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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10, 2026

기후변화 부정론도 파국론도 곤란… “위기는 맞지만, 아직은 관리 가능”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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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홍수와 진흙 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네팔 바그마티주 갈치히에서 지난 7일 중장비 한대가 진흙에 갇힌 채 널브러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급류 홍수와 진흙 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네팔 바그마티주 갈치히에서 지난 7일 중장비 한대가 진흙에 갇힌 채 널브러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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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에번 맨(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석좌교수는 1998~99년에 발표한 하키스틱 그래프로 기후변화 담론에 한 획을 그은 세계적 명성의 기후학자다. 지난 1천년 동안의 지구 평균 기온 변화를 나타낸 이 그래프는 19세기 이전까지는 평탄한 모양을 유지하다가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꺾여 위로 올라가는 모양이 아이스하키 채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데,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 자주 인용되고는 한다.

맨의 2022년 저작인 ‘기후 빅 히스토리’(원제는 Our Fragile Moment)는 45억년 전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로 시야를 넓혀 기후변화의 실상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고기후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해 보자는 게 기본 취지인데, 하키스틱 그래프처럼 단순명료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2013년 10월 아이슬란드의 대서양 중앙해령을 답사한 마이클 에번 맨. 여해와함께 제공
2013년 10월 아이슬란드의 대서양 중앙해령을 답사한 마이클 에번 맨. 여해와함께 제공

기후변화 부정론과 음모론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긴 해도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인류와 지구 생명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일종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기후변화 담론을 이끌어온 지은이의 이 책에서 오히려 뜻밖이라 여겨지는 것은, 그가 기후변화 부정론보다 파국론과 기후종말론을 더 경계하는 모습이다. 가령 “1.5℃ 온난화 수준에서 갑자기 우리 모두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거듭 강조한다. 좌절과 우울, 절망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가로막을 뿐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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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기후정책만으로도 온난화는 3℃ 이하로 억제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있다.”

믿을 만한 전문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희망과 의욕이 솟아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리석은 꾀가 생기기도 한다. ‘기후변화 별것 아니네’라며 긴장을 늦추고픈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지은이가 바라는 게 그런 나태와 방관은 물론 아니다. “재앙이 아니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은이는 황급히 덧붙인다. “이 정도 온난화만으로도 지구상의 일부 지역들은 인간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으며, 이미 기후 관련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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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이런 판단은 45억년 지구 역사에 대한 관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긴 시야에서 볼 때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는 안정화 피드백이 존재하며, 지구와 생명은 상당한 회복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구가 천사의 얼굴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지구 기후 시스템에 과도한 충격이 가해지면 “안정화 피드백 대신,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명심해야 한다.

급류 홍수와 진흙 사태의 피해를 입은 네팔 라수와 지역의 한 마을을 지난 4일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EPA 연합뉴스
급류 홍수와 진흙 사태의 피해를 입은 네팔 라수와 지역의 한 마을을 지난 4일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EPA 연합뉴스

지질학적 역사상 가장 큰 멸종 사건인 2억5천만년 전의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에서 지구상의 생물 종 가운데 약 90%가 사라졌지만, 어떤 종의 위기는 다른 종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대멸종의 폐허에서 공룡들이 등장해 지구의 주인이 되었고, 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뒤 인류의 먼 조상이라 할 포유류가 등장했다. 약 5600만년 전 팔레오세-에오세 열최대기에는 1만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약 5℃ 상승하는 ‘급속한’(현재의 온난화 속도에 비하면 한없이 느리지만) 온난화가 일어났는데 그것이 영장류에게는 진화의 기회가 되었고, 지구는 다시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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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빅 히스토리 l 마이클 E. 만 지음, 박경미 옮김, 조천호 감수, 여해와함께, 2만8000원
기후 빅 히스토리 l 마이클 E. 만 지음, 박경미 옮김, 조천호 감수, 여해와함께, 2만8000원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에 등장했고, 마지막 빙하기에서 벗어난 약 1만1700년 전 홀로세 간빙기(온난기)에 동지중해 연안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 등을 중심으로 인류는 유목생활에서 농업으로 옮겨 갔다. 지구상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그리고 거의 동시에 농업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대규모 기후변화가 인간 사회의 혁신을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지질학, 대기과학, 해양학, 생물학 등 여러 학문을 오가는데다 각종 수치와 이론, 가설이 난무하는지라 읽기에 쉽지 않은 책이다. 다행히 지은이 자신의 경험과 주변 과학자들에 얽힌 이야기가 독서의 흥미를 돋운다. 고기후 기록과 연구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면서 그는 시종 불확실성을 강조한다. “현재의 기후모델 예측이 (…) 잠재적인 온난화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은 그 불확실성이 가리키는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온난화 가능성이 3℃ 이하로 예측되는 것이 사실이긴 해도 전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사실만으로도 지금 당장,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는 충분하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 때문에 패배주의로 주저앉으려는 이들에게 지은이는 격려하듯 말한다. “기후변화는 위협이지만, 아직 관리 가능한 위협”이라고. “상황은 긴박하지만, 행동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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