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부캉이’와 귀신고래를 향한 찜찜함…그들의 메시지는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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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 작가·‘한국귀신고래를 아십니까?’ 저자
부산 북항을 찾아온 상어 한 마리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요 뉴스가 됐다. 길을 잃고 부산 북항 친수공간으로 온 ‘부캉이’는 이제 제집을 찾아갈 만도 하건만 아직 요지부동이다. 어류는 수온에 가장 민감한데 목욕탕의 따뜻한 물처럼 ‘부캉이’는 지금 부산항의 수온이 무척 맘에 드나 보다.
옛날 같으면 10월에 부산 바다에 상어가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부캉이’를 볼 때 바다 수온이 과거보다 높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기후변화가 ‘부캉이’를 부산 북항 안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다 환경의 변화는 사실 일찍부터 감지되었다. 특히 ‘부캉이’보다 덩치가 큰 고래의 경우 그 회유 경로의 이상 변화가 벌써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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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회유하는 고래가 귀신고래인데,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 쪽에 사는 한국귀신고래와 북미 해안을 따라 서식하는 캘리포니아귀신고래로 나뉜다. 한국귀신고래는 여름엔 사할린섬 인근 오호츠크 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겨울이 오면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2011년에 한국귀신고래의 회유 경로에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그해 10월, 미국과 러시아 연구자들이 한국귀신고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자 사할린에서 7마리 귀신고래에 위성추적장치(GPS)를 붙였다.
그런데 한국, 일본 쪽으로 갈 줄 알았던 귀신고래가 오히려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알류샨 열도로 향했다. 북쪽 바다의 수온이 점차 높아지면서 결빙이 늦어진 탓일까? 그 귀신고래들은 베링해를 건너고 알류샨 열도를 지나 북아메리카 서쪽 해안을 따라 헤엄치면서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시애틀을 거쳐 멕시코의 바하캘리포니아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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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귀신고래 때문에 전 세계 해양 포유류 학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제는 귀신고래를 한국귀신고래와 캘리포니아귀신고래 두 무리로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은가 하는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그런데 불과 2년 전인 2024년에 미국인들을 흥분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대서양의 귀신고래는 1700년도에 멸종했는데, 멸종된 그 귀신고래가 200여년 만에 대서양의 북미 해안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해 3월에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잉글랜드 남쪽 바다에서 먹이를 먹는 귀신고래가 고래연구자들에 의해 촬영된 것이다. 당시 미국 방송사 엔비시(NBC)가 이 귀신고래의 활동을 생중계해 미 동부에서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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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된 고래는 등지느러미가 없는 대신 등에 한 줄로 늘어선 혹이 뚜렷하고 피부는 흰색 반점이 많은 회색으로 귀신고래가 확실했다. 200년 넘게 대서양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귀신고래가 다시 나타난 이 사건은 고래연구자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 이 동물은 이 해역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이건 정말 미친 짓이고 동시에 신나는 일이다”라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 놀라운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내놓은 가장 유력한 가설은, 태평양의 귀신고래가 러시아 북극해를 지나 대서양을 거쳐 지중해로 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해가 얼지 않으면서 왕복 3만㎞에 이르는 장거리 여행이 가능했다는 추정이다.
대서양의 귀신고래 출현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반가운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라는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도 부산 북항의 ‘부캉이’는 사람들에겐 인기 만점이지만 길 잃은 상어를 보면서 바닷속 삶의 조건이 뭔가 꼬이고 있구나 하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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