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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정동칼럼]사법, 독립과 민주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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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은 ‘사법독립’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삼권분립과 재판독립을 규정한다.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고(101조), 법관은 독립하여 재판한다(103조).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 동의 아래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사법권에 대법원 구성 권한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독립하는 것은 사법부가 아니라 사법기능, 즉 법관의 재판이다. 법관의 재판은 대통령이나 국회는 물론이고 사법부도 간섭할 수 없다. 가끔 국회의원들이 법원행정처장이나 법원장을 상대로 개별 재판의 결과를 놓고 호통치는 장면을 보는데 위헌 종용에 해당한다.

왜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며 재판은 독립되어야 하는가. 주권자 시민이 피지배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왕이나 독재자를 배격하기 위해서는 주권자가 만든 규칙(법)에 통치자를 구속하여 ‘통치자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통치가 적법한지 통치자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으므로 법관은 통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재판한다.

나아가 법관은 다수로부터도 독립하여 재판한다.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처럼 다수결 원칙이 소수자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게 되면 소수자는 피지배자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때 사법은 다수결 원칙의 위헌·위법을 선언하여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 ‘소수자 보호, 기본권 보장, 통치권력 사법통제’를 위해 사법은 독립된다.

이런 설명이 무색하게 우리 사법은 독재를 막기는커녕 부역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재심에서 볼 수 있듯이 판사들은 통치의 위헌·위법에 눈감고 독재를 규범적으로 승인했다. 사법이 제 역할을 못한 이유를 우리 사회는 사법독립 침해에서 찾았다. 1987년 헌법은 대통령의 판사 임명 권한을 빼앗아 대법원장에게 주고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에는 국회 동의를 넣었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대법원 구성 권한 자체는 독립되는 사법권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 권한이 통치권력의 사법 장악을 위해 남용되면 사법독립 침해가 된다.

독립만 시켜놓으면 사법이 제 역할에 충실할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준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사법농단’이다. 고문한 것도, 재판을 감시한 것도, 판사들을 표적수사한 것도 아닌데 대법원장 및 사법행정 담당 판사들이 밖으로는 재판으로 국정에 협력하겠다 말하고 안으로는 개별 재판에 간섭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 재판 간섭은 사법부에 의한 재판 독립 침해에 해당하지만, 자발적인 유착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심지어 간섭을 받아들인 재판에 대해 ‘판사의 자발적 수용이므로 재판 독립은 지켜졌다’고 역설하는 것을 보며, 사법독립의 한계를 고민하게 되었다.

헌법에 따르면 재판이 독립된들 성역은 아니다. 헌법과 법률과 직무상 양심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판사가 반헌법적인 내용, 예를 들어 독재를 승인하는 재판을 한다면, 그 재판이 아무리 독립된 재판이었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면책될 순 없다. 한편, 사법권 역시 주권자의 신탁에 기초한 권한이므로 사법독립을 이유로 민주적 통제를 거부할 수 없다.

무엇보다 독립시켜 놓는다고 저절로 사법이 소수자 보호, 기본권 보장, 통치권력 사법통제에 전력을 다하게 되지 않으므로, 사법독립 보장과는 별도로 사법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지 감독하고 사법권을 내세워 지배권력이 되지 않도록 통제할 필요가 있다.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다.

그렇다면 주권자는 사법을 어떻게 통제하는가. 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사법권 전반에 대한 투명성 및 설명의무를 강화하며 법관의 책임을 높이는 등의 방법이 있다. 방청 및 판결 분석을 바탕으로 한 재판 비판도 효과적인 통제 방식이다. 다만, 그 통제가 사법독립을 침해하기에 이르러선 안 된다. 민주적 정당성만을 앞세워 대통령과 국회의 의사를 사법에 관철하려 하거나 (명백히 반헌법적 재판이 아닌 한) 재판을 이유로 법관의 신분 보장을 위협하는 것은 사법독립 원칙에 반한다.

충실 심리의 측면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었는지 의문이 드는 전원합의체 재판, 부적절한 예산 사용, 장기화되는 대법관 공백. 사법부의 과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재판들과 김건희 석방 가능성을 실질적 이유로 삼는 대법원장 탄핵 주장은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닌 사법독립 침해가 된다. 민주와 법치라는 헌법적 가치는 사법독립을 침해하는 방식으론 바로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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