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활동 릴레이 기고] 학교 안과 밖을 잇다 : 경험의 종말 시대, 청소년에게 세상을 돌려주자!
‘경험의 종말 시대’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청소년들의 삶에는 직접 보고, 만나고, 부딪치며 배우는 실질적인 체험과 경험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입시에 매달려 청소년기의 많은 시간을 학교와 학원, 문제집 속에 붙잡아 두었다. 재수와 삼수를 넘어 N수까지 감수하는 현실은 청소년기를 삶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사회의 급속한 발전이 경험의 빈곤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 온라인 플랫폼과 AI, 가상세계가 일상의 상당 부분을 대신한다. 정보와 연결은 넘쳐나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고, 몸으로 부딪치며 세상을 이해하는 경험은 오히려 줄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기가 사람의 인격과 역량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시기라는 점이다. 친구와 협력하고 갈등하며, 자연과 사회를 경험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판단력과 공감능력, 사회성, 책임감과 회복탄력성이 길러진다. 경험의 폭과 깊이가 결국 한 사람의 인격과 역량의 폭과 깊이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가장 왕성하게 세상을 경험해야 할 청소년기를 입시 준비와 가상세계 속 소통으로만 보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시험에는 능하지만 정답 없는 현실의 문제에는 취약하고,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실제 사람과 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데에는 서툰 성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AI 시대일수록 경험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지식을 찾고 정리하고 답을 만드는 일은 AI가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암기력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타인과 협력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하고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힘이다. 이러한 역량은 교과서나 화면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낯선 세계와 부딪치는 실제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안전사고와 교사의 책임을 우려해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청소년수련활동, 야외활동 등 학교 밖 프로그램이 위축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위험을 없애기 위해 경험 자체를 없애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안전을 위해 경험을 없애는 것은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를 빼앗는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국가는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안전관리와 보험, 전문인력, 사고에 대한 합리적인 책임 분담체계를 마련해 학교가 적극적으로 세상과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가정 형편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청소년에게 문화·예술·스포츠·자연·직업·사회참여의 경험을 보장하는 것 또한 국가의 교육적 책무다.
사실 이러한 국가 책무를 다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법적 토대를 지닌 청소년수련활동 제도가 갖추어져 있다. 학교가, 교사가 수행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학습, 경험학습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포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만든 시스템이다. 체험할 프로그램도 있고, 체험 전문 기관도 설립돼 있으며, 체험을 교육적으로 지도할 전문가도 양성돼 있다. 청소년기 다양한 수련활동의 가치와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는데도 우리의 학교교육계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을 시험에 대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 학교 안의 배움이 학교 밖의 사람과 자연, 사회,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만날 때 비로소 온전한 교육이 된다. 경험의 종말 시대, 이제 교육은 청소년에게 다시 세상을,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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