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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13, 2026

학생 기자들이 바꾸는 세상 [시민편집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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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이타카의 코넬대 캠퍼스에서 지난 5일 학내 남학생 동아리 회원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이타카의 코넬대 캠퍼스에서 지난 5일 학내 남학생 동아리 회원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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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희망이 절실한 나날, 학생 기자들의 거침없는 행보에 눈길이 간다.

미국에서는 코넬대 집단 성폭력 사건의 파장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2024년 집단 성폭력을 당한 여학생이 학교 당국에 신고했지만, 대학은 가해자 2명만 퇴학시키고 나머지에게는 낮은 수위의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쳤다. 가해자 누구도 구속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자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나도 같은 일을 당했고 용기 내어 신고했지만, 술을 마셨기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실명으로 증언했다. 분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자발적 음주·약물 복용 시 항거불능을 인정받기 어려운 관련 법률의 문제를 지적하며 주 검찰총장을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한 대학의 사건이 성폭력의 정의를 바꾸는 ‘제2의 미투 운동’으로 확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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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공론화된 데에는 코넬대 학생 독립언론 ‘코넬 데일리 선’의 보도가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사건 직후부터 2년간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왔다. 지난달 피해자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학생 기자들은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지면에 실었다. 보도의 핵심은 명문 코넬대가 사안을 투명하고 납득할 만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9월18일치 사설에 ‘코넬대가 공개하지 않기에 우리가 (가해자 이름을) 공개한다’는 제목을 달고 가해자 7명의 실명을 밝혔다.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의 이름을 명예훼손의 위험을 감수하고 공개한 것은, 가해자 실명 공개에 관대한 미국 언론 환경에서도 학생 언론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의 학생 언론은 트럼프 정권하의 민주주의 후퇴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이다. 학문의 자유와 이민자·유색인종 등 소수자를 탄압하는 정권의 행태를 파헤친 특종과 기획이 잇따른다. 시카고대 학생 신문 ‘시카고 머룬’은 인근 지역의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 현황을 지도로 만들어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스페인어로도 제공한다. 캘리포니아 학생 언론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마저 트럼프 정권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기 압박에 굴복하는 모습을 생생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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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를 매료한 것은 중고등학생들이 운영하는 독립언론 ‘토끼풀’의 행보다. 토끼풀은 2024년 서울 은평구 연신중학교의 학내 매체로 출발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관련 보도는 학교 쪽의 신문 폐기와 동아리 등록 취소라는 탄압으로 이어졌다. 이후 학교 밖으로 나와 여러 중고등학생이 함께 만드는 독립언론으로 거듭난 토끼풀은 배재고 사태 때 제보를 받아 특종 기사를 쓰는 등 날카로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이 지난 2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연 ‘신문법·잡지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이 지난 2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연 ‘신문법·잡지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이들은 올해 초 신문법의 미성년자 발행인·편집인 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년간 매달 신문을 내왔지만 이 조항 때문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식 언론이 받는 우편요금 감면 혜택은 물론, 보도 관련 분쟁이 생겼을 때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 절차도 이용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형사 고발이나 손해배상 소송의 압박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도 취재할 수 없다. 미등록 언론은 선거 취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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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 등 학생 매체의 고군분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언급됐다. 기자 출신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폭넓게 인정되는 언론의 자유가 유독 청소년 매체에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며, 언론단체의 견해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 학생 매체들의 주요 화두는 혐오의 확산과 우경화다. 토끼풀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 6월 창간한 경남 양산 지역 청소년 미디어 ‘새벽누리’ 기자들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영남 지역에서 어른들의 혐오가 재생산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어른과 아이의 혐오를 분리해 문제 삼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토끼풀 기자들도 시사인 인터뷰에서 “우리는 (극우 유튜브 등에서) ‘훈육’과 ‘구출’의 대상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방부 출입 기자들마저 탄압받는 세상에서 결기를 보여준 미국 학생 기자들, 입시 지옥에 시달리면서도 공동체를 취재하는 한국 학생 기자들을 ‘기특한 젊은이’로 보고 싶지 않다. 대학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교수의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 기자들이 두렵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그 누구도 이들의 이야기를 대신 써줄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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