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중국 교실의 공통점…‘창문이 늘 왼쪽’에 있는 뜻밖의 이유
서울 시내 한 학교 교실. 칠판을 바라보고 앉으면 창문은 늘 왼쪽에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교실은 항상 비슷한 구조였다. 칠판을 바라보고 앉으면 왼쪽에는 창문이, 오른쪽에는 복도가 배치됐다. 학교마다 건물 구조가 조금씩 다르지만 유독 창문은 왼쪽에 배치됐다. 단순히 건물의 방향이나 운동장 위치 때문일까.
사실 교실의 배치에는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던 시대의 학교 설계 원칙이 숨어 있다. 이유는 책상에 앉아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빛이 들어오면 글씨를 쓰는 손과 팔이 빛을 가려 노트 위에 그림자를 만든다. 반대로 왼쪽에서 빛이 들어오면 손의 그림자가 글씨를 쓰는 부분에 드리우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학생들이 칠판을 보며 필기할 때 손에 가려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한 설계였던 셈이다.
이런 원칙은 일본에서 근대 학교 건축이 정착하던 시기에 구체적인 지침으로 등장했다.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 교육도서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893년 일본의 학교 위생학자 미시마 미치요시는 저서 <학교위생학>에서 빛을 반드시 왼쪽에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당시 표현으로 ‘손 그늘’이라고 부르며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학생의 손이 빛을 가리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후 1895년 일본 문부성이 마련한 ‘학교건축도설명급설계대요’에도 교실은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학생의 왼쪽에서 빛을 받도록 하라는 설계 원칙이 담겼다. 창문을 어느 쪽에 배치할지까지 학교 건축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한국의 교실 구조도 근대 학교 건축의 영향을 받았다.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2008년 실린 이정우 배재대 교수와 심우갑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06년 일본 통감부가 추진한 임시학사확장사업을 통해 일본식 초등학교 건축 양식이 한국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 세워진 관공립 보통학교는 단일 복도형 구조에 남향 교실을 배치하고, 채광을 위해 창문을 길게 설치하는 형태였다. 이후 한국에서도 표준 설계도에 따른 학교 건축이 확산됐다. 1962년에는 초등학교 표준설계도가 마련됐고, 1997년 폐지될 때까지 학교 건축의 기본 틀로 활용됐다.
그렇다면 교실 창문을 왼쪽에 두는 방식은 한국과 일본만의 특징일까. 그렇지는 않다. 중국에서도 오른손잡이 학생의 필기 그림자를 줄이기 위해 왼쪽에서 빛을 받는 교실 배치가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최근 중국 윈난대 연구진이 대학 강의실 9곳을 대상으로 채광 환경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대부분 교실의 주 채광창이 칠판을 바라봤을 때 왼쪽에 있었다. 연구진은 왼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오른손으로 글씨를 쓸 때 책상 위에 생기는 손과 팔의 그림자를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미국에서도 과거에는 비슷한 원칙이 학교 설계에 적용됐다. 미국 교육시설 관련 역사 자료에 따르면 20세기 초 학교 건축 전문가들은 한쪽 벽에 큰 창문을 설치하는 편측 채광을 권장하면서 창문을 학생의 왼쪽에 두도록 했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학생의 작업 공간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1907년 주 의회가 신축 학교의 채광과 환기 설계를 심사하도록 했고, 당시 교육감도 왼쪽에서 빛을 받는 방식이나 왼쪽과 뒤쪽에서 빛을 받는 방식을 권고했다.
하지만 모든 나라의 교실이 왼쪽 창문을 원칙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창문의 위치를 정할 때 필기하는 손뿐 아니라 건물의 방향과 지역 기후, 자연광의 양, 눈부심과 실내 온도까지 함께 고려한다. 영국 교육부가 2014년 발표한 학교 채광 설계 자료도 교실의 창문 위치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연중 햇빛의 양과 분포를 시뮬레이션해 적절한 밝기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의 초등학교 교실은 한쪽에서 빛을 받는 구조로도 충분한 채광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등학교 교실은 양쪽에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한국 역시 현재는 창문의 좌우 위치 자체보다 교실 전체의 밝기와 눈부심을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른 학교 환경위생 기준을 보면 자연채광은 주광률 5% 이상을 확보하되 최소 2% 이상이어야 하며, 교실 내 최대 조도와 최소 조도의 비율은 10대 1을 넘지 않아야 한다. 반사물로 인한 눈부심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공조명은 책상면과 칠판면을 기준으로 300룩스 이상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왼쪽에서 빛이 들어오는 교실이 모든 학생에게 최적의 환경인 것은 아니다. 왼손잡이 학생에게는 오히려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필기할 때 그림자를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태블릿이나 전자칠판을 사용하는 수업이 늘면서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화면에 반사돼 시야를 방해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교실 창문이 왼쪽에 놓인 데에는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던 학생들의 책상 위까지 살피려 했던 오래된 학교 위생학의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교실의 풍경에도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학습 환경과 시대의 생활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