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만큼 깊어지는 휴식…멀고도 황홀한 섬, 몰디브

포시즌스 몰디브 리조트 두 곳
쿠다 후라·란다 기다바루 황홀
11시간 비행해 만난 ‘지상 낙원’
너스상어부터 만타 가오리까지
허니문·가족 여행지로도 최적
‘지상 낙원’. 이보다 몰디브를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천국에 가는 데 조건이 많듯 몰디브로 향하는 길도 만만치 않다. 직항이 없어 경유해야 하고, 비행 시간만 11시간이다. 집에서 출발해 리조트에 도착하기까지 하루, 돌아오는 데도 하루가 걸린다. 체력과 돈은 물론이고 번거로움을 감내할 결단력, 직장인이라면 넉넉한 연차까지 필요하다.
관광지 주제에 요구사항이 참 많다. 벨레나 국제공항 착륙을 앞두고 ‘이 돈이면 동남아를’이라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창밖 풍경에 입을 다물었다. ‘낙원’이라는 찬사는 역시 쉽게 붙는 게 아니었다. 누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던가. 아니다. 회사를 피해 도망친 곳은 낙원 그 자체였다.
민트빛 바다에 빠져든 낙원의 시간
벨레나 국제공항 앞 선착장에서 쾌속선을 타고 30분가량 달리면 ‘쿠다 후라(Kuda Huraa)’라는 섬에 도달한다. 현지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의 이 섬에는 민트색 파도와 음악,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바닷가 특유의 짠 내음은 나지 않는 이곳에 ‘포시즌스(Four Seasons)’가 자리 잡고 있다.
쿠다 후라에 위치한 포시즌스의 리조트는 몰디브 전통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초가지붕, 또 그에 대조될 만큼 현대적인 내부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해변과 라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기에 섬의 어느 곳에서 어떤 방향을 보든 에메랄드빛 바다를 놓치기는 어렵다.
판타지 영화 같은 풍광을 정신없이 눈에 담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허기가 진다. 그렇다. 오랜 시간 비행기와 배를 번갈아 타며 주렸던 몸이 음식을 부르는 신호다. 쿠다 후라는 작은 섬이지만, 독창적인 공간과 요리를 통해 몰디브의 하루를 더 풍성하게 해줄 식당이 여럿 포진해 있다.
대표 레스토랑은 바라바루(Baraabaru)와 칸두 그릴(Kandu Grill), 카페 후라(Cafe Huraa) 등이다. 투숙객의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정통 인도 요리, 이탈리아 요리, 아시아 요리 등을 즐길 수 있다. 몰디브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그릴 요리도 일품이다.
해 질 녘 리프 클럽(Reef Club)이나 선셋 라운지(Sunset Lounge)에서 바다를 보며 즐기는 식사, 술 한잔의 경험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루를 보내고 지는 다홍색 태양이 민트색 바다로 건네는 작별 인사는 그야말로 색과 빛의 향연이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은 비단 수면에만 펼쳐지지 않는다. 포시즌스 리조트에서 쾌속선을 타고 45분가량 달려 도착한 원해에는 몰디브의 자랑 같은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다. 오리발과 고글 등을 착용하고 바다에 뛰어들면 셀 수 없이 많은 가오리와 너스상어, 물고기를 볼 수 있다.
해양생물학계에서 ‘순둥이’로 불린다지만, 길이가 3~4m는 족히 될법한 너스상어가 오리발 끝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면 오금이 짜릿하게 저려온다. 싸우면 질 게 분명한 상어와 ‘니모’를 닮은 물고기까지 구경하다 보면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신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자연을 훼손하는 게 아닌 공존을 택했기에 포시즌스의 쿠다 후라 리조트는 해양학자들의 연구 공간으로도 쓰인다. 해양학자들은 그물에 걸리는 등 이유로 다치거나 자력 생존이 어려워진 바다거북 구조를 15년째 이어오며 150마리 이상을 구조 후 방생했다.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 바다거북 5마리를 구조했다고 한다. 지역 기관과 리조트 간 핫라인을 구축해 현지 어부 등의 제보를 받고 구조에 나서는 식이다. 인근 해역에서 배를 위험하게 몰아 돌고래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지 감시하는 것도 이곳 해양학자들의 역할이다.
스노클링도 이색적인 경험이지만, 각 객실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해변이 있어 바다 수영도 즐겨봄 직하다. 샤워 시설이 객실 내외부에 모두 있어 젖은 옷차림 그대로 객실로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 짠물이 코에 들어가는 게 싫다면 객실별 프라이빗 수영장을 이용해도 좋다.
리조트 선착장에서 전통 목선인 도니(Dhoni)를 타고 30m가량 이동하면 일상과 잠시 거리를 둘 수 있는 ‘우르자 나투로파시 아일랜드(ŪRJĀ Naturopathy Island)’가 있다. 올해 포시즌스가 새롭게 선보인 이곳은 자연요법을 중심으로 웰니스의 영역을 확장한 공간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생명력’을 뜻하는 우르자는 단순히 일시적인 피로를 해소하는 스파를 넘어 생활습관과 신체 상태를 고려한 개인 맞춤형 웰니스 여정을 제공한다. 전문 의료진이 동공과 혀, 맥박 등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현대 의료 장비를 동원해 체형·자세·생활 습관 등도 점검해 준다.
만타의 바다 너머, 고요한 숲의 위로
쾌속선을 타고 쿠다 후라에서 300m가량 떨어진 해상까지 나오면 소형 수상기(水上機) 이착륙장이 있다. 이곳에서 승무원 3명에 승객 8명 남짓이 탑승할 수 있는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에 올라 30분을 비행하면 포시즌스 리조트의 또 다른 자랑 ‘란다 기다바루(Landaa Giraavaru)’에 도착한다.
란다 기다바루는 울창한 열대 식생과 길게 뻗은 백사장, 광활한 라군이 어우러진 자연친화적 리조트다. 흔히 몰디브를 신혼여행지라고들 하는데, 이곳만큼은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넓은 공간과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춘 객실은 연인들은 물론, 가족 단위 투숙객에도 모두 안성맞춤이다.
1200여 개에 달한다는 몰디브의 섬 중 란다 기다바루만큼 호화로운 곳이 또 있을까. 리조트의 최상위 객실인 ‘4베드룸 란다 에스테이트’는 섬 남동쪽에 자리한 독립형 레지던스다. 실내 800㎡, 야외 2000㎡ 등 압도적 규모를 자랑하는 숙박 시설이다.
중동의 부호들을 비롯해 영국과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란다 기다바루는 몰디브 중서부 ‘바 아톨(Baa Atoll)’에 위치한다. 2011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특별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며 섬 어느 곳에서도 풍부한 산호초와 해양 생물 생태계를 구경할 수 있다.
투숙객을 가장 압도하는 경험은 ‘만타 온 콜(Manta on call)’이다. 바다의 온화한 거인이라 불리는 만타 가오리(대형 쥐가오리)를 만날 수 있는 스노클링 체험으로, 란다 기다바루 리조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만 해도 약 3500마리가 포착된 것으로 집계됐다.
쿠다 후라와 마찬가지로 란다 기다바루에서도 바다거북을 구조해 방생하는 등의 해양 보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거북이에게는 등에 개당 미화 500달러(한화 68만원) 남짓의 GPS를 부착해 이동 거리를 추적하기도 하는데, 한 거북이는 1개월 사이 160㎞를 헤엄친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 위기 어종의 부화 등을 추진하는 해양 연구시설 바로 옆에는 인근 해역에 사는 해파리나 작은 물고기를 전시한 수족관이 하나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자녀와 함께 둘러볼 수 있게 조성한 공간으로, 아이들을 위한 당일치기 해양 교육도 제공한다.
란다 기다바루는 다양한 지역의 요리를 인도양의 자연환경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미식으로도 고평가를 받는다. 백사장을 배경으로 한 블루 비치 클럽(Blu Beach Club), 라군 위에 자리 잡은 레바논 식당 알 바라캇(Al Barakat), 아시아 각국과 몰디브 요리를 선보이는 카페 란다(Cafe Landaa)가 대표적이다.
잘 놀고 잘 먹었다면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란다 기다바루의 중심부에는 리조트의 웰니스 철학을 담아낸 공간 ‘아유르마(AyurMa)’가 있다. 전통적인 아유르베다의 지혜와 현대적인 웰니스 접근을 결한 공간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뿐 아니라 자연환경과의 조화까지 추구한다.
쿠다 후라의 우르자와 마찬가지로 개인 맞춤형 웰니스를 제공하지만, 아유르마는 요가 테라피, 지구의 웰빙이라는 영역을 추가했다. 전문 아유르베다 의사와 자연요법 전문가, 요가 테라피스트가 총출동한다. 단순한 의료 진단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생활습관을 종합적으로 돌아보는 웰니스 경험에 가깝다.
특히 이른 아침 고요한 숲속에서 눈을 감고 체험하는 요가는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조용하게 재충전하는 기회가 된다. 빗소리를 들으며 명상하다가 슬며시 눈을 떠보면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몸과 마음의 안정감을 느껴볼 수 있다.
란다 기다바루에서의 시간은 특별한 경험을 넘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일깨운다. 고요한 숲과 잔잔한 바다, 그 안에서 마주한 생명들은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여유를 되찾게 한다. 섬을 떠나서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은 화려한 시설보다 그곳에서 느꼈던 평온함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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