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 서프라이즈’ 노리는 트럼프, 서두를수록 북한만 ‘라이징’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 서두르는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마음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이란 전쟁, 치솟는 물가 등 불리한 판세를 대북 관계 개선으로 돌파하려는 것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 선거가 70여 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미국이 서두를수록 대화는 북한에 훨씬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김정은과 새로운 회담을 원하지만, 북한은 ‘서두르지 말라’고 하고 있다”며 북한의 반응으로 미루어 “북한이 두 정상의 회담 개최에는 강경한 조건을 설정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11월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 임기 한가운데 치러져 국정 심판의 성격을 띤다. 본래도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한 선거로 여겨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고민이 한층 깊다. 당초 최대 4~5주 안에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이란과의 전쟁은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은 물가를 밀어 올리며 여론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로 삼으려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에서는 대선과 중간선거일이 11월 초로 고정돼 있으며, 선거 막판에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벤트를 옥토버 서프라이즈라고 부른다.
하지만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 북한으로서는 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급한 상대에게 굳이 양보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시작도 전에 북한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라는 선물부터 안겼다. 그는 앞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목표가 ‘북한 비핵화’에 있냐는 취재진 질문도 회피한 바 있다.
2019년 5월13일(현지시간)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북 강경파이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첫 임기 때도 똑같이 일방적 양보를 했는데 이번 실수는 더 심각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훈련 축소)는 대북 억지력을 약화해 위협을 고조시킨다”고 경고했다.
볼턴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북 정책에서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한 인물로, 성과에 집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양보를 하지 않도록 견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성파’ 중심으로 꾸려진 2기 행정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도 북한의 반응은 냉랭하다. 오히려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하며 무력 도발을 했다.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내놓은 담화에서도 싸늘한 분위기가 읽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일정이 절반으로 축소된 것을 두고 “허수아비 군대의 운명” “인과응보”라는 조롱을 쏟아냈다.
미군은 북한의 무력 도발에도 ‘로키’로 대응했다. 주한미군을 비롯해 태평양 지역 미군을 담당하는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최근 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고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 인원이나 영토 또는 우리 동맹국들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긴장 수위를 높이지 않으며 협상 공간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부장도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훌륭하다”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한편 북·미 대화의 대가를 한국이 치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은 전통적으로 양측의 대화를 지지해 왔지만, 그것이 금전 요구나 미·이란 전쟁 지원 등과 연계돼 이루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 비핵화 포기, 주한 미군 규모 축소 등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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