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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9, 2026

직계 아니면 사망진단서도 못 뗀다…‘무연고사’ 장례 절차 간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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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서울시립승화원 공영 장례 추모 공간 ‘그리다’에 차려진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식장에에서 참석자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장현은 기자
지난달 13일 서울시립승화원 공영 장례 추모 공간 ‘그리다’에 차려진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식장에에서 참석자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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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굴떼굴 구르고, 울고, 소리 지르고.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최경옥 더채움교육복지연구소장이 2023년 6월, 세상을 떠난 자립준비청년 ㄱ을 화장하던 날 그의 친구들 모습을 전했다. ‘장례식’은 아니었다. 연구자와 연구 대상자들로 만났던 최 소장과 자립준비청년들은 한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를 챙겼지만, 가족(연고자)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 치를 권한은 갖지 못했다.

화장장 직원에게 사정해 곡하고 울며 겨우 기도만 올렸다. 화장을 마친 ‘무연고 사망자’ ㄱ의 유해는 ‘종이봉투’에 담겨 나왔다. 3년여가 흐른 현재도 그 상태 그대로 봉안당 한 쪽에 안치돼 있다. “가족이 없으면 죽어서도 이렇게 대우받는다는 공포가 자립준비청년 친구들 사이에 번졌어요. 한 친구는 ‘무연고로 죽기 싫다. 혼인 신고를 하겠다’고 울면서 전화하고, 몇 년째 꿈에 나온다고 호소하는 친구도 있어요.” 제대로 애도할 수 없었던 ㄱ의 마지막은 ‘가족 없는 죽음’에 대한 또래 사이 공포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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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의 죽음 3개월 뒤인 2023년 9월에야 가족(연고자) 아닌 사람도 ‘장례주관자’로 지정할 수 있게 하고,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공영장례를 의무화한 개정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시행됐다.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무연고 사망 또한 빠르게 보통의 죽음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예우 없는 생애 마지막’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제도의 허점 탓에 사망 확인부터 연고 없는 장례주관자 지정, 공영장례에 이르기까지 ‘가족만 없을 뿐’인 이들이 사후에 마주하는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사망진단서부터 ‘직계가족만’

현행 장사법은 법률상 가족(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이 아니어도 장기간·지속적인 친분을 맺은 사람, 고인이 유언 등으로 지정한 사람을 ‘장례주관자’로 정해 장례를 맡길 수 있도록 했다. 배우자나 자녀 등 협소한 가족 관계를 넘어, 고인이 생전 원했던 사람에게 장례를 맡길 수 있는 길을 처음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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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인의 뜻’은 여전히 견고한 혈연의 벽에 부딪힌다. 고인의 유언 유무와 관계없이 장례주관자 신청은 사후에 이뤄지는데, 이때 장례주관자가 되고자 하는 지인은 고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함께 찍은 사진, 유언장 등 친밀 자료를 증명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연고자 확인, 내부 심의 등이 이어진다. 이 과정은 짧게는 며칠에서 1주일 이상 소요된다. 사망과 동시에 곧장 장례를 치르는 우리 문화에서, 단지 ‘가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고인은 오랜 시간 안치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홀로 남겨지는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복지 수혜자 두 사람의 장례를 주관한 김치환(57)씨는 “우리 장례 절차상 장례주관자 지정은 빠를수록 좋다”며 “외부 심의도 아니고 내부 검토에 이토록 많은 시일이 걸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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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의 첫 단추인 사망진단서 발급 절차는 한층 더 까다롭다. 현행 의료법상 사망진단서 발급 권한은 고인과 배우자의 ‘직계가족’에게만 먼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친구·지인 등 장례주관자는 물론이고, 형제·자매조차 자녀 등 직계가족의 동의를 거쳐야만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관계가 단절된 자녀라 할지라도 의료법상 사망진단서 발급 우선순위는 자녀에게 있다”며 “형제조차 사망진단서를 제때 발급받지 못해, 형과 동생을 무연고로 떠나보낸 사례까지 있다”고 전했다.

장례에도 못 쓰는 고인 유산

장례에는 돈이 든다. 김치환씨는 “장례주관자로 장례를 치를 때 250만원 정도 들었는데 조의금으로 충당했다”며 “만약 조의금이 없다면 장례를 주관하고 싶어도 금전적 부담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재산은 연락이 끊긴 가족 등과의 민법상 분쟁 우려 때문에 친구나 지인은 물론 공공기관도 정확히 파악하거나 관리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 재산 처리는 민법의 문제로 관할 지자체가 임의로 처리할 수 없으며 관련 자료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고인이 살아서 자신의 마지막을 위해 돈을 남겨뒀더라도, 이를 장례비로 사용하는 데에는 현실적 장벽이 따른다.

각 지자체가 치러주는 공영장례도 마찬가지다. 장사법은 관할 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진행할 때 사망자 재산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실제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는 고스란히 예산 부담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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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는 2018년 389명에서 지난해 1496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서울시 공영 장례 예산은 같은 기간 5억2100만원에서 9억3500만원으로 2배도 채 늘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 다른 사업에서 남은 예산을 끌어와 12억1836만원을 집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영장례는 다른 사업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린다”며 “현재 상태로는 안정적 운영이 어려워 내년 예산은 실정에 맞게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남은 사람을 위한 예우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세상과 작별하는 최소한의 의식에서조차 배제된 무연고 사망자가 존재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무연고 사망자 7190명 가운데 1293명(18%)은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지인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외면받은 것이다. 심지어 1920명(26.7%)은 장례 여부조차 ‘정보 없음’으로 파악된다. 장례를 치렀는지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지자체의 공영장례 실시가 의무화됐지만 현재는 선언적 규정에 가깝다”고 했다.

그들은 결국 어떤 애도를 놓친 채 생의 마지막을 맞이한 걸까. 이는 떠난 이들뿐 아니라, 가족을 넘어 다양한 관계 속에 남아 있거나 있을 사람들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최경옥 소장은 3년 전 떠나보낸 ㄱ을 떠올리며 말했다. “장례는 고인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지만, 남은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장례 제도는 ‘우리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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