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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13, 2026

코인거래소, 환전상이 되다…외환 규제의 새 경계 [D&A 관세·외환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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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국회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상자산을 국경 너머로 옮기는 사업자는 가상자산이전업자로 등록하고 그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필자는 개정법이 가상자산을 외환 질서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썼다(5월 27일자 D&A 관세·외환리포트 ‘외국환거래법, 가상자산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다’). 그리고 질문 하나를 남겼다. 소재지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는 가상자산이 ‘대한민국과 외국 간에’ 이전됐는지는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지난 7일 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이 그 답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의견 제출 기간을 거쳐 개정법과 함께 12월 3일 시행될 예정이다. 같은 개정안은 환전상 규제도 크게 강화했다. 상반기 환전영업자 1346곳 중 581곳은 외화 매입 실적이 아예 없었다. 개정안은 환전상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한편, 불법 송금에 가담하면 단 한 번의 적발로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했다. 두 규정이 한 개정안에 나란히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앉게 된 자리가 바로 환전상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환전과 송금 사이의 칸막이

개정안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간 이전뿐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 개인지갑 간 이전까지 ‘가상자산이전업무’로 정했다. 개인지갑으로 빠져나간 가상자산은 추적이 어려워 국경 간 이전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코인 인출을 막을 수 없는 이상, 대부분의 거래소는 가상자산이전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환전상은 외국통화를 사고파는 업자다. 그러나 국경을 넘는 지급·수령 업무는 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창구에 온 고객 본인과 외국통화를 사고팔 수 있을 뿐이다. 법은 환전과 송금 사이에 칸막이를 세웠다. 송금은 원칙적으로 외국환은행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적 연원을 따지면 환전과 송금은 원래 한 몸이었다. 중세 이탈리아 환전상들은 금화를 싣고 국경을 넘는 대신 환어음을 고안했다. 출발지 환전상이 현지 통화를 받고 어음을 발행하면, 도착지의 대리인이 어음을 제시받고 그 도시의 통화로 돈을 내준다. 그때는 환전이 곧 송금이었다. 오늘날의 환치기도 한국에서 원화를 받으면 해외 협력자가 현지 통화를 내주는 같은 방식이다. 환전 마진이 박한 환전상에게 송금 대행은 큰 유혹이다.

칸막이를 넘어 활동하면 무등록 외국환업무로 처벌된다. 등록 환전상이 고객이 건넨 엔화를 원화로 바꿔 ‘송금 명단’에 적힌 국내 계좌들로 나눠 보낸 사건에서, 대법원은 1·2심의 무죄를 뒤집고 정상적인 환전영업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고객 본인에게 원화를 내주면 환전이지만, 고객이 지정한 제3자에게 보내는 것은 국경 간 지급·수령 업무라는 것이다.

[챗GPT]

[챗GPT]

환전상과 닮은 가상자산이전업자의 자리

지급수단으로서의 위상만 놓고 보면,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원화로 바꿔주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역할은 달러를 매매하는 환전상과 다를 바 없다. 환전상과 가까운 만큼 국경을 넘는 송금과도 친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구조도 같다. 대법원은 가상자산 매매 당사자가 그 매매대금을 지급하거나 수령하는 행위 자체는 송금 업무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만 환치기 조직으로부터 약 175억원어치 테더를 받고 그 지시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를 내준 무등록 환전소 사건에서는 이를 외국환은행의 ‘타발송금 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이라고 판단했다.

환전상이 가상자산사업자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환전소를 운영하며 원화를 받아 중국 계좌로 위안화를 보내주는 환치기를 하다 처벌받은 사람이, 몇 년 뒤에는 중국인 의뢰인들이 보낸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수수료를 뗀 원화를 내주다가 다시 기소됐다. 법원은 이를 ‘환치기’에 비트코인이 중간 매개체로 추가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 5년간 관세청이 적발한 전체 외환범죄 중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사업자는 이번 개정 전까지 외국환거래법에 등장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외국환거래법이 가상자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법적 지위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었던 정부는 처음으로 가상자산의 이름을 인정하고, ‘가상자산이전업자’라는 이름으로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사업자의 자리를 마련했다. 여기서 가상자산 ‘이전업자’라는 이름에 오해가 없어야 한다. 개정안이 마련한 자리는 환전상의 자리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전업자가 국경 너머로 옮겨줄 수 있는 것은 이용자 본인의 코인이다. 이용자가 자기 코인을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옮기는 것을 처리하고 그 내역을 보고하는 것이 이전업무다. 고객의 지시에 따라 해외에서 받은 대가를 국내의 제3자에게 원화로 내주거나, 국내에서 받은 원화를 해외의 제3자에게 코인으로 보내주는 일은 여전히 칸막이 너머의 지급·수령 업무다. 고객 본인에게 원화를 내주면 환전이지만 송금 명단의 제3자에게 보내면 송금이 되는 환전상과 같은 구조다.

시행령이 넓힌 국경, 법률의 범위 안인가

법률은 가상자산이전업무를 대한민국과 외국 간에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것과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맡겼다. 시행령 개정안은 서울 사람이 자기 개인지갑으로 코인을 옮겨도 국경 간 이전으로 본다.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나름의 고민과 고충은 있었겠지만, 정부의 감시망을 벗어난 것을 국경을 넘은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보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감시자의 입장만 생각한 것은 아닌가.

최근 법원은 카지노 환전상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법률에 근거가 없는 고시가 덧붙인 확인 의무를 어겼다고 환전상을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시행령이 넓힌 ‘국경 간 이전’이 법정에 오를 때, 법원이 같은 잣대를 들이댈지 지켜볼 일이다.

상품이 국경을 넘고, 돈이 바다를 건너는 길목마다 관세, 대외무역, 외국환거래법이 촘촘히 놓여 있습니다. [D&A 관세·외환리포트]에서는 기업과 개인이 무심코 지나치는 그 길목에서 어떤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실무 최전선의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황인욱 변호사는 2013년부터 D&A(대륙아주)에서 활동해 온 관세, 대외무역, 외국환거래법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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