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유치원” vs “탈북청소년 학교”···폐교 부지 갈등 재점화된 강서구
서울 강서구 옛 염강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있는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박민규 기자
서울 강서구 옛 염강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짓는 안을 둘러싸고 지역 사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취약계층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당초 약속했던 유아 교육 시설이 축소·변경됐다며 맞서고 있다.
여명학교는 서울 유일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대안학교다. 2004년 설립 후 중구 명동 등을 거쳐 2019년 은평구 이전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대 집회와 서명운동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2023년 3월부터 옛 염강초 건물을 빌려 임시로 운영해 왔다. 내년 2월 임시사용 만료를 앞두고 지난 7월 통일부와 서울시교육청, 현대차그룹이 신축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60억원을 출연해 운동장 부지에 새 건물을 짓고 교육청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번 반발이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나 ‘탈북민 배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2020년 염강초 폐교 당시 교육청이 약속했던 ‘공립 유치원 및 유아체험시설’ 계획이 여명학교 신축으로 밀려났다고 주장한다. 주민 A씨는 “동네에 유치원이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 통원을 보내고 있다”며 “주민 동의도 없이 3년 임시사용이 영구 건립으로 둔갑한 것을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열린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 내 유아교육 진흥원과 여명학교 교사(校舍) 건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여명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공간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경계 섞인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다. ‘여명학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오픈카카오톡 방 등에서는 “탈북민들은 중국어로만 대화한다더라” “유아시설 옆에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가 들어서면 불안하다”는 식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찬성 측과 학교 측은 사회적 배려 대상인 탈북 청소년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B씨는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마저 님비 논리로 반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양측의 이견은 지난 17일 열린 2차 주민설명회에서도 좁혀지지 않았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이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며 무릎을 꿇자, 반대하는 주민들도 같이 무릎을 꿇으며 여명학교 건립을 반대하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7일 주민설명회에서 “학교 건물 신축 자체는 계획대로 추진하되 주민들이 우려하는 통학로 보행 환경, 교통 혼잡, 소음 문제 등은 충분히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소규모 주민 간담회 등을 추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협약에 따르면 학교 측은 내년 10월 착공해 2028년 말 완공, 2029년 3월 개학을 목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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