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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교통약자, 당신의 하루를 여는 마음 [6411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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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신장 투석 병원을 방문한 이용자가 귀가를 위해 교통약자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필자 제공
지난 4일 오전 신장 투석 병원을 방문한 이용자가 귀가를 위해 교통약자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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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운전원

 장애인복지관에서 10년 근무하면서 장애인활동지원 담당 사회복지사로 6년 일하다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지원해 근무한 지 1년이 되었다.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활동지원사가 갑자기 그만둔다는데, 다른 사람 좀 빨리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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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는 이용자와 보호자가 자기를 너무 무시하고 하대한다며 울면서 하소연하고, 이용자는 활동지원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교체를 해달라는 민원이 수시로 들어온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죄송합니다’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로 끝나곤 한다. 근데 내가 정말 죄송한 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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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활동지원 담당 사회복지사들이 사무실에서 행정업무만 하면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를 연결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결보다 어려운 게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일이다.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간의 갈등을 들어주고 달래고, 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는 상담도 하고 행정업무도 해야 하고, 급할 때는 운전기사가 되어 이동지원도 해야 한다.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매칭을 위해 사방으로 전화하고 가정방문을 해 부탁해도 해결하지 못할 때는 퇴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난 계약직 사회복지사였다. 정규직 직원들은 경력이 쌓일수록 호봉이 올라가지만 계약직의 호봉은 해가 지나도 그대로다. 이용자의 삶이 나아지도록 일을 하면서도 정작 내 삶은 멈춰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 버티자’고 마음을 다스렸지만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 전화벨만 울리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번아웃이 왔다. 이 무렵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직급은 더 낮지만 결국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탈출하듯 지원하게 되었다. 교통약자지원센터로 이직 후 업무는 휠체어 등 이동 차량 운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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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전”을 외치며 누군가의 발이 되기 위해 하루를 시작한다. 교통약자 이용기준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 지역의 경우 보행에 불편함을 느끼는 장애인(하지지체, 시각, 뇌병변 등)과 노인요양등급을 받고 재가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이 대상이다. 이용 목적지는 병원이나 시장, 관공서, 복지관, 식당 등 다양하다.

우리가 운전만 하는 것은 아니다. 휠체어를 밀어드리고, 경사로가 잘되어 있는지 살피며,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일부 차량은 24시간 운영하기에 운전원들의 교대근무를 통해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야간근무자는 밤새 대기하기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대기 중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에도 콜이 접수되면 즉시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운행에 나선다.

운행하는 동안에는 이용자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작은 농어촌 지역이어서 어르신들이 공통으로 하는 질문은 대부분 어디 사느냐? 뉘 집 딸이냐? 뉘 집 며느리냐? 남편은 뭐 하냐? 자녀는 몇이냐? 등이다. 처음에는 대답해줘도 잊어버리고 다음에 만나면 또 물어볼 거면서 뭐 하려고 꼬치꼬치 묻는지 너무 싫었다.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은 어르신들이 정말 내가 어디 사는지 궁금했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르신 혼자 사시거나 두분만 생활하시면서 대화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운행 중에는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몸이 힘들 때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 않을 때도 많은데 우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진상 이용자들을 만났을 때는 더 힘이 빠진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는 핀잔은 다반사고 과도한 요구를 할 때도 잦다. ‘24시간 운행’이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차량이 즉시 배차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용자 접수가 많으면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안내를 충분히 했음에도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이용자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렸음에도 동승한 보호자는 목적지가 다른 보호자를 그곳까지 데려다주라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막말을 하거나, 사료 포대 같은 무거운 짐을 옮겨달라는 요청은 수시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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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지만 요구가 심해지면 규정을 설명한다. 그러면 융통성이 없다거나 봉사 정신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온다. 사람들 눈에는 그저 운전대를 잡는 모습으로 비칠지라도 우리는 이동이 어려운 교통약자를 세상과 연결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도로를 달리고 있다.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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