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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7, 2026

단 하루도 안 쉬었다…한국인 최초 글로벌 호텔 총괄 오른 여성 정체 [호텔 체크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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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인터뷰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에 한국인 첫 발탁해 눈길
럭셔리·이코노미 호텔 중심으로 시장 양분 전망
국내 27개 호텔 꾸준히 돌며 수익성·친환경 경영

“33년간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한국인이 처음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의 한국 운영 총괄에 올랐다. 그동안 프랑스 본사 출신이 맡아 온 자리에 현지인이 임명된 것이다.

아코르는 지난 8월 조민숙 부사장을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개관 지원부터 합작 파트너십, 본사 협업까지 한국 내 아코르 호텔 27곳의 운영 전반을 총괄한다. 조 부사장을 만나 호텔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과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초’의 기록으로 쓴 호텔 경력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내부 수영장 / 사진=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내부 수영장 / 사진=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조 부사장의 커리어는 국내 특급호텔이 성장해 온 시간과 함께했다. 1993년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리츠칼튼과 조선호텔을 거쳐 2009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세일즈·마케팅 부장으로 아코르에 합류했다.

2011년에는 아시아에서 12명만 뽑는 총지배인 양성 과정 첫 기수로 선발됐다. 이후 한국 첫 이비스 호텔인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강남 총지배인을 맡았고, 2015년에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명동 개관을 이끌었다.

2018년에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의 첫 총지배인으로 부임했다. 호텔과 레지던스를 합친 노보텔 최초 콤보 모델이자 글로벌 500번째 노보텔이었다.

2021년 조 사장은 아코르의 한국 첫 럭셔리 브랜드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개관 준비 총지배인에 도전했다. 글로벌 체인에서는 럭셔리 호텔을 외국인 총지배인이 먼저 오픈하고 3~4년 뒤 한국인이 이어받는 게 관행이다. 한국인이 처음부터 개관 준비를 맡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4년 7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가장 최근 초대 총지배인을 맡은 곳은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이다. 지금까지 담당한 호텔 중 객실 수는 가장 적었지만 운영 구조는 가장 까다로웠다.

한국 운영 총괄에 지원한 데는 자신의 승진이 후배들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작용했다. 발탁 비결을 묻자 조 부사장이 꼽은 답은 ‘끈기’였다. 그는 “꾸준한 걸 좋아해서 한 번도 쉬지 않았다”며 “그래서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국내 호텔 패키지 원조 만든 내공

설명 하고 있는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설명 하고 있는 조민숙 아코르 한국 운영 총괄 부사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조 부사장의 내공은 사원 시절 쌓은 영업과 마케팅 경험에서 나왔다. 1993년만 해도 호캉스란 말 자체가 없었다. 호텔에서 잔다고 하면 “정신 나간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던 때였다. 투숙객은 대부분 외국인이나 병원 진료차 서울에 온 지방 거주자였다. 호캉스는 2003년 무렵부터 늘기 시작했다.

웨스틴조선 마케팅 과장 시절 조 부사장은 화장품 브랜드와 손잡고 패키지 상품을 기획했다. 당시 호텔의 한 달 객실 판매량은 100실에도 못 미쳤다. 상사는 그런 호텔에 한 달 500실을 팔라고 주문했고, 그 주문이 패키지를 만든 출발점이 됐다. 이 패키지는 경쟁 호텔로 퍼져 지금 호캉스 상품의 바탕이 됐다.

호캉스의 시작은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조 부사장은 “호캉스 뿌리는 일본이라고 선배들에게 들었다”며 “집이 좁고 더치페이에 익숙한 일본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돈을 모아 주말에 호텔에서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떨던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돌아봤다.

마케팅팀 신입 시절부터 영업 현장까지 두루 거친 그는 고객을 직접 유치하며 호텔 운영 기반을 다졌다. 그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이 마케팅”이라며 “영업을 12년간 하면서 고객을 어떻게 유치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지금은 여러 브랜드의 호텔을 개관하며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는 데 힘을 쏟는다. 조 부사장은 “호텔은 개관 후 2~3년이 중요한데 오너의 기대와 현장 사이에는 간극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현지인으로서 오너를 설득하고 숫자로 실적을 입증해 신뢰를 쌓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고객, 재편되는 호텔 시장

아코르 ‘핸드리튼 컬렉션(Handwritten Collection)’ / 사진=아코르

아코르 ‘핸드리튼 컬렉션(Handwritten Collection)’ / 사진=아코르

방한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외국인 고객 중 중국인이 가장 크게 늘었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진 뒤 호텔마다 중국어 가능 직원을 배치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브랜드별 중국어 안내문을 제작하고 친환경 운영을 위해 QR 방식으로 바꿨다. 중국에 이어 유럽과 대만, 미국 고객이 늘고 있다.

조식은 국적에 따라 기대가 달라 평판 점수가 깎이기 쉽다. 조 부사장은 무작정 메뉴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낯선 음식도 고객이 쉽게 알아보도록 연출을 바꾸는 일이 먼저라고 본다. 그는 “김치를 한국 도자기에 담고 닭강정 옆에 ‘코리아 시그니처’ 안내판을 세우는 식”이라며 “고객이 무슨 음식인지 모르면 아무리 잘 차려도 소요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숙박 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땅을 사서 준공하기까지 3~4년이 걸리는 신축 대신 기존 건물을 호텔로 바꾸는 ‘컨버전’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아코르는 매뉴얼에 그치지 않고 세밀한 운영 노하우까지 나누는 유연함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국에는 현재 아코르 호텔이 27곳 있다. 일본 45곳, 인도네시아 100곳 이상과 비교하면 확장 여지가 크다.

서울 호텔 객실료가 많이 올랐지만 조 부사장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아직 멀었다”며 “일본 특급호텔은 1박에 120만~150만원 수준인데 인건비와 물가가 오르는 한국도 장기적으로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 가격대 시장은 줄고 럭셔리 호텔과 이코노미를 중심으로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호텔마다 개성을 살린 소프트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다. 조 부사장은 “한국은 비교적 보수적인 시장이라 지나치게 자유로운 형태의 공유 숙박보다 미드스케일 라이프스타일 호텔(가성비 있는 3성급 호텔)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아코르에도 ‘핸드리튼 컬렉션(Handwritten Collection)’이라는 소프트 브랜드가 있다”고 소개했다.

현장 경영과 오래 가는 호텔

호텔은 오늘 팔지 못한 객실을 내일 다시 팔 수 없다. 한정된 객실을 매일 판매해야 하는 호텔업의 특성은 조 부사장이 현장 경영과 수익성,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부임 두 달 반 만에 한국 내 아코르 호텔 27곳을 모두 돌아본 그는 앞으로도 현장을 꾸준히 찾을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총지배인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이 호텔이 숙박료만큼의 가치를 돌려주냐’는 것. 지속 가능한 호텔이 되려면 가격과 브랜드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노보텔에서 럭셔리 서비스를 하려는 총지배인은 말린다. 노보텔은 노보텔답게, 이비스는 이비스답게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다. 총지배인이 떠난 뒤에도 손님이 믿고 찾을 만한 호텔이어야 평판이 이어진다.

수익성도 오래 살아남는 호텔을 가르는 기준이다. 호텔은 제조업과 달라서 오늘 만들지 못한 물량을 내일 더 팔 수 없다. 그 사이 인건비와 물가, 에너지 비용은 계속 오른다. 운영 효율과 수익성을 지키지 못하면 투자와 개발도 이어가기 어렵다.

친환경 경영에도 예상 못 한 난관에 부딪히곤 한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개관 당시 객실마다 정수기를 설치했지만 외국인 투숙객 대부분은 직접 뚜껑을 열어 마실 수 있는 생수병을 선호했다. 본사가 권하는 유리병 세척 시스템을 국내 현장에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장비를 들이려면 벤더사 인증을 거쳐야 하고 대형 세척기를 돌릴 165㎡(약 50평) 남짓한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영업 중인 호텔에서 별도 공간을 빼는 건 어렵다. 조 부사장은 “객실이 400개면 하루에 수거할 유리병만 1000병”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적은 동남아와 달리 한국에서 전담 인력을 따로 고용해 감당하기엔 벅차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아코르는 친환경 운영을 이어간다. 국내 모든 호텔이 국제 친환경 인증인 그린키를 받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에너지와 물 사용량은 시스템에 기록한다. 3년 치 누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인사 평가에 반영한다.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는 전문 기관 검증을 거친 탄소 저감 메뉴를 곧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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