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간에 자기 이름 새긴 의사”…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실제 있었다

수술 도중 환자의 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의사.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섬뜩하면서도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에서는 환자 2명의 간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고 의사 면허까지 박탈당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23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지난 17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4회에 등장한 이른바 ‘환자 장기 낙서’ 사건을 다뤘다.
당시 드라마에서는 외과 교수 나대일(장승조 분)이 과거 수술한 환자의 장기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했다.
환자 권충현은 과거 군 복무 중 장기 출혈로 나대일에게 수술을 받은 인물이다. 이후 담낭염 증세로 병원을 다시 찾았고, 상태가 악화하면서 계수정(김지원 분)이 응급 수술을 맡게 됐다.
그런데 수술 도중 계수정은 환자의 장기에 새겨진 ‘D.N’이라는 흔적을 발견한다. 나대일의 이니셜을 떠올리게 하는 문양이었다.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이 장면은 2013년 영국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과 유사하다.
가디언, AP통신, CBS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영국 버밍엄 퀸엘리자베스 병원에서 근무하던 외과의사 사이먼 브램홀은 간 이식 수술을 받던 환자 2명의 간 표면에 자신의 이니셜인 ‘SB’를 새겼다.
그가 사용한 도구는 수술 중 출혈을 막는 데 쓰이는 ‘아르곤 빔’이었다. 이 장비로 간 표면을 얕게 태워 약 4㎝ 크기의 글자를 남긴 것이다.
마취 상태였던 환자들은 자신의 몸에 이런 흔적이 남겨졌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사건은 이후 다른 의사가 후속 수술을 하던 중 간에서 이니셜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브램홀은 수술 중 긴장을 풀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적 책임은 피하지 못했다. 영국 법원은 2018년 브램홀에게 1만 파운드의 벌금과 12개월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이후 의료 당국의 징계 절차를 거쳐 의사 면허도 박탈됐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1999년 뉴욕의 산부인과 의사 앨런 자킨은 제왕절개 수술을 받던 여성의 배에 수술용 칼로 자신의 이니셜인 ‘A’와 ‘Z’를 새겼다.
피해 여성은 배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는 피해를 입었다. 자킨은 중범죄 폭행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협상을 거쳐 5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의사 면허도 취소됐다. 피해 여성과의 민사소송에서는 175만 달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언론은 그를 ‘닥터 조로(Dr. Zorro)’라고 불렀다.
한국서 이런 일 벌어지면?…“상해죄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환자의 장기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이날 방송에 출연한 배성환 법무법인 로엘 변호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장기에 이니셜을 새기는 행위는 상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의사가 치료 목적과 관계없이 환자의 장기 표면을 태워 조직을 손상시켰다면 정상적인 의료행위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취지다.
형법 제257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배 변호사는 의료인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료법에 따라 면허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병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의사가 병원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병원에도 민사상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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