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람에 20년 투자, 외국 투자자는 무엇을 보나 [지평 기후에너지리포트]

해상풍력특별법이 지난 3월 시행됐다. 정부 목표는 2030년까지 10.5GW 준공 또는 착공, 2035년까지 누적 25GW 보급이다. 먼저 우리가 겸손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목표는 한국 내의 금융과 공급망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상풍력 1GW의 총 수명주기 비용은 약 9조원이라는 정부 추산이 있는데, 25GW면 200조원이 넘는다.
전용 배후항만은 목포신항 한 곳뿐이고 해상풍력 설치선은 3척밖에 없다. 국산 터빈 사업에 국제 금융을 받은 사례는 없고 국산 20MW급 터빈은 이제 설계를 시작했다고 한다. 해외 개발사의 경험과 글로벌 제조사의 공급, 해외 대주의 자금이 같이 들어와야만 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외국 투자자의 판단은 갈린다. 보도에 따르면 코리오제너레이션은 한국 영업을 접었다고 한다. 오스테드는 인천 사업을 재설계하기로 했고 에퀴노르는 울산 부유식 사업을 중단했다. 베스타스는 목포 공장 투자를 미룬다고 한다. 덴마크계 CIP가 올해 상반기 입찰에서 약 1GW를 따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금리와 원자재 가격, 미국의 정책 변화 같은 글로벌 요인은 어느 나라에나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투자자에게는 한국에서만 생기는 질문이 있다. 이 사업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가. 그 과정의 불확실성을 금융기관에 설명할 수 있는가. 결국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묻는 것이다.
허가도 준공도 끝이 아니다, 20년 현금흐름까지 예측 가능해야 한다
발전사업허가는 시작일 뿐이다. 전기사업법상 준비기간 안에 사업을 개시하지 못하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고, 준비기간 연장도 허가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문제는 사업을 늦추는 요인이 꼭 사업자에게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군 작전성 협의는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이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0여 개 허가 사업 가운데 군 협의에 들어간 곳은 8곳뿐이라 한다. 계통이 없으면 발전소를 지어도 전기를 보낼 수 없다.
정부는 호남 해상풍력 접속권 가운데 약 10GW의 접속 시점을 2033년 무렵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환경 절차와 주민·어업인 협의에도 시간이 걸린다. 특히 어업인 협의는 절차와 보상 기준을 정한 제도가 미비해 사업자가 통제하기 어렵다. 인허가의 안정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적법하게 내준 양수도인가를 1년 만에 철회한 사례를 외국 투자자들은 기억한다.
제도의 공백으로 사업자가 이런 절차를 통제하기 어렵다 보니, 외국 투자자는 허가 자체보다 공사계획 인가와 군 협의, 계통 접속, 상업운전이 각각 언제 가능한지를 꼼꼼하게 살핀다. 불확실성은 금융모델에 반영되고, 그만큼 금융비용이 올라간다. 결국 외국 투자자가 보는 것은 ‘허가의 존재’가 아니라 허가 뒤에 이어지는 행정절차가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가이다.
사업을 완공해도 투자자는 발전소의 현금흐름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그 현금흐름을 정하는 규칙이 지금 바뀌고 있다. 지난 9월 법 개정으로 재생에너지 제도는 장기 고정가격 계약 중심으로 옮겨 가지만, 운영기준 상당 부분은 하위법령과 후속 제도에 남아 있다. 투자자가 묻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20년 뒤에도 지금 예측한 현금흐름이 그대로 나오는가다. 그 답은 오늘의 제도가 아니라 20년 동안 제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 안정성으로 경쟁하는 나라들에서 배운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대만이다. 대만은 2017년 시범 터빈 두 기로 시작해 약 10년 만에 4.8GW를 설치하였고, 그 투자금은 대부분 외국에서 조달했다. 아시아 첫 상업 규모 해상풍력 PF였던 포모사 1단지에는 덴마크와 독일, 네덜란드의 수출신용기관이 들어왔고 한국무역보험공사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대만 해상풍력 금융의 90%가 해외 자금이라는 업계 추산도 있었다.
대만도 제도를 바꾼 적이 있다. 2019년 말 발전차액을 내리자 개발사들의 사업계획이 흔들렸다. 부품 60%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하라는 국산화 요건은 EU가 WTO에 제소한 뒤 2024년 폐지됐다. 제도를 고친 뒤 외국 투자자는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오스테드 창화 2단지 금융에는 은행 25곳과 수출신용기관 5곳이 참여했다.
영국과 일본도 이 예측 가능성을 계약과 제도로 만들었다. 영국의 차액계약(CfD)은 가격을 매년 물가에 연동하고 법령이 바뀌어 생기는 위험을 계약으로 보호한다. 지난해 계약기간을 20년으로 늘렸고 올해 초 입찰에서 역대 최대인 8.4GW가 낙찰됐다. 일본은 미쓰비시상사가 1차 입찰 사업에서 철수하자 재입찰 제도를 고쳐 앞으로의 자재비 상승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반대로 발전차액을 소급해 깎은 스페인은 수십 건의 국제중재를 당했다.
제도를 세우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한국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별법은 예비지구 단계에서 해양환경과 해상교통, 군사작전 영향을 먼저 보게 했고 사업자 선정에서도 발전단가와 함께 재무건전성과 자금조달능력, 수용성을 본다. 기존에는 허가를 받은 뒤 기관마다 협의하며 불확실성을 하나씩 풀어야 했다면 새 제도는 주요 위험을 앞단에서 확인한다. 다만 이미 허가를 받은 사업은 종전 전기사업법 체계로 계속 가야 하므로 새 제도의 앞단 검토와 일괄 인허가를 누리지 못한다. 정부가 검토 중인 장기계약의 가격조정 기준도 투자 결정 전에 예측 가능해야 한다.
외국 투자자가 바라는 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다. 해상풍력 제도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되는 것이고,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투자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리스크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해상풍력에서 중요한 것은 바람의 세기만이 아니다. 그 바람이 전기로 전환되는 제도가 20년 동안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작동하느냐다. 한국의 바람은 충분하다. 이제 외국 투자자가 그 바람에 20년을 투자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지평 기후에너지리포트]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 분야 정책 변화부터 사업개발, 투자, 인허가, 분쟁까지 주요 법률 이슈를 짚고, 기업이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고세훈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 기후에너지센터장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기후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태양광ㆍ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에너지 분야 분쟁 및 해외 프로젝트 자문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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