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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3, 2026

[점선면]관계성 범죄, 또 후순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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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3월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최근 관계성 범죄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서울 송파구(10월 11일), 제주(10월 12일), 전북 전주·충남 아산(10월 13일) 등에서 여성들이 연이어 참변을 당했습니다. 관계성 범죄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일정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일컫는 말로, 가정폭력·스토킹·교제폭력 범죄 등이 포함됩니다.

관계성 범죄는 그 특성상 범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분리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잇따른 참변은 현행 제도가 양 측면에서 미흡한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스마트워치가 위급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범죄 피해를 막기는 어려워, 가해자에 대한 물리적 감시와 격리 조치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2일 제주의 한 호텔 앞 길거리에서 과거 연인 관계였던 남성으로부터 살해당한 40대 여성은 스마트워치를 착용했으나, 피의자가 이를 강제로 뜯어내 작동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마트워치의 한계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고도 살해당한 피해자가 17명에 달했습니다.

보호조치 지속기간 역시 한계로 지적됩니다.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는 최장 6개월,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최장 9개월까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혼 소송이나 형사재판 진행 기간이 통상 1~2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호를 받는 기간'이 '보호가 필요한 기간'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이죠.

피해자들이 범죄로부터 보호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보호받을 일이 없도록 가해자를 분리하는 일이 우선돼야 하겠죠. 가정폭력 임시조치와 스토킹 잠정조치 모두 피해자·동거인·가족의 주거 등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범죄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또 스토킹 잠정조치와 달리 가정폭력 임시조치에는 가해자에 대한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규정이 없습니다.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가 없어 가해자가 접근할 경우 피해자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죠.

경찰의 '뒷북 대응'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관계성 범죄로 살인사건이 잇따른 뒤에야 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관계성 범죄 4만3712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어요.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할 것이 아니라 치안 관리 역량을 근본적으로 높여야겠죠. 법원 역시 관계성 범죄의 특수성을 양형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관계성 범죄나 무차별 범죄에 대해선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강력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이번엔 정말 특단의 조치가 마련될까요.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대통령의 관심'은 희소한 자원이다. 어떤 것은 현장에 반영되는데, 어떤 것은 왜 그렇지 못한가"라며 "관계성 범죄 대책은 굼뜨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관계성 범죄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신종 범죄가 아닙니다. 이미 너무 많은 죽음이 있었고, 제도의 허점과 그 보완책들도 수없이 쏟아졌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이 벌써 5주년을 맞았습니다. 5년간 우리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또' 죽었다는 말은 이제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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