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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6, 2026

문화재가 된 사람들…‘국중박 분장 놀이’ 3년치 몰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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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분장놀이 역대 우승작들. 2024년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 코스프레로 대상을 받은 이은미씨, 2025년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재현한 ‘귀에 걸면 귀걸이’팀, 2026년 ‘백자 잉어 모양 연적’으로 변신한 전은슬씨.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분장놀이 역대 우승작들. 2024년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 코스프레로 대상을 받은 이은미씨, 2025년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재현한 ‘귀에 걸면 귀걸이’팀, 2026년 ‘백자 잉어 모양 연적’으로 변신한 전은슬씨.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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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처음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 분장놀이가 해를 거듭할수록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지난 19일 대상을 받은 ‘백자 잉어 모양 연적’를 비롯해 그동안 어떤 문화유산들이 재현되며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을까요?

시작은 2024년 10월6일 국중박에서 열린 ‘국중박 정모’ 행사였습니다. 여기 한 코너로 코스프레 축제인 ‘국중박이 살아있다’가 진행된 건데요. 사전 예선을 통과한 20개 팀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문화재 ‘복사’ 능력과 창의력을 뽐냈어요. 국중박은 당시 “박물관을 어렵게 생각하는 청년 세대가 박물관을 편하게 방문하고 싶은 모임 장소로 떠올리게 만들고자 만든 자리”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국보 제287호 ‘백제 금동대향로’부터 김홍도의 풍속화 ‘씨름’까지,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은 단숨에 사람들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창의성과 완성도 등을 종합해 대상을 뽑았는데, 국보 제86호인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코스프레한 이은미씨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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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품 분장놀이 축제 ‘국중박이 살아있다’에서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코스프레한 이은미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놓인 탑. 연합뉴스, 국가유산청 누리집 갈무리
2024년 10월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품 분장놀이 축제 ‘국중박이 살아있다’에서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코스프레한 이은미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놓인 탑. 연합뉴스, 국가유산청 누리집 갈무리

국중박에 다녀와본 분이라면 ‘혹시 그거?’라며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려시대 문화재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국립중앙박물관 중앙 로비에 놓여있으니까요. 경기도 개풍군(현재 북한 개성시)의 절에 있던 이 탑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무단 반출됐다가 돌려받아 1960년 경복궁으로 옮겨 세워놓았는데요. 이후 국중박으로 왔습니다.

이씨는 탑 테두리의 정교한 모양을 프릴 장식을 통해 묘사하며 자신만의 탑을 만들어냈는데요. 이씨는 당시 “매년 행사가 열려 다양한 유물을 소개할 수 있으면 한다”고 ‘연합뉴스’에 소감을 밝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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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수상작(왼쪽)과 모티브가 된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및 누리집 갈무리
국립중앙박물관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수상작(왼쪽)과 모티브가 된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및 누리집 갈무리

이씨의 바람대로 이듬해인 2025년에도 행사가 열렸는데요. 이번엔 ‘국중박 분장놀이’로 이름을 바꿔 단독 행사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인스타그램에 제작 과정을 공유하며 소통했는데, 이쯤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가 되기 시작했어요.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표현한 ‘귀에 걸면 귀걸이’, 신라 서봉총 금관을 재현한 ‘금이야옥이야’,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으로 분장한 ‘재롱이와 솔솔이 연합’ 등이 ‘톱텐’에 뽑혔죠.

이 가운데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이 대상을 받았는데요. 지난해 9월27일 국중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박지를 뒤집어쓴 듯한 모양으로 레드카펫 위에 올라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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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수상작(왼쪽)과 모티브가 된 호작도.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및 누리집 갈무리
국립중앙박물관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수상작(왼쪽)과 모티브가 된 호작도.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및 누리집 갈무리
2025년 9월2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5 국중박 분장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석조약사불좌상 분장을 한 채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9월2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5 국중박 분장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석조약사불좌상 분장을 한 채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은 높은 화제성에 힘입어 티브이엔(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양쪽 귀걸이로 분한 강한민·권형순씨는 사촌 관계로, 에어 캡과 금색 래커를 사용해 열흘에 걸쳐 의상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행사와 방송 등을 통해 보물 제2001호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역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올해엔 판이 더 커졌습니다. 국중박뿐만 아니라 전국 14개 국립박물관 모두가 참여한 건데요. 국립춘천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등 4곳에서 각각 본선을 치른 뒤 서울에서 결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확대됐어요. 전국에서 275개 팀이 경합했는데, 1만여명의 관람객이 모였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고 해요.

그리고 지난 19일 25개 팀이 대망의 결선 무대에 올랐습니다.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기마 인물형 토기’, ‘얼굴무늬 수막새’, ‘간돌검’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참가자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재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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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엄품’를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엄품’를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상은 ‘백자 잉어 모양 연적’으로 변신해 생동감 있게 표현한 대학생 전은슬씨가 받았는데요 . 전 씨는 머리와 팔다리를 파란색으로, 몸통은 흰색으로 감싼 뒤 생선 비늘을 그려 넣었어 요 . 조선시대 잉어 모양을 형상화해 만든 연적 ‘백자청화이형연적’을 재현한 겁니 다. 전씨가 바닥에 누운 채 발끝으로 잉어 꼬리를 재현하듯 팔딱거리자 관중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고요 .

유튜브 채널 ‘연합뉴스티브이(TV)’ 중계 영상,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유튜브 채널 ‘연합뉴스티브이(TV)’ 중계 영상,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대상’ 호명을 받자 눈이 촉촉해진 전씨는 “제가 평소에 뭘 잘하는지도 잘 모르고 취준생이라서 뭘 해야 될지도 몰랐는데 이번 대회에서 수상함으로써 많은 용기를 얻었다”며 감격해했습니다. 전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솔직한 소감을 밝히자 관중들은 큰 박수로 응원했고요.

‘박물관을 어렵게 생각하는 청년 세대가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라는 처음 기획 취지는 효과를 보고 있을까요? 여러 이유가 복합된 결과겠지만, 관람객 수 증가 추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중박을 찾은 이들은 525만4884명으로, 지난해 10월15일 500만명을 넘긴 것에 견줘 한 달 반가량 빠른 속도로 늘었는데요. 1945년 개관 이래 최단 기록입니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 650만명을 돌파하며 처음으로 관람객수 기준 세계 3위를 기록했는데, 올 연말에도 좋은 기록을 세울 거로 예상돼요.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기마인물형토기’를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기마인물형토기’를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뮷즈(뮤지엄과 굿즈의 합성어)가 유행인데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지난해 기준으로 내놓은 구매자의 연령 통계를 보면, 10대 9.8%, 20대 12.5%, 30대 35.4%로 30대 이하가 절반 이상(57.7%)을 차지했다고 해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진 것도 맞는 거 같죠?

국중박 관계자는 “국중박 분장놀이가 3년차를 맞아 더욱 큰 호응을 얻으며, 젊은 세대가 문화유산을 즐기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가족 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서 박물관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추석에 가족과 국중박 등 전국의 국립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단, 9월25일 추석 당일은 국중박 포함 전국 14개 국립박물관이 일제히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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