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선점 정전척 국산화…반도체 시장 뚫는다

지난 21일 찾은 경기도 오산시 지곶동의 이에스티 본사. 4층 품질관리실에서는 흰색 방진복, 방진모,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이 고순도 세라믹 반도체용 정전척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3차원 측정기를, 다른 한편에서는 초음파 측정기를 활용해 정전척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빛을 통해 정전척 단면의 균일도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처럼 3일 동안 반복되는 까다로운 측정을 거쳐야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영곤 이에스티 대표는 “실제 반도체 양산 라인에서 작동하는 정전척을 만들려면 소재 배합 비율, 공정의 정밀한 조건, 온도 제어 노하우 등이 중요하다”며 “이에스티는 그간 축적해 온 정전척 원천 기술을 반도체 분야로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설립된 이에스티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정전척을 개발·제조하는 업체다. 정전척은 정전기력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나 디스플레이 유리기판을 장비 내부에 고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공정 과정에서 제품의 위치 정밀도, 평탄도, 온도 균일도 등을 유지시키는 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진공 상태의 웨이퍼를 미세 오차 없이 정밀하게 고정하고 균일한 온도로 제어하는 게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정전척이 사용된다. 그간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정전척 기술을 선도하며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스티는 정전척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화에 나서며 일본 기업들이 쌓아놓은 진입 장벽을 허물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스티는 세라믹 원료 배합부터 고온·고압으로 구워내는 소결 공정과 정밀 가공에 이르는 정전척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외 후발 주자들이 쉽게 넘어올 수 없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했다.
정전척은 고열과 강한 플라즈마 환경에 노출돼 손상이 불가피한 소모성 제품이다. 정전척이 손상될 때마다 고가의 신품으로 교체하는 건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엄청난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스티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원천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 대비 60~70% 저렴한 정전척 재생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2건의 성능 평가 가운데 21건에서 양산 적용 승인을 받을 정도로 이에스티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정전척으로 70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2028년에는 매출이 37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에서 나온 정전척 원천 기술
이에스티의 정전척 기술은 원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출발했다. 디스플레이 유리기판 면적이 커지고 얇아지면서 이를 휘지 않도록 고정시켜야 하는데, 이때 정전척이 사용된다. 정전기력을 이용해 기판이 휘는 현상을 방지하고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정전척이 돕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면적 디스플레이 공정에선 미세한 열로 인한 변형과 휘는 현상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기술로 정전척이 필수가 됐다”며 “이에스티는 8.6세대 대면적 바이폴라(양극형) 정전척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선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스티는 8.6세대 초대형 공정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존 6세대 디스플레이 라인에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6세대 라인에서는 디스플레이 기판 규격이 상대적으로 작아 기계식 클램프나 일반 고정 장치만으로도 고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6세대 라인에서도 고해상도 OLED 패널 생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휨 현상∙열 제어가 필요해졌다.
김 대표는 “대면적 디스플레이 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던 정전척 기술이 기존 6세대 라인으로 역이식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6세대 라인으로의 적용 확대는 이에스티의 외연 확장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올레도스, 글래스코어 시장 공략
이에스티의 차세대 성장 동력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용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인 올레도스(OLEDoS)와 첨단 패키징용 글래스코어(유리 기판)다. 이에스티는 초고휘도 적·녹·청(RGB) 올레도스 공정에 최적화된 초정밀 정전척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글래스코어용 정전척 개발에도 힘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스티가 개발하고 있는 정전척은 기존 플라스틱 코어를 대체할 수 있는 유리 소재의 핵심 기판에 쓰이고 올 상반기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차세대 공정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기술 격차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정전척 연구개발(R&D)로 글로벌 소부장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입성을 준비 중인 이에스티는 최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6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인 1만600원~1만2400원 최상단인 1만2400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725억원 규모다. 이에스티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 자금을 반도체 정전척 생산설비 확충과 올레도스·글래스코어용 제품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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