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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7, 2026

외국 가서 밤새 위성기술 배우던 KAIST…한국 위성개발 요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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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1992년 우리별 1호 시작, 연이어 위성 개발…누리호 5차 주탑재 '네온샛' 총괄

UAE도 'KAIST 모델' 기반 화성 탐사선까지…케냐·카자흐에 '제2의 KAIST'

이미지 확대 인공위성연구소 자료사진

인공위성연구소 자료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은 한국 땅에서 우리 손으로 위성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외국에서 밤을 지새우며 위성 설계원리를 몸에 익혔습니다. 결국 KAIST는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최근 네온샛까지 위성 개발의 요람이 됐습니다. 이제는 그 배움을 세계와 나누며 함께 성장할 차례입니다." (배충식 KAIST 총장)

올해 지구 반대편 두 나라가 'KAIST를 닮은 대학'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지난 5월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KAIST를 본뜬 '케냐 과학기술원'(Kenya-AIST)이 출범했고, 지난달에는 한국과 카자흐스탄 정부가 KAIST를 모델로 한 '카자흐스탄 과학기술원'의 설립 기반 조성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 취임한 배충식 총장은 "KAIST는 세계에서 배우며 성장한 대학"이라며 "이제는 그 배움을 세계와 나누며 함께 성장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 인공위성 불모지 온 한국 청년들…"모든 것 처음부터 배워"

인공위성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1982∼1983년 체신부 장관을 지낸 고 최순달 박사는 1989년 봄 KAIST 평교수로 돌아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세웠다.

이미지 확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신축 기공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신축 기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주기술은 국가 발전의 필수 기술'이라고 믿은 그는 그해 10월 막 학부를 졸업한 청년 다섯 명을 영국 남부의 서리대학교로 보냈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 쉼 없이 질문을 던진 이들은 아침 9시에 실험실에 들어가 밤 10시, 때로는 자정을 넘겨서야 나왔다.

도서관 책과 논문, 연구 자료를 닥치는 대로 파고들며 설계 원리를 몸에 익혀 1년 만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곧바로 위성 개발에 투입된다.

1991년 4월 '우리 위성' 제작이 시작됐고, 송수신부와 컴퓨터부 등 분야를 나눠 맡은 청년들은 설계부터 부품 제작, 조립까지 직접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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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 1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5개월 뒤 무게 48.9㎏의 작은 위성이 완성됐다. 우리별 1호다.

1992년 8월11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기지에서 우리별 1호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한국은 세계에서 22번째로 인공위성을 가진 나라가 된 것이다.

이듬해에는 우리별 1호 설계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직접 제작한 '우리별 2호'를, 1999년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우리별 3호'를 각각 쏘아 올렸다.

지난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의 주탑재위성으로 실린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5기도 KAIST가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이미지 확대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AIST를 스승으로 고른 UAE…화성탐사선 개발까지

영국에서 위성 기술을 배운 KAIST는 이제 해외 유학생들에게 해당 기술을 가르치며 위성 기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KAIST의 세계화에 나선 것이다.

2006년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은 취임 직후 에미리트 첨단과학기술원을 세웠다. 현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의 전신이다.

문제는 UAE에 우주과학자도, 기반 시설도 없었다는 점.

첫 과제인 소형 인공위성을 함께 만들 '스승'을 찾아야 했는데 UAE는 우리별 위성을 만든 KAIST를 선택했다.

훗날 화성탐사 프로젝트를 이끈 옴란 샤라프는 "한국도 영국에서 기술을 가져와 자립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 UAE 청년들이 대전에 와서 수년간 위성 기술은 물론 프로젝트 관리와 과학 행정까지 익혔고, KAIST에서 석사 학위도 받았다.

이들은 2009년 '두바이샛 1호', 2013년 '두바이샛 2호'를 한국 기술진과 함께 만들었다.

이미지 확대 세트렉아이 개발 두바이 첫 위성 두바이샛(DubaiSat-1).

세트렉아이 개발 두바이 첫 위성 두바이샛(DubaiSat-1).

2009.6.9 [쎄트렉아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8년에는 UAE 기술진이 자국에서 직접 만든 '칼리파샛'을 쏘아 올렸다.

MBRSC의 무함마드 알 하르미 국장은 한국 유학 경험을 담은 책자에서 "한국에서의 시간이 자신을 더 나은 공학자이자 리더로 만들었다"고 썼다.

이들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화성탐사선 개발에 나섰고, 2021년 2월 UAE의 화성탐사선 '아말'은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미국과 옛 소련, 유럽, 인도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였다.

KAIST 관계자는 "1989년 영국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던 한국 청년들의 배움이 한 세대를 건너 사막 나라의 화성탐사선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 케냐·카자흐스탄에 '제2의 KAIST'…정책·우수사례 공유

지난해 4월 케냐 나이로비 인근 콘자 혁신도시에 케냐 과학기술원(Kenya-AIST) 캠퍼스가 완공됐다.

이미지 확대 케냐 과학기술원 전경

케냐 과학기술원 전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5월에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직접 대학 헌장을 수여하면서 케냐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 됐다.

KAIST는 기계·원자력, 전기·전자, 정보통신, 화학공학, 토목, 농생명 등 6개 분야의 교육과정을 짰다. 기초과학 교육체계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캠퍼스 설계와 건설 관리까지 맡았다.

케냐 과학기술원은 케냐와 아프리카, 세계의 최우수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첫 번째 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이자 석유·가스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은 첨단산업으로 전환을 이끌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지 확대 카자흐스탄 과기원 타당성 조사 발표

카자흐스탄 과기원 타당성 조사 발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자흐스탄 출신의 한 KAIST 졸업생은 자신이 경험한 교육·연구·창업 생태계를 고국의 더 많은 후배에게 돌려주고 싶어 KAIST를 모델로 한 과학기술원을 세우자는 구상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양국 정부가 함께하는 과학기술·교육 협력 사업으로 자라났다.

지난 8월 KAIST와 카자흐스탄 정부가 현지 연구중심대학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고, 지난달 15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자흐스탄 과학고등교육부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카자흐스탄 과학기술원의 설립 기반 조성을 비롯해 교원 역량 강화, 학생 교류, 교육과정 개발·운영, 인재 양성 정책과 우수사례 공유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kjunh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7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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