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순서만 바꾸면 괜찮다?…한화 중복상장 길 터준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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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승계 작업의 마지막 단추로 꼽히는 회사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데다 ‘한화 3세 삼형제’가 지분 80%를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인 탓이다. 시장에서는 총수 일가가 한화에너지를 상장한 뒤 주가를 띄워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 과정에서 상장 자회사인 ㈜한화 주주의 이익이 모회사 한화에너지로 새어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중복상장’으로 자회사 일반주주의 이익이 희생될 우려가 있는 전형적 사례지만, 올해 마련된 중복상장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지난달부터 개정·시행된 한국거래소 상장·공시규정은 이미 상장된 모회사의 자회사를 새롭게 상장하는 경우만 중복상장 규율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 해당하는 모회사는 앞으로 주주영향평가와 주주보호방안 마련 등 5대 의무와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받는다. 반면 규제 시행 전에 형성된 중복상장이나 모회사보다 자회사가 먼저 상장된 중복상장은 해당사항이 없다. 2031년 이전에 상장할 계획인 ‘모회사’ 한화에너지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규제 대상을 ‘모회사 상장 뒤 자회사 상장’으로 한정한 배경에는 국내 특수성이 있다. 국내에서 중복상장 규제 논의는 엘지(LG)화학-엘지에너지솔루션 중복상장을 계기로 촉발됐다. 당시 엘지화학 자회사인 엘지엔솔이 따로 상장하면서 엘지화학 주가가 추락했다는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통상 자회사가 새로 상장하면, 이제까지 모회사 주가에 반영돼 있던 자회사 기업가치가 자회사 주가로 옮겨가면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더블 카운팅’(중복 계상) 문제다. 금융위에서 상장 모회사의 자회사가 새로 상장하는 경우만 규제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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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복상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또 다른 핵심 경로인 ‘이해상충’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될 경우, 모회사의 이익을 위해 자회사 일반주주한테 손해가 되는 의사 결정을 하게 될 유인이 높아진다. 특히 국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상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모회사에 집중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회사의 일감이나 ‘알짜 사업’을 모회사에 몰아줄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가 마련한 중복상장 규제 방안에는 이런 이해상충에 초점을 둔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규제는) 자회사 중복상장에 대비한 모회사의 일반주주 보호에만 치우쳐 있다”며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중복상장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온 외국 사례와도 대비된다. 실제 일본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중복상장 비율 자체를 점진적으로 낮춰왔다. 기존에 형성된 중복상장도 기업이 스스로 해소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가령 해마다 공시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중복상장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와 당위성, 이해상충 해소 방안 등을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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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재벌기업 총수 일가를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희생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우려가 적잖다. 한화에너지도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알짜 사업 떼주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현재 한화에너지 실적의 계열사 의존도도 낮지 않다. 지난해 한화에너지 매출의 28.0%가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에 증기와 전력을 팔아서 올린 매출이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가 최대주주인 상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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