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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16, 2026

‘3대 메가’와 함께…AI전환펀드로 지역 균형발전 기회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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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센터에서 개막한 ‘2026 세계로봇대회’에 설치된 한국관 모습.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센터에서 개막한 ‘2026 세계로봇대회’에 설치된 한국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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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상 질서는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던 전통적 국제분업 체제에서 안보 중심의 가치사슬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규제는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양면(민군 겸용)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판단을 근거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구성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제조장비 등으로 통제 범위를 확대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은 기술 자립을 강조하며 전 공정 전반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제조업의 가치사슬이 중국에 집중되고 군사·상업 기술이 이전되면서 안보적 위협이 커졌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다.

이런 교역 구조의 전환과 함께 산업 내부에서도 AI 대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안보적 리스크 대응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압력 속에서,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AI를 활용한 생산성 혁신과 체질 개선이 필수적 과제가 되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에게 기회다. 데이터부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AI 풀스택’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특정 영역에만 안주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특히 피지컬 AI 현장의 경험과 암묵지가 실시간으로 피드백되지 않는다면 소버린 AI(자주적 인공지능) 역시 완성할 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과 정부의 리스크 분담이 맞물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제조업 중심의 피지컬 AI 강화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인 전략이다.

안보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제조업의 가치

우리는 중국을 대체할 제조 기반과 숙련 인력을 유지한 몇 안 되는 국가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7%와 고용의 25%를 제조업이 지탱하는 세계 5대 제조 강국이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의 전철을 밟듯 제조업 현장은 고령화와 청년 인력 이탈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울산 등 주요 산업도시 종사자의 43% 이상이 50~60대이며 향후 10년 내 대규모 은퇴가 예고돼 있다. 조선 3사 신규 채용의 86%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울 만큼 숙련도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5대 산업도시에서 유출된 24만5천 명 중 80%가 청년층일 정도로 일자리 부족과 수도권 집중은 지역 제조업의 뿌리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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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시장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구조조정 펀드를 제외한 전통적 산업금융은 사라졌다. 그 공백은 실물 경제를 지탱하는 생산적 금융 대신 확실한 담보와 단기 수익이 보장되는 부동산 중심의 소비자금융이 채웠다. 기업의 미래 가치와 구조 개편을 선도해야 할 금융의 잣대마저 단기 실적과 부실 회피라는 기준에 매몰되었다. 불확실한 미래 생태계를 선점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부활시키려면, 국가가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민간과 리스크를 분담하는 ‘통상산업정책 2.0’, 즉 생산적 금융의 복원이 불가피하다.

외환위기 당시 아남반도체(현 앰코)가 미국 펀드에 매각되고 동부반도체가 저수익 구조라는 이유로 위기에 몰린 것은 생산적 금융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단기적 재무 지표만 본 결과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했던 남해안의 조선업 역시 단기 성과주의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그러나 최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MRO) 능력이 부족해진 미국의 상황과 맞물려, 저수익으로 치부되던 남해안 조선소들과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 역량이 ‘마스가’로 상징되는 한미 동맹의 전략적 자산이자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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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태계가 중·저사양의 전방위적 수요를 통해 완성되듯, 제조업의 가치는 마진율로 환산할 수 없는 현장의 ‘암묵지’와 생산 인프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안보 중심의 공급망 재편 속에서 단기적 재무 잣대만 내세워 핵심 생산 기지와 기술 역량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제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다. 과거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제한 조치에서 경험했듯, 제조업 생태계의 일부에 경색이 찾아왔을 때 산업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치명적이다. 산업의 내재적 가치와 파급효과를 읽지 못하는 기존 금융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의 실질적 역량을 지탱하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 실행 수단은 민관 협력 기반의 ‘구조전환펀드’를 통한 생산적 금융의 복원이다. 미·중 공급망 분절과 탈탄소 에너지 전환, 그리고 정보통신(IT) 대기업(68점)과 제조 중소기업(28점) 간의 가파른 인공지능 전환(AX) 성숙도 격차 속에서 대다수 중견·중소기업은 자체 자금만으로는 수년이 걸리는 연구개발(R&D)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 고령화한 지배주주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고 이들의 뒤를 잇는 창업 2~3세대가 제조업 현장을 이탈하며 사모펀드를 찾는 한계 속에서, 단순한 운전·시설자금 대출 위주의 기존 금융은 고사 위기에 처한 제조업 현장의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격이다. 또 이는 수년 뒤 상환 압박만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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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분산과 자율적 생태계를 위한 구조전환펀드

따라서 위험도에 따라 투자 구조를 다변화한 구조전환펀드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연기금이 참여하는 안정형 선순위부터 채권은행의 중위험·중수익, 정책금융과 공급망 대기업 및 사모펀드가 참여하는 후순위·자본성 트랜치까지 자금 성격별 역할 분담을 설계해야 한다. 무의결권 우선주나 하이브리드(CB·BW·RCPS) 같은 자본성 투자 수단을 활용해 경영권 안정을 보장하는 동시에 신기술 및 피지컬 AI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은 관치 금융이 아닌 자율적 생태계 조성에 맞춰져야 한다. 한계기업 정리를 전제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은행의 리스크 평가 방식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를 합리화하고, 금융권 핵심성과지표(KPI)에 지방 제조업 생태계에 대한 생산적 금융 공급 실적을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제조 데이터 보유자인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AI 전환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고, 정부의 커리어뱅크를 폴리텍대학 및 지역 거점 대학과 연계해 인력의 재숙련화를 뒷받침함으로써 피지컬 AI 생태계 전반의 동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대기업의 천문학적 투자에 기초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만 정책이 집중되는 구도를 넘어 중소·중견 제조업의 전환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AI전환펀드를 통한 생산적 금융은 쇠락해 가는 지역 제조 거점의 기반을 되살려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으로 직결되는 해법이다.

이 전환의 성패는 현장을 지탱할 청년 세대의 정주 여건 조성과 제조업 숙련 노하우의 세대 간 이전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에 달렸다. 2040세대가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5극3특’ 초광역권 전략을 바탕으로 전략산업, 인재 양성, 교통망을 통합하고 교육과 문화, 의료 인프라가 구축된 정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인재의 남방 한계선이 경기 남부권에 머물러서는 지역균형발전도 제조업 생태계 복원도 난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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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10년 내 은퇴를 앞둔 50~60대 숙련 노동자의 암묵지가 사장되지 않도록, ‘재고용 및 파트타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 평생을 마친 이들이 젊은 기술 인재의 멘토가 되어 암묵지를 전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제조업에 뛰어드는 청년에게는 자산 축적 등을 지원하는 국가적 지원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AI전환펀드의 자본 혁신이 이와 같은 제조업 현장 중심의 인력 생태계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할 때, 낡은 중소·중견기업의 부활은 곧 대한민국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으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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