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올림픽 ‘19회 우승’ 한국인데…9년간 한번도 못이긴 이 나라

국제기능올림픽을 혹시 알고 계시나요. 아마 60대 이상인 분들이라면 기능올림픽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실 것 같습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선수들에게 박 대통령이 직접 훈장을 수여하던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국제기능올림픽 수상자들을 위한 카퍼레이드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1977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며 처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2015년까지 무려 19차례 종합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약 30년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정상에 오른 엄청난 기록입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한 번도 종합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중국이 계속 종합 1위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직전 대회까지 4회 연속 종합 1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오는 22일 개막하는 ‘2026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은 중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상하이 대회는 원래 2022년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분산 개최됐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대회가 중국에서 열리는 첫 국제기능올림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국제기능올림픽 1위
먼저 국제기능올림픽이 어떤 대회인지 간단히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올림픽’이라고 부르지만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과는 무관한 행사이며, 정식 명칭은 ‘WorldSkills’입니다.
17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이들이 출전하며,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기술의 숙련도를 놓고 전 세계 참가자들이 경쟁합니다. 대회는 2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야 한두 차례에 그칩니다.
그렇다면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어떤 종목으로 경쟁할까요. 이번 상하이 대회에는 총 64개 종목이 열립니다. CNC 가공이나 용접처럼 제조공장에서 사용하는 기술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분야와 서비스 분야 종목도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래픽디자인이나 클라우드컴퓨팅 같은 디지털 종목이 있고, 요리, 헤어디자인, 미용, 치기공 같은 종목도 있습니다. 이른바 사무직·영업직·연구직 등 전형적인 오피스 업무를 제외하고,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숙련 기술이 경기 종목이 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스포츠 올림픽처럼 1·2·3위에게 금·은·동메달을 수여하고 그 결과를 국가별로 집계합니다. 다만 기능올림픽의 공식 데이터는 메달 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메달과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여러 기준으로 국가별 성과를 비교합니다. 단순히 금메달 숫자만으로 한 나라의 전체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전체 메달 수와 관계없이 금메달을 가장 많이 획득한 국가를 기준으로 별도의 종합 순위를 발표해왔습니다. 한국이 1977년 처음 우승한 것을 포함해 19차례 종합 우승을 기록했다는 것도 이런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한국은 평균 점수 등 다른 지표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순위 기준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1977년 이후 기능올림픽에서 수차례 우승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육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공장에서 일할 숙련 기능인력의 필요성이 커졌고, 당시 정부는 전국에 공업고등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제조업 현장에 투입할 핵심 인력으로 양성했습니다.
국제기능올림픽 우승자들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처럼 국가적인 영웅으로 대우받았습니다. 이는 제조업을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컸습니다.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기능올림픽은 전국체전과 비슷하게 지역대회와 전국대회를 거쳐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선발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훈련합니다. 기능인력 육성에 대한 국가적 의지와 엘리트 스포츠 선수 육성 방식이 결합된 셈입니다.
실제로 이 시기 한국 제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전자, 조선, 기계·장비, 철강, 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제조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2010년 뛰어든 중국 7년만에 1위 차지
그런데 2010년 한국 앞에 무서운 도전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그해 중국은 국제기능올림픽기구(WSI)에 가입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파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7년 뒤인 2017년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중국은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금메달 수와 평균 메달포인트 모두에서 정상에 오른 것입니다. 이후 한국은 대체로 2~3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중국은 이후에도 계속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직전 대회인 2024년 리옹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일방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큰 격차로 앞섰습니다. 중국은 금메달 36개를 획득했고, 한국은 10개를 땄습니다. 평균 메달포인트도 중국이 3.17점으로 1위, 한국이 2.2점으로 2위, 스위스가 1.67점으로 3위였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국제기능올림픽의 압도적인 강자가 됐을까요.
중국이 국제기능올림픽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 한국이 이를 제조업 인재 육성에 활용했던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2024년 제47회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직후 중국 매체들은 “대회에서 직접 겨루는 것은 선수의 실기 능력이지만, 그 배후에는 한 나라의 산업 발전 수준과 기능인재의 질이 반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국제기능올림픽 성적을 통해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체계적인 육성 방식도 비슷합니다. 이번 상하이 대회를 위해 중국은 253개 기관에 64개 종목, 총 375개의 국가집중훈련기지를 지정했습니다. 종목마다 ‘주관 훈련기지’를 정하고 다른 훈련기지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도록 했습니다.
도전자가 1위가 되기 위해 기존 1위를 연구하고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기능올림픽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과정은 중국 제조업이 한국을 따라온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한국의 기술과 시스템을 배우고, 이를 거대한 내수시장과 인력풀을 바탕으로 확대해 격차를 뒤집는 중국의 성장 공식이 기능올림픽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여전히 국제기능올림픽 지원하는 삼성
우리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가운데는 대기업 소속 선수들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종목이 다양해지면서 최근에는 기업 소속이 아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선수도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삼성그룹 소속 선수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 소속 선수들이 꾸준히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능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삼성의 철학이 1970년대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국제기능올림픽의 주요 후원사이기도 합니다. 2007년부터 대회를 후원해왔고, 2013년부터는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인 OEP(Overall Event Presenter)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심장부인 상하이에서 중국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대표 선수들에게 후원사 ‘삼성’이라는 이름은 적지 않은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여러 혜택도 주어집니다. 금메달리스트에게는 훈장과 함께 최대 6720만원의 상금이 지급되고, 남성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산업기능요원 편입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각종 자격과 장려금 등 여러 지원이 뒤따릅니다.
산업경쟁력 2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처럼 국가도, 삼성도 여전히 기능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열정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국제기능올림픽을 바라보는 대중의 관심일 것입니다.
국제기능올림픽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축하고자 했던 한국 제조업은 지금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조선, 2차전지, 디스플레이 같은 시장에서는 이미 1위를 내줬고,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같은 분야에서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순식간에 기능올림픽 1위에 올라왔듯이, 중국의 큰 시장과 많은 인구, 국가적 지원과 실력주의 문화는 한국의 제조업과 점점 격차를 벌릴 것 같습니다.
친선의 목적인 기능올림픽과 달리 산업 경쟁력이 밀리면 기업이 망하고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과연 한국 제조업에 희망이 있을까요?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반드시 종합 1위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조업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몇몇 핵심 분야에서라도 우리 제조업이 확고한 세계 1위를 지켜낼 수 있다면 우리 경제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꼭 전통 제조업에만 집중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리, 헤어디자인, 미용, 치기공 같은 종목도 기능올림픽의 중요한 종목입니다. 산업적으로 본다면 콘텐츠, 음식, 뷰티, 헬스케어 같은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물론 핵심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2026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은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열립니다. 지금 한국의 관심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쏠리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위해 수년간 땀 흘린 우리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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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00 ▲ 3.37%
삼성전자가 22일 개막하는 상하이 대회에서 OEP 후원사로 참여합니다.
2007년부터 국제기능올림픽을 후원해왔으며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연속 종합 1위 속에서 한국 대표팀의 성과와 제조업 경쟁력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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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0 ▼ 3.26%
삼성중공업 소속 선수들이 꾸준히 참가해 온 국가대표 자격으로 상하이 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능올림픽은 제조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의 숙련도를 겨루는 무대로 국가별 경쟁 구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4회 연속 종합 1위 등 도전이 이어지면서 숙련기술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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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8,000 ▲ 4.36%
삼성전기 소속 선수들이 오는 22일 개막하는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합니다.
기능인력 양성에 대한 의지를 바탕으로 대회를 지원하며 다양한 종목에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기능올림픽을 계기로 숙련 기술의 가치와 제조업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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