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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28, 2026

룰라의 ‘와츠앱 게릴라’는 어떻게 대선 판 뒤집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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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선 후보의 녹색·노란색 소셜미디어 운동에 동참한 룰라와 룰라를 지지하는 예술인들. 이들은 브라질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손으로 ‘L(엘)’자를 만든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엑스(X) 계정 팝존(@popzone) 갈무리
지난 17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선 후보의 녹색·노란색 소셜미디어 운동에 동참한 룰라와 룰라를 지지하는 예술인들. 이들은 브라질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손으로 ‘L(엘)’자를 만든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엑스(X) 계정 팝존(@popzone)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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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긴급 상황입니다!”

안드레 자노니스 브라질 하원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각) 새벽 메신저 와츠앱 채널에 올린 음성메시지에서 이렇게 외쳤다. 전날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에게 1.87%포인트 뒤졌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직후였다. 룰라의 노동자당(PT) 연립정부에 참여한 지속가능네트워크당 소속인 자노니스는 채널 이름을 ‘룰라의 군대’로 바꾸고 팔로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룰라에게 유리한 온라인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라는 것이다. 첫 지시 때 5만3천명이던 채널 팔로어는 결선투표일인 25일 1천만명까지 불어났다.

26일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룰라의 결선 승리를 이끈 일등 공신으로 ‘룰라의 군대’를 꼽았다. 1차 투표 패배 뒤 룰라 캠프가 공격적으로 편 소셜미디어 캠페인에서 메시지와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퍼지며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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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지난 25일 밤,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승리 연설을 하는 룰라 바로 옆에 자노니스가 있었다. 룰라가 그를 “장군”이라고 치켜세우자, 자노니스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된 “여러분, 긴급 상황입니다!”를 외치며 화답했다.

소셜미디어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의원의 아버지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8년 대선에서 핵심 선거운동 수단으로 부상했다. 당시 보우소나루 진영은 소수의 온라인 계정 운영자가 만든 콘텐츠를 지지자들이 와츠앱 단체방을 통해 퍼뜨리는 방식으로 지지세를 얻었다. 이후 온라인 동원은 우파의 강점으로 평가됐다. 보우소나루 의원 역시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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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캠프는 1차 투표 패배 후 높은 청년층 기권율을 보고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룰라의 참모 여럿을 취재한 워싱턴포스트는 1차 투표에서 유권자의 20%가 기권했지만 21∼24살에서는 기권율이 25%가 넘었다고 전했다. 룰라 캠프가 제트(Z) 세대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디지털 선거 운동을 강화해야 했지만, 룰라는 “휴대전화에 대고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눈을 보며 말하는 쪽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등 회의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자노니스 등이 건넨 휴대전화에 룰라가 즉흥적으로 “거리로 나갑시다!”라고 외친 짧은 영상이 몇 시간만에 조회 수 900만회를 넘기는 것을 목격하자 룰라는 소셜미디어의 힘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룰라의 지시로 ‘룰라의 군대’ 지휘를 맡게 된 자노니스는 브라질 국민 90% 이상이 사용하는 와츠앱 채널에서 “아직 자지 마세요”, “임무 전에는 밥 먹지 마세요”와 같은 말과 함께 룰라의 온라인 노출을 높일 과제를 하루에도 몇 번씩 지시했다. 정치학자 데닐지 홀츠하커는 비비시(BBC)에 “자노니스는 브라질 좌파에게 불가능해 보였던 일, 곧 소셜미디어를 장악하는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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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쪽의 온라인 선거 운동은 메타의 선거 개입 의혹이 커지며 더 거세졌다. 룰라 캠프와 시민단체는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와츠앱·페이스북에서 룰라 진영 콘텐츠의 노출이 제한된 반면 보우소나루의 계정은 더 널리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알고리즘을 흔드는 작전을 폈다. 브라질 매체 메트로폴리스의 지난 17일 보도를 보면, 룰라와 자노니스,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9시 정각에 우파가 즐겨 입는 노란색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룰라를 뜻하는 ‘엘(L)’ 손동작을 한 사진과 영상을 한꺼번에 올렸다. 수백만 건의 비슷한 게시물이 같은 시각에 올라오면 알고리즘이 이를 화제성 높은 콘텐츠로 판단해 더 넓은 이용자에게 추천할 것을 노린 전략이다. 이날 엑스(X)에는 ‘녹색과 노란색은 우리의 것’ 등의 문구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브라질 데이터 분석 기관 바이츠 컨설토리아에 따르면 룰라의 온라인 상호작용 수는 1차 투표 전 보우소나루의 1.14배였으나, 패배 뒤 3.5배로 뛰었다.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대선 결선 승리 뒤 연설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가운데)을 안드레 자노니스 연방하원의원(왼쪽 노란옷 입은 이)이 껴안고 있다. 상파울루/로이터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대선 결선 승리 뒤 연설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가운데)을 안드레 자노니스 연방하원의원(왼쪽 노란옷 입은 이)이 껴안고 있다. 상파울루/로이터 연합뉴스

개인 스마트폰이 없던 룰라도 직접 온라인 운동에 나섰다. 1차 투표 패배 다음 날 참모가 건넨 휴대전화로 셀피 영상을 찍은 것을 계기로, 결선 기간 매일 짧은 영상을 여러 편 올렸다. 지난 21일에는 하파에우 폰텔리스 피아우이주지사로부터 첫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 S26 울트라’를 선물 받았다. 그는 “이제부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브라질 국민에게 직접 많이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중남미를 연구하는 브라이언 윈터 정치분석가는 뉴욕타임스에 “20세기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서야 21세기식 선거운동을 하는 법을 알아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열기는 청년 중심의 거리 시위와 만나 힘을 키웠다. 1차 투표 다음날 니테로이의 플루미넨시연방대 학생들이 시작한 룰라 지지 시위는 리우와 다른 도시로도 번졌다. 이들은 보우소나루가 집권하면 쿠데타 시도로 가택연금 중인 아버지를 사면하고, 그에게 징역형을 내린 대법관들을 탄핵하겠다고 공언해온 점을 우려했다. 브라질 신우파를 연구하는 정치학자 카밀라 호샤는 가디언에 “(보우소나루가 집권하면) 그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고 유권자들과 노동자들이 권리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매우 분명했다"며 “그래서 룰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이번에는 그에게 표를 줬다”고 설명했다. 룰라는 승리 연설에서 “이번 결선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거리로 나선 브라질 청년들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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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는 승리했지만 브라질 좌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깊다. 81살인 룰라는 이번이 마지막 선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마땅한 후계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 진영의 보우소나루 의원은 45살로 비리 혐의 수사만 잘 피한다면 4년 뒤 돌아올 대선에서도 강력한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호샤는 “여론조사를 보면 룰라의 영향력은 여전히 매우 강하다”며 “노동자당 안에 그만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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