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로 나타난 괴물…오컬트 영화 '레위기'

'동성애 치유 의식'이 불러온 저주…'스토커' 바시코프스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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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너는 여자와 동침하는 것과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레위기' 18장 22절)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오랜 기간 금기시돼 왔다. 많은 종교와 문화권에서 동성애는 죄악으로 규정됐고 때로는 '치유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나임(조 버드 분)과 라이언(스테이시 클로즌)이 사는 호주의 외딴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다. 폐쇄적인 신앙 공동체가 자리한 그곳은 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다. 그런데도 두 소년은 아무도 보지 않은 곳에서 사랑을 나누고 마음을 키운다.
그러나 소년들의 동성애는 곧 마을 사람들에게 발각된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임과 라이언을 비롯해 동성애자들은 '구원 치유 의식'을 치른다. 이후 소년들에게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 '레위기'는 치유 의식이 불러온 저주를 겪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컬트 공포 장르로서, 성경에서 불결함과 금기를 적어놓은 책 '레위기'가 영화의 제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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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의식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미지의 존재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저주에 시달린다. 문제는 그 존재가 각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나임의 목숨을 위협하는 괴물이 라이언의 모습으로, 라이언에게 폭력을 가하는 괴물이 나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영화의 공포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대상이 된다는 데서 비롯된다. 영화 속 인물을 비롯해 관객은 눈앞에 보이는 존재가 자기 연인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다. 그 미지로부터 발생하는 두려움이 영화 내내 긴장감을 형성하며 관객을 비롯한 극 중 인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멀리 도망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동성애 치유 의식'인 셈이다. 소수자들이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실제 겪을 공포를 장르적 설정으로 치환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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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정을 비롯해 소수자들이 겪을 갈등과 사회적 시선이 영화 곳곳에 녹아 있다. 모두가 열심히 찬송을 부르는 와중에 나임과 라이언의 모습은 어딘가 소외된 듯하고, 사랑하는 사이의 소년들은 서로를 밀어내야 한다는 듯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진다. 황량한 벌판과 버려진 듯한 창고 등의 마을 배경도 폐쇄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는 두 소년이 저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들이 내리는 극 중 마지막 선택은 곧 사랑을 지지하는 영화의 굳건한 메시지가 된다.
공포 영화 '톡 투미'(2022)의 조 버드와 넷플릭스 영화 '스래시: 상어의 습격'(2026)의 스테이시 클로즌이 주연을 맡았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를 비롯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제인에어'(2011)로 친숙한 미아 바시코프스카도 출연해 신의 뜻을 맹목적으로 복종하면서 아들 나임의 정체성은 외면하는 엄마 알린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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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는 '바바둑'(2014), '톡 투 미'(2022), '악마와의 토크쇼'(2023) 등을 잇는 호주 호러 영화로서 주목받으며 지난 2월 세계적 권위의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됐고, 지난 7월 열린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부문 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영화는 호주 감독 애드리안 키아렐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키아렐라 감독은 "게이 남성이자 공포 장르에 빠져 자란 사람으로서 제게 개인적인 작품"이라며 "역사 속 많은 퀴어 스토리텔러들이 퀴어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공포 장르를 일종의 암호로서 사용해왔다. 저도 그 지점을 다시 활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1일 개봉. 8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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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7일 08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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