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보우소나루, 룰라 제치고 깜짝 1위로 대선 결선행···25일 결선서 재격돌
브라질 대선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4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남미 좌파의 마지막 희망’으로 꼽혔던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제치고 1차 투표에서 승리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두 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됐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보우소나루 후보의 선전으로 브라질도 ‘블루타이드’(중남미 우경화 흐름)에 합류할지 주목된다.
브라질 고등선거법원이 4일(현지시간) 발표한 예비 개표 결과에 따르면 12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날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유당 소속 보우소나루 의원은 약 47%를 득표해 노동자당 소속 룰라 대통령(약 45%)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아우구스토 쿠리, 레난 산토스 등 주요 군소 후보들은 5% 미만 득표에 그쳤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상위 득표자 2명인 보우소나루 의원과 룰라 대통령은 오는 25일 열리는 결선 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이날 결과는 룰라 대통령이 우세할 것이란 앞선 예측을 빗나갔다. 개표 초반부터 선두를 달린 보우소나루 후보는 후반부 룰라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농촌 지역의 개표가 진행된 뒤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는 전통적으로 노동자당 지지층이 두터운 중부와 북서부 지역 일부에서도 선전했다.
1위가 확실시되자 보우소나루 후보는 브라질리아 자택 앞에서 “브라질이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해 더없이 기쁘다”며 룰라 대통령이 창당한 노동당 시대의 종말을 강조했다. 그는 4선에 도전한 룰라 대통령을 겨냥한 듯 “나는 한 번의 임기만 있으면 된다”고도 말했다.
4선에 도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유권자들 앞에서 연설하던 도중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입술을 매만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룰라 대통령은 “솔직히 1차 투표에서 제가 이길 거라 생각했다”면서도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연장전에서 국민에게 우리 계획을 이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녹아웃(KO) 무대에서 강하다”며 결선 투표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대선은 룰라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인 보우소나루 의원의 양강 구도로 치러졌다. 룰라 대통령은 빈곤과 불평등 완화, 교육·보건 투자 확대 등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가까운 보우소나루 후보에 맞서 브라질의 주권 수호도 강조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후보는 강경 치안책과 정부 긴축재정 등을 내걸면서도 아버지 보우소나루보다 온건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쿠데타 모의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아버지를 사면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른 결정타는 ‘경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높은 생활 물가와 공공부채 등 경제 문제를 안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룰라 3기 행정부 들어 일부 완화됐지만,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2%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6세의 테크 부문 노동자 주앙 바티스타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생필품 가격이 “끔찍할 수준”으로 올랐다며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지한 이유를 밝혔다. 브라질리아에 사는 52세 마르치아노 데 수자 에 실바도 “브라질을 다시 성장시킬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반룰라’ 표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1세 변호사 타이지 리마는 “보우소나루가 최고의 후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노동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이제 관심은 오는 25일 결선으로 쏠린다. 대선 직전 발표된 다타폴랴 여론조사에서 결선 투표를 가정했을 때 룰라 대통령은 47%, 보우소나루 후보는 46%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결선의 향배를 가를 변수로 군소 후보와 중도·무당층 유권자를 꼽았다. 약 1억2500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약 20%가 이날 기권했다. 게다가 두 후보가 아닌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도 약 8%에 달했다.
이번 선거는 최근 중남미에서 확산하는 블루타이드 흐름에 제동을 걸 승부처로도 평가된다. 최근 콜롬비아, 온두라스, 페루 등 중남미 각국 선거에서 우파·친트럼프 성향 후보들이 잇따라 약진한 가운데, 역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까지 우파 정부로 돌아설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보우소나루 일가와 가까운 관계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룰라 정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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