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방송 노동현장 변화 만들어낸 ‘거대한 시작’의 이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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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고 오요안나님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한 비참한 노동 현실을 똑똑히 보게 해준 이름이며,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열사와 같은 이름입니다.”
15일 저녁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 광장, ‘엠비시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2주기 추모문화제’ 발언대에 선 윤은지 드라마 작가는 생전 본 적 없는 고인의 이름이 갖는 의미를 이같이 회상했다. 윤 작가는 오씨의 뉴스를 접했던 때 자신도 제작사 내 부당한 처우와 괴롭힘을 견디며 몸부림치고 있었다며 “제가 고인을 통해 용기를 얻었듯, 지금도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괴로워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빛과 연대의 손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오요안나라는 이름이 방송 노동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 낸 거대한 시작의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저도 함께 목소리 내겠다”라고 했다.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체인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다시는 등 단체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정계·노동계와 시민사회 인사뿐 아니라 추모 위원에 자원한 시민들까지 80여명이 모여 오씨의 빈자리를 기리고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돌아봤다. 문화방송 기상캐스터로 일하던 오씨는 동료들의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 2024년 9월15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노동자로 인정 받을 수 없는 프리랜서 신분이었던 탓에 오씨는 문화방송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등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딸의 죽음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고용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여긴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지난해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을 벌여 문화방송과 합의안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는 문화방송이 기존 직군을 없애고 정규직 기상분석관을 새롭게 채용하면서, 오씨와 같은 처지의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이 모두 계약해지를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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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문화방송 차별없는노조 위원장은 “엠비시는 프리랜서 신분이라도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기상캐스터들에게 우리의 투쟁을 핑계 삼아 계약을 해지했다. 어머님이 목숨을 걸며 요구했던 것들이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엠비시뿐 아니라 방송사에는 리포터, 작가, 영상 편집자, 피디 등 수많은 프리랜서가 고강도 노동과 고용 불안에 놓여 있다”며 “새롭게 선출된 엠비시 사장에게 요구한다.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의 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봐 달라”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오씨 어머니 장연미씨는 “세월이 지나면 딸에 대한 그리움이 잦아들까 싶지만, 지나 보니 아직은 많이 아프고 힘들다”며 울먹였다. 이어서 장씨는 “회사(엠비시)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을 여전히 하고 있다. 안나가 사망한 이후 입으로만 잘 하겠다 하고, (다른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는) 비정규직으로 근무 15년을 해도 전화 한통으로 해고했다”며 “엠비시가 정신 차려야 한다. 우리가 작년에 여기서 천막 치고 그렇게 싸웠는데, 그 이후에 정말 달라지려고 노력했나”라고 물었다. 장씨는 이후 문화방송 사옥 로비 추모공간에서 이어진 헌화 행렬이 끝나도록 딸의 사진 앞에서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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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대 천주교예수회 신부는 이날 추도사에서 “오요안나의 죽음으로 방송계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구조적 폭력과 차별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고 오요안나에게 빚을 졌다. 그리고 그의 죽음 덕분에 우리 사회의 일기는 조금 더 맑아졌다. 이제 하늘나라에서 좀 더 자유롭게 살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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