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버스’에 놀란 가슴···‘책상 빼고 욕조 넣는’ 고시원 기준 개정, 열흘 만에 폐기
고시원에 욕조 설치를 허용한 국토교통부 건축기준 개정안을 풍자한 이미지를 담은 숏폼 영상 갈무리. 유튜브 오세훈TV
정부가 고시원에 책상 설치 의무를 면제하고 대신 욕조 설치를 가능하게 한 건축기준 개정안을 취소했다. 고시원이 더는 고시생이 아닌 일반 1인 가구 주거로 쓰이는 현실을 반영하려 했지만, 최근 ‘폐버스 주택’ 논란 등 열악한 청년 주거 문제를 정부가 홀대한다는 여론과 맞물리면서 폐기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행정예고한 고시원 관련 개정안을 두고 “고시원 이용자, 관련 협회, 언론보도 등을 통해 욕조 설치 완화 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국토부는 현행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중 고시원에서 실별로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 즉 책상 등 설치를 의무화한 규정을 삭제하고, 대신 욕조 설치가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에 대해 오는 31일까지 의견을 받을 예정이었다. 현재 고시원은 실마다 샤워 부스 설치만 허용하고 있다.
행정예고 당시 국토부는 “고시원이 1인 가구 주거로 활용되는 점을 고려해 안전과 무관한 일부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당 개정안이 지난 7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버스 하우스’ 논란과 엮여 정부·여당이 청년 주거 문제를 도외시하는 사례로 회자됐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등엔 폐버스를 쌓아올린 아파트 형태의 주택과, 고시원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욕조가 놓인 가상의 이미지가 함께 퍼져나갔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인도 인용했다.
고시원 거주자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홈리스행동·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은 지난 13일 낸 성명서에서 “이미 각 실내 샤워 부스가 있어도 습기 배출이 안돼 쓰지 못하는 이들도 허다하다”며 “고시원과 같은 비적정 주거에도 적용되는 최저주거기준을 만들고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국토부는 행정예고 기간 20일을 미처 채우지도 못하고 10일 만에 전격적으로 개정안을 취소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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