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품어주던 자리, 그 온기만큼은 오래 남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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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찐빵보다 따스하게 노숙인과 어르신들을 품어주던 곳이 찬기 도는 가을에 이사를 했다. 서울역 13번 출구 앞을 16년 동안 지켜온 서울 용산구 드림씨티 노숙인센터·선교교회(드림씨티)가 지난 28일을 마지막으로 경기 부천시로 터전을 옮겼다.
드림씨티는 2011년 우연식 목사가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헌금 없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 교회다. 쉴 곳 찾는 노숙인과 홀몸노인은 물론, 이곳에서 숙식하는 이들에게도 예배 참석을 권하지 않는다. 그 덕에 오갈 데 없는 이들이 마음 편히 쉬는 공간이 돼왔다. 지하 1층엔 컴퓨터 여러대와 바둑·장기판이 있고 1층에선 모여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다. 2층은 식당, 3층은 숙식하는 이들을 위한 침실이다. 옥상에선 담배를 피워도 된다. 숙식을 원하면 술을 끊어야 하지만, 서울역 근방에서만 마시지 않으면 된다.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유일한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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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후원으로 지금까지 왔지만, 임대료가 올랐다. 기존의 두배 이상으로 시세가 뛰어서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이라고 우 목사는 받아들였다. 노숙인이 줄어들기도 했다. 초창기엔 이용자 대부분이 노숙인이었지만 이젠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우 목사는 “부천에선 노인 사역을 중점적으로 하려 한다”며 “기초수급은 받아도 사회적 관계를 맺거나 정서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에서 쓸 건물은 서울역 앞보다 월세가 싸서, 차액으로 매일 무료 급식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곳은 서울역 인근에서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무엇보다 ‘쫓겨나는 기분’이 들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쉴 공간이 없어 막막하고 여기서 매일 보던 얼굴도 못 보게 돼 아쉽다”는 김태용씨.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한 곳이 사라지니 무료 급식을 어디서 기다릴지 모르겠다”는 양고성씨. “매일 새벽에 청소 때문에 사람을 내보내는 시설보단 이곳이 훨씬 마음 편하다”는 김아무개씨. 우 목사는 이들이 눈에 밟힌다. “제가 느끼는 아쉬움보다 이분들이 느끼는 아쉬움이 훨씬 크다는 게 안타깝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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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예배가 열린 저녁, 당장 내일부터 맘 편히 쉴 곳 없는 60여명이 웃는 얼굴로 2시간 동안 찬송가를 불렀다. 한 참석자는 “축복합니다. 과자 두개 있으면 하나 나눠 주는 것, 아시죠?”라고 말한 뒤 노래했다. 옆자리 어르신에게 자신의 스카프를 둘러준 한 봉사자는 “내가 가진 동전 한닢이라도 나눠 주고, 그것에 감사할 줄 아는 분들을 만나 행복했다”며 예배 내내 눈물을 훔쳤다. 이날도 드림씨티 앞에선 누군가 급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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