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풍선을 터뜨리면 근사한 대화가 시작될지도 몰라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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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였거나 어린이라면 공감할 만한 문장 하나. ‘왜 어른들은 내 말을 안 들어주는 거야?’ 고심 끝에 꺼낸 말이 ‘말대꾸 그만하라’는 구박으로 덮이면 마음 한쪽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마련이다. 하고 싶은 말을 풍선에 담아서 어른들 앞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어른들이 외면하지 못하게 친구들과 함께 말풍선을 한가득 띄운다면?
연우초등학교 3학년 오짜렐라는 어느 날 체육 선생님과 달리기 시합을 벌인다. 오짜렐라가 이기면 3학년 모두 학교에서 1박2일 캠핑을, 체육 선생님이 이기면 학생들이 한달간 체육 준비실 청소를 하는 조건이다. 시합은 오짜렐라의 승리로 끝나지만 체육 선생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잘 끊어지지 않는 모짜렐라 치즈에서 따온 별명의 보유자답게 오짜렐라는 끈질기게 요구하지만 체육 선생님은 물론 담임 선생님마저 ‘버릇 없이 굴지 마라’며 면박한다. 아이들은 답답한 마음에 학교 앵두나무에 소원을 빌고, 그로부터 며칠 뒤 잘 익은 앵두를 홀린 듯이 따 먹은 아이들과 체육 선생님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말이 소리가 되지 않고 말풍선에 담겨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가 말풍선을 터뜨리는 순간에야 말은 소리의 형태로 흘러나온다.
작가는 말풍선에 몇가지 법칙을 부여했다. 누구나 말풍선을 터뜨릴 수 있지만 들을 사람이 정해진 말풍선은 그 사람만 터뜨릴 수 있다는 것, 꾹 참은 말은 아무도 못 막는 번개 말풍선이 된다는 것, 어떤 말풍선은 아주 천천히 가닿기도 한다는 것… 판타지적인 설정에 대화의 조건은 물론 다양한 대화의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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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후반부. 아이들이 말풍선을 쏟아내기만 할 뿐 정작 자신의 말풍선은 터뜨려주지 않아(자신의 말이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셈이다) 잔뜩 약이 오른 체육 선생님은 결국 아이들과 마주한다. 이후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조용히 하라’는 윽박 대신 캠핑 약속을 외면한 이유를 설명한다. 말풍선을 매개로 어린이와 어른 간 대등한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우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다 같이 캠핑하는 데 실패한다. 하지만 말풍선의 힘을 빌려 선생님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기에 아이들의 마음에는 뿌듯함과 감사함이 남았다. 오짜렐라는 “학교가 몇 배나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말풍선의 마지막 법칙은 ‘열심히 말풍선을 주고받아도 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마라. 처음에 꿈꿨던 일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일이 시작되기도 하니까’다. 어른의 잔소리에 질린 어린이에게도, 대화의 중요성을 잊은 어른에게도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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