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 작가의 ‘지금, 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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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문장
어떻게 그런 글을 쓰게 되셨어요? 작가로 살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왜 썼더라, 저 글에 어떤 마음을 담았더라. 잠시 망설이지만 독자를 앞에 두고 영원히 생각만 할 수는 없기에 짐짓 가슴속 이야기를 손으로 휘휘 저어 내보내고는, 머릿속 수많은 대답 중 가장 가까운 대답을 잡아 입 밖으로 꺼낸다. 하지만 그 대답은 사실이면서도 사실이 아니다. 하나의 글 안에 하나의 마음만 담은 건 아니듯 하나의 이야기를 쓰는 데에도 하나의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천천히 모두 들어줄 테니 다 이야기해보라고 해도 아마 나는 다시 입을 다물 것이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어서다. 비단 글에 관한 질문만 그런 건 아니다. 고작 내 마음일 뿐인데, 그저 마음 하나인데 나조차 내 마음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디서부터 들여다보고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하는 걸까. 어서 말해보라고 스스로 재촉하다 보면 정녕 제대로 된 마음이 있기는 했는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 제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의심은 마음을 파고들어 가장 나약한 부분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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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 시를 읽었다. 한참을 읽고 또 읽었다. 눈길로 문장을 매만지다 울컥, 다시 멈춰 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까짓것, 아무렴 어때.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내 마음 전부를 설명하지 못한다 해도, 수많은 마음 중 하나라고 해도 그것조차 내 마음인 것을. 그렇게 나는, 나에 대한 의심을 훌훌 털어버리고 책상 앞에 앉아 다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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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작가

이꽃님 l 2014년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며 등단하고, 2017년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을 받았다. 청소년 소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죽이고 싶은 아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내가 없던 어느 밤에’ ‘잃어버린 건 없는지 잊은 건 아닌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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