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erusalem PostIraq braces for renewed Iran conflict after 1,000 strikes on Kurdistan, 600 militia attacksESPN DeportesO'Shaquie Foster derrota al 'Vaquero' NavarretePunchPolice arrest two robbery suspects in BauchiInquirerBOC vows crackdown on smuggling after Zambales cigarette haulESPNBrewers 'chip away' at Rays again, rally to take 2-0 lead in World Series한겨레미군, 중간선거 후 이란 공격 계획 보고…짙어지는 전운Bollywood HungamaTiger Shroff’s spokesperson DENIES reports of actor’s statement to Mumbai Police: “This news is completely untrue”ZDF heuteAktuelle Pressemitteilungen des ZDF20 Minuten«Die meisten Ängste stammen aus der Sci-Fi-Literatur»Observador DesportoPorto isolado, Sporting joga hoje e há El Clásico na La LigaRadio-Canada« Ce sont les personnes les plus gentilles » : Obama se moque des tarifs contre le CanadaVilaWebEl discurs del retorn de Comín: “Per alt que sigui el preu, la independència és possible”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unday, October 25, 2026

[최정화의 사소한 세계]경쟁 아닌 것들의 경쟁

Translate

창작 수업을 듣는 대학 4년생 제자가 마지막 수업이 될 것 같다고 인사를 건넸다. 농사짓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상경한 지방 학생이었는데,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고 공무원 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했다. 순간 우울했던 대학 졸업반 시절이 떠올랐다. 평점 2점대의 형편없는 졸업성적표가 나왔고, 4년간의 습작품들은 공모에 내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캠퍼스 커플이었는데 연애에서도 보기 좋게 차였다.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쓸쓸하게 대학을 떠나 아쉬운 대로 100만원의 최저임금을 주는 출판사 편집부에 입사했다. 우울증 약을 삼키며 아무래도 탐탁지 않아 보이는 실용서를 윤문하면서 퇴근시간만 기다렸지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았다.

그에게 곧 다가올 시간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니 더 가보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대가의 혹독함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술가의 척박한 삶을 제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망설이자, 수업을 함께 듣는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계속 쓰자고 나섰다. 자신감이 떨어진 탓인지, 아니면 정말 그만둘 결심을 한 건지 학생은 나지막하게 “쉬고 싶어”라고 답할 뿐이었다.

그날 밤에는 20년 전의 신입사원 시절처럼 간만에 잠에 들지 못했다. 습작생 제자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나 자신의 태도 또한 어이없었다. 꿈을 따라 살고 있으면서도 꿈을 꾸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글을 쓰는 삶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케케묵은 다짐도, 등단하던 해 선배 소설가가 소설책 첫 페이지에 써준 ‘꿈을 꼭 이루세요!’라는 구절도, 어느 늦은 밤 술집 앞에서 한 시인이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줬던 ‘사람은 꿈을 꾸지 않으면 죽는다’는 대화도, 나를 지탱해준 많은 말 중 어느 것도 그에게 선뜻 건넬 수 없던 이유가…….

‘할 수 있다’ 외쳐야 버틸 수 있는 하루

꿈 이야기하는 대신 나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열심히 할 거면 계속 나오고, 아니면 이제 오지 마!”

조용한 타이름도, 넌지시 건네는 충고도 아니었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기 전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듯, 있는 힘을 다해 “할 수 있다!”를 세 번 외치듯, 큰 소리로 그렇게 윽박질렀다.

아침이면 몰려오는 걱정과 두려움, 간밤 꿈에 나타난 온갖 산란한 이미지들-출판사에서 온 리마인드 메일과 진탕 싸우고 헤어진 동료, 다 해져서 신기 싫은 헌 구두-의 틈바구니에서 길몽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들, 이를테면 엄마가 나에게 물병을 건넸다거나 하는 디테일들을 겨우 기억해내며 희망을 찾아보다가, 결국은 휴대폰을 꺼내 최신 댄스곡을 틀어놓고 겨우 기운을 차려 시작하는 하루. 입시는 벌써 30년 전에 끝났는데 나는 여전히 입시생 같다. “할 수 있다!”고 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하루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열심히 안 할 거면 오지 마’라는 말은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 하다는 말이었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음 청탁이 없는 것’이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글쟁이의 삶이었다.

지방으로 다시 내려가고 싶다는 학생에게 나는 진지한 조언이나 상담 대신, 술 한잔을 기울이며 구구절절 쏟아낼 고민을 들어주는 대신, 내가 해오던 방식 그대로를 해준 셈이다. 존나 버티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 말이다. 할 수 없을 것 같아도 “할 수 있다!”고, 하기 싫어도 “할 수 있다!”고, 쉬고 싶어도 “할 수 있다!”고, 아프고 병들어도 “할 수 있고, 할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들려주던 거짓말을 이제 제자에게 한다.

10년을 갈고닦아 좁은 신춘문예의 문을 뚫고 등단해도 청탁 한두 번 받기가 쉽지 않고, 출판사와 어렵사리 계약해 책을 출간해도 소설가 시늉하는 것은 더 어렵다. 등단한 작가들은 매해 다시 공모에 도전한다. 매번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밥이라도 먹고 산다.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자뿐인 책 한 권 팔기가 어려워 색색깔 굿즈를 동원하고, 표지에 파스텔톤을 입히고 반짝이를 뿌리고 에폭시까지 붙여본들, 내 책은 서점 매대 위에서 찾기 어렵다.

자고로 경쟁 아닌 것들의 경쟁 시대다. 노래도 경쟁, 요리도 경쟁인 시대에 문학이라고 해서 왜 경쟁이 아니겠는가? 고도자본주의 사회의 예술이란 수능 입시만큼이나 경쟁이고, 더 가진 자들이 더 가진 것들을 활용해 더 우월해질 수 있는 배틀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세상, 스스로에 건넨 거짓말

기원전에도 비극경연대회가 열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의 유명한 고전들은 경쟁을 뚫고 무대 위에 올랐고 등수가 매겨졌다.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를 쓴 소포클레스는 경연에서 24회나 선정된 다회 우승자였다지?

오늘도 나는 탈고한 장편소설을 예술지원 공모에 제출하며, 수능을 코앞에 둔 고삼이처럼 중얼거린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View the original on 경향신문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