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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3, 2026

김지용 중수청장의 ‘헤어질 결심’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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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지난 10월27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지난 10월27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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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필 | 사회부장

 “전임 검찰총장들도 대통령이 부르는데 안 갔을까요.”

고검장 출신 변호사의 말은 다소 뜻밖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른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적절한지 묻자 돌아온 반응이다. 그의 말속 뼈는 ‘대통령 말’이 지닌 무게에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권력기관장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아서 국무회의 참석을 삼간 것은 아니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기관장 예우이자,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 스스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는 조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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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국정 기조를 공유하고 업무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했다. 그런데 ‘참석 지시’ 주문이 나온 지난해 12월30일 국무회의 발언을 전체로 확장하고, 그 입김에 발빠르게 엎드린 검찰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머리발언부터 ‘외청장의 참석’을 독려한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수 있는데…”라고 했다. 이에 조원철 법제처장은 “중수청도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해 지휘받을 수 있게 검토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 문제는 그다음 장면이다.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무죄 판결을 두고 “항소 포기가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사실상 공소 지휘를 하고, 이 대통령은 통일교·신천지를 특정해 “경·검 합동수사본부를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가이드라인을 줬다. 검찰이 이심전심 이를 받들면서 행정부 서열 1, 2위의 ‘지휘’는 일주일 안에 그대로 실현된다. 하물며 면전이라면 그 효과는 어떠할까.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일까.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혼란스러울 인물은 단연 김 청장이다. 이 대통령은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오셔도 된다”면서도 “한달에 한번쯤은 오시라”고 모호하게 한발 물러섰다. 평소 얼굴을 보지 않던 사장이 갑자기 매주 보자고 했다가 한달에 한번 만나자고 하면 외근 직원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대통령 말이 갖는 아우라는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기관장의 고민거리가 국무회의 참석 시점을 재는 일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의 언어가 그것을 받아들일 상대와 지켜볼 국민, 사회적 파장까지 숙고한 뒤 나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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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이 국무회의에 발을 들인 순간 ‘공정의 외관’에는 흠집이 났다. 정치가 양극단으로 갈라져 어느 한쪽에 불리한 수사 결론을 흔들어대면 수사기관은 버티기 어렵다. 정치의 적이 상대 정당이 아닌 ‘소수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 자체’가 돼버린 현실에서, 수사기관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적 공격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실질 못지않게 공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임명과 동시에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는 모습까지 노출됐으니, 세간엔 ‘중수청장은 대통령 말에 움직이는 사람’의 실루엣이 짙게 드리워졌다.

김 청장의 처신에 ‘이상 시그널’이 감지된 순간은 일찌감치 있었다. 지난달 8일 도어스테핑에서 느닷없이 “내란 범죄를 척결하겠다”며 톤을 높였을 때다. 정치색 옅은 ‘형사통’ 출신의 그가 종합특검까지 거친 ‘내란’이라는 키워드를 불현듯 꺼낸 것은, 검찰청을 없애고 만든 기관장에 검사 출신을 앉힌 ‘모순된 인연’, 그리고 여권 내부 분열을 일으킨 ‘엉켜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론적 불안에서 나온 ‘정치적 어필’로 읽혔다. 여기까지는 정무적 감각으로 보아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끝까지 엄호해준 임명권자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느낀다면 이는 위험한 오판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임명 과정과의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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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검찰총장 중 조용히 임기를 마친 이는 몇 안 된다. 수사기관과 정치권력의 적절한 거리 두기는 그만큼 어렵다. 관운은 하늘이 정한다. 꽃길인 줄 알고 들어섰다 불길에 타버린 권력기관장의 비극은 차고 넘친다. 하루든 임기 2년이든, 김 청장은 초대 청장으로 역사에 남는다. 중요한 건 ‘어떤 청장으로 기억되느냐’다. 성역 없는 대선 자금 수사를 지휘하고도 임기를 채운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검찰총장은 외풍 막으라고 의무와 권한을 주는데 그걸 다해도 안 될 땐 떠나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직을 걸 각오로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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