 강한 ‘배타주의’ 성향을 내비쳤다. 고등학교 1학년 이주한은 중국인이 위험한 이유에 대해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본) 무비자 입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김가연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면 (일본에서) 사슴을 발로 차고 이런 건 다 중국인이더라” “제주도에서 중국인 때문에 어떤 분이 죽었다는 게시물을 봤다”고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진보 언론 등을 중국·북한과 연결하는 파시즘적 음모론이 전파되고 있으며, 이를 접하는 온·오프라인 공간이 일부에겐 ‘극우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유행하는 계급도 ‘밈’이 대표적이다. 피라미드 형태의 계급도 가장 위에 중국공산당이 있고 민주당, 전라도, 4050, 2030 순서로 차례로 짓눌리고 밑바닥에는 10대가 피라미드를 떠받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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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필요할 수 있다’는 문장에는 남성 응답자의 21.5%가, ‘나와 의견이 같은 단체라면 가끔 폭력을 써도 응원할 것이다’라는 문장에는 15.6%가 동의했다. 중국 혐오를 포함해 앞에 제시한 3개 문장 모두에 동의한 남성 응답자는 8%였다. 10대 남성이 집단적으로 극우화됐다고 단정 짓기엔 다소 낮은 수치다.

인스타그램 계정 ‘힢헙’ 등이 올린 카드뉴스 형태의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 계정 ‘힢헙’ 등이 올린 카드뉴스 형태의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요인은 ‘성별’이었다. 10대 여성은 극우 계정 인지도 자체가 낮았을 뿐 아니라 가치관 조사에서도 △중국 혐오(24.5%) △민주주의 원리 부정(13.2%) △정치적 폭력 용인(7%) 등 남성에 견줘 ‘동의’ 정도가 절반 가까이 낮았다. 이는 청년 남성일수록 극우 성향이 높게 나타났던 기존 성인 대상 연구 조사 결과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극우 정치 연구자인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는 “회귀분석 결과,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피해자 의식이 극우 성향을 결정짓는 강력한 변수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성이 여성보다 차별받고 있다’는 문항에 대해 10대 남성 응답자의 37.4%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차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여성(9.6%)과 크게 벌어져 있다. 중학교 3학년 한정혁은 “군대에서 보내는 2년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며 남성이 차별받는 사회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정당했다’는 문항에는 10대 남성 응답자의 22.5%가 동의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갤럽이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 23%와 비슷한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극우 성향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많이 아는 10대일수록 비상계엄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서 제시된 극우 성향 계정을 ‘전혀 모른다’고 답한 10대(364명) 가운데는 11.8%만 ‘정당한 계엄’에 동의했다. 계정 1~2개를 아는 응답자(194명)는 24.2%, 3~4개를 아는 응답자(25명)는 36%, 5개 이상의 계정을 아는 응답자(21명)는 52.4%가 ‘계엄 선포가 정당했다’고 답했다.

3개 이상의 계정을 인지한 응답자 표본(46명)이 적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두 갈래로 분석이 가능하다. 애초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많이 아는 10대 남성이 극우적인 집단일 가능성, 아니면 극우 성향의 남성일수록 관련 계정을 적극적으로 찾아본 ‘선택적 결과’일 가능성이다. 박선경 교수는 “극우 콘텐츠를 소비하고 극우 가치관을 가진 10대 특정 남성 집단은 규모는 작지만 확신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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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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