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명 러너 달리다 사망한 까닭은...법의학자가 말하는 운동과 건강

운동은 건강과 장수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운동을 많이 할수록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일까.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지난 2일 본인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유성호의 데맨톡’은 운동과 수명의 관계를 법의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운동 중 급사의 원인과 주의 사항을 소개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은 수명 연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은퇴한 엘리트 선수 16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남성 선수의 표준화 사망비는 0.69, 여성 선수는 0.51로 나타났다. 일반인과 비교해 사망 위험이 남성은 31%, 여성은 49% 낮았다는 의미다.
운동 종목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1마일(1.6km)을 4분 이내에 주파한 주자들은 일반인보다 평균 5년 이상 오래 살았고, 마라톤 선수의 수명도 약 4.7년 긴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단거리 육상 선수는 일반인보다 수명이 짧은 경향을 보였다. 과거 일부 선수의 약물 사용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근력 운동 역시 장수에 도움이 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일정량의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은 전체 사망 위험이 약 15~17% 낮았다.
특히 주당 30~60분 정도 운동할 때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장시간 헬스장에서 운동하지 않더라도 주 2~3회, 한 번에 20~30분씩 꾸준히 근육을 단련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상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운동이 모든 위험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격렬한 운동이 잠재된 질환을 자극해 급사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유명 러너 짐 픽스다. 그는 52세에 달리던 중 사망했는데, 부검 결과 관상동맥에 심한 동맥경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격렬한 운동으로 심장 부담이 커지면서 혈관 내 동맥경화반이 파열되고 혈전이 형성돼 심근경색으로 이어진 사례다.
젊은 운동선수의 급사 원인으로는 비후성 심근증과 치명적인 부정맥이 꼽힌다. 무거운 중량을 들면서 숨을 참는 발살바 동작은 혈압을 급격히 높여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고강도 근력 운동을 하면 횡문근 융해증으로 근육 손상과 신장 기능 저하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권고한다.
유 교수는 “중요한 것은 운동량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 상태에 맞는 강도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운동 중 흉통이나 비정상적인 호흡곤란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은 장수의 중요한 조건이지만, 무리한 경쟁이나 기록 단축이 건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적절한 근력 운동, 충분한 회복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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