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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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 나방, 민물진주조개, 귀뚜라미.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스타 동물’도 아니다. 하지만 영문학자이자 환경문학 연구자인 마이클 말레이(영국 브리스틀대 교수)는 이 평범한 4가지 생물종을 오래 들여다본다. 그의 말을 빌리면 “‘카리스마 있는 종’이 아니라 우리가 그 존재를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홀대”하는 ‘가장자리 종’이다.
‘아직 남아 있는 빛’은 자연에 관한 책인 동시에 이주와 소속, 상실과 멸종, 파괴와 회복에 관한 에세이다. 지은이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열살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주했고, 스무살 무렵 영국에 유학해 정착했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경험을 사라져가는 동물들의 삶과 포개어 본다.
예컨대, 유럽의 뱀장어는 강과 바다를 가로질러 놀라운 장거리 이동을 한다. 그러나 인간이 강을 막고 서식지를 바꾸면서 삶의 터전은 점점 좁아졌다. 지은이는 뱀장어의 쇠락하는 운명과 영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 사이 기묘한 연결성을 보면서 “많은 사람에게 현대의 경험은 뿌리내림이 아니라 집과 먼 타향 사이에서 좌초된 상태, 집 없음의 현실을 살면서 연결을 갈망하는 상태”라는 통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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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과 민물진주조개, 귀뚜라미 역시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다. 지은이는 우리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고, 무엇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지 되묻는다. 지은이는 잉글랜드에서 보낸 첫 여름의 어느 저녁 해가 저문 뒤에도 한참이나 푸르게 남아 있던 하늘빛을 잊지 못한다. 사라져가는 것들 곁에 오래 마음을 머무르게 하는 그의 시선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노래한 시인 윤동주의 마음과도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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