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과 노란색 체더치즈, 색깔만 다를까…진짜 맛의 차이는 ‘숙성’에 있다
치즈의 진짜 개성은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풍미에 있다. pexels
햄버거에 넣는 노란색 체더 치즈와 와인 안주나 치즈 플래터에 자주 등장하는 흰색 체더 치즈. 같은 체더 치즈인데도 색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흰색이 더 자연스럽고 노란색은 인공적인 제품일까. 노란색 체더가 더 진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은 아닐까.
노란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체더 치즈는 영국 서머싯주의 체더 마을에서 유래한 치즈다. 일반적으로 소젖에 유산균 배양액과 응유 효소 등을 넣어 응고시킨 뒤 커드를 가공하고 숙성해 만든다. 완성된 치즈의 색은 흰색에서 연한 노란색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판매되는 체더 치즈는 선명한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 색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재료가 아나토(annatto)다. 아나토는 중남미 등에 자생하는 아치오테 나무의 씨앗에서 얻는 식물성 색소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량을 첨가하면 특유의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낼 수 있다.
캐나다 낙농가 단체인 캐나다낙농협회에 따르면 체더 치즈에 색소를 넣는 관행은 200여 년 전 영국에서 비롯됐다. 당시에는 소가 신선한 풀을 먹는 계절에 생산된 우유가 베타카로틴의 영향으로 더 노란빛을 띠었다. 이를 이용해 만든 치즈 역시 노란색을 띠었는데, 소비자들이 이런 색을 좋은 품질의 표시로 받아들이면서 색깔을 일정하게 맞추려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계절이나 사료에 따른 우유의 색 차이와 관계없이 일정한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아나토를 첨가하기도 한다. 반면 색소를 넣지 않은 체더 치즈는 우유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크림색이나 연한 노란색을 띤다.
그렇다고 노란 체더 치즈가 흰 체더 치즈보다 인공적이거나 품질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아나토는 치즈의 색을 내기 위한 재료이며, 일반적으로 치즈의 기본적인 맛과 향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맛의 차이는 숙성 기간에서
흰 체더 치즈와 노란 체더 치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진한 맛을 낼까. 색깔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제조 방식과 숙성 조건으로 만들었다면 두 치즈의 맛과 식감은 대체로 비슷하다.
체더 치즈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숙성 기간이다. 숙성이 짧은 치즈는 대체로 부드럽고 순한 맛을 낸다. 숙성이 진행되면 단백질과 지방 등이 분해되면서 풍미가 복합적으로 변하고, 특유의 톡 쏘는 맛과 감칠맛이 두드러진다. 수분이 줄어들면서 식감도 단단해지거나 잘 부서지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식품과학 연구진도 체더 치즈의 풍미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원유의 품질, 제조 과정, 숙성 조건 등을 꼽았다. 색소인 아나토 자체가 맛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2024년 국제학술지(Journal of Dairy Science)에 발표된 연구는 치즈의 색이 맛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연구에서 일부 소비자는 주황색 체더 치즈가 더 강한 맛을 낼 것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색깔에 대한 인식과 실제 맛의 차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치즈의 풍미를 가늠하려면 색깔보다 숙성도와 제품 설명을 살펴보는 편이 낫다. 미국산 체더 치즈 등 일부 제품은 숙성에 따른 풍미를 ‘마일드(mild)’ ‘샤프(sharp)’ ‘엑스트라 샤프(extra sharp)’ 등으로 구분한다. 대체로 마일드는 순하고 부드러운 맛, 샤프는 더 강하고 선명한 풍미를 뜻한다. 다만 이런 표기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체다 치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제조사마다 구체적인 의미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내 유통 제품을 고를 때는 포장에 표시된 숙성 정보와 맛에 관한 설명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양도 색깔보다 제품별 성분을 확인해야
흰 체더와 노란 체더의 영양 차이도 색깔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두 제품이 같은 원유와 제조 방식, 숙성 조건을 사용했다면 단백질과 지방, 칼슘 등 주요 영양소는 대체로 비슷할 수 있다. 아나토를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영양학적으로 우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제품의 영양 성분은 수분 함량과 지방 함량, 제조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영양을 고려해 치즈를 고른다면 색깔보다 제품 포장의 영양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요리에 활용할 때도 색깔보다 맛과 숙성도를 고려하면 된다. 흰 체더는 밝은색을 유지하고 싶은 파스타나 감자 요리, 치즈 플래터 등에 활용하기 좋다. 노란 체더는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넣었을 때 색 대비가 뚜렷해 먹음직스러워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는 시각적인 효과의 차이일 뿐, 어느 한쪽만 특정 요리에 적합하다는 건 아니다.
치즈를 녹여 소스나 그라탱을 만들 때는 색깔보다 수분과 지방 함량, 숙성도, 가공 방식이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숙성이 많이 된 치즈는 풍미가 강한 반면, 제품에 따라 녹였을 때 질감이 덜 부드러울 수 있다.
흰 체더와 노란 체더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취향과 용도에 달렸다. 흰색이라고 무조건 더 자연스럽거나 건강한 것도 아니고, 노란색이라고 맛이 더 진한 것도 아니다. 체더 치즈를 고를 때는 색깔만 비교하기보다 숙성도와 원재료, 영양 정보를 함께 살펴보자. 치즈의 진짜 개성은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풍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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