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와 접촉은 언제쯤?···보이저 1호, 인공 물체 최초 ‘1광일’ 도달 눈앞
태양계 밖을 비행하는 보이저 1호 상상도. 오는 18일 인류가 만든 물체로는 최초로 ‘1광일’에 도달할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1977년 8월 보이저 1호가 발사를 약 일주일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최종 점검을 받고 있다. NASA 제공
1977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장거리 무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다음 주 대기록을 세운다. 지구와 거리가 ‘1광일’에 도달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빛의 속도(초속 30만㎞)로 달려도 꼬박 하루가 걸려야 보이저 1호에 도착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먼 우주까지 진출한 인공 물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이저 1호 동체에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게 인류가 누구인지 알리는 ‘자기소개서’가 붙어 있다. 1광일 돌파가 인류의 사고 범위를 먼 우주로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사 49년 만에 ‘1광일’
지난주 NASA와 현지 과학계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오는 18일 오전 5시16분 7초(한국시간 18일 오후 7시16분 7초)에 지구와 거리가 1광일, 즉 259억㎞에 이르는 우주의 한 지점을 통과한다.
1광일은 초속 30만㎞인 빛 속도로 꼬박 24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거리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어떤 물체도 지구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적은 없다. 지구와 태양 사이(1억5000만㎞)는 빛의 속도로 8분20초면 도착한다. 1광일에 비하면 지척이다.
덩치는 승합차, 중량은 720㎏인 보이저 1호는 NASA가 1977년 9월5일(현지시간) 발사했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지천명’이 눈앞이다. 현재 비행 속도는 시속 6만㎞, 국제선 여객기 빠르기의 약 70배다.
NASA는 “보이저 1호가 1광일에 이르는 지점을 지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탐사선 내부 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용하고 어두운 우주를 비행하는, 지루해 보이기까지 한 보이저 1호의 일상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1광일 달성은 분명 의미가 있다. 보이저 1호는 보통 우주 탐사선과는 운영 목적이 달라서다. 우주 관측과 함께 태양계 밖 외계 지적 생명체와의 우연한 만남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자신들이 사는 행성 주변을 지나는 보이저 1호를 보고 “어! 이게 뭐지? 포획해 보자”라고 생각할 지구 밖 생명체를 고려해 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생기려면 보이저 1호가 우선 먼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그 발판이 이번 1광일 돌파다.
보이저 1호 동체에 붙어 있는 ‘골든 레코드’. 주로 저장된 기록을 재생하는 방법을 적은 기호로 채워져 있으며, 지구의 위치(좌측 하단 직선들)도 표기됐다. NASA 제공
‘골든 레코드’에 수록된 사진. 인류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았다. NASA 제공
골든 레코드로 ‘인류 소개’
외계 지적 생명체와의 만남을 고려한 보이저 1호의 장비는 바로 ‘골든 레코드’다. 인류가 만든 자기소개서다. 눈에 쉽게 띄는 보이저 1호의 동체 바깥에 부착됐다. 금이 입혀진 구리 재질의 원반이며, 지름은 30㎝다.
골든 레코드에는 인간을 표현할 청각·시각 자료가 수록됐다. 고전과 대중·민속 음악 27곡,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배에서 노를 젓는 장면 등을 담은 사진 115장, 그리고 55개국의 인사말이다. 인사말에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도 있다. 골든 레코드 표면에는 저장된 기록을 재생하는 장치를 만들 방법과 지구의 위치 등이 새겨졌다.
골든 레코드는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 운동가인 칼 세이건 박사가 주도해 만들었다. 과학 부문의 스테디셀러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는 인간과 유사하거나 더 뛰어난 문명을 갖춘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했다. NASA는 “(1광일 달성이) 우주의 광대함과 보이저 1호의 뛰어난 내구성을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4만년 뒤 첫 별 도착
다만 우주의 크기를 고려하면 1광일 달성을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천문학계는 별 사이 거리를 보통 광일이 아니라 ‘광년’으로 표기한다. 1광년은 빛으로 1년 가는 거리인데, 9조4600억㎞에 이른다. 1광일(259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다. 천문학계의 연구 대상이 되는 천체는 수백만 광년 이상 떨어진 것도 흔하다. 보이저 1호가 인류의 메신저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현재 항로를 고려하면 보이저 1호의 첫 외계 천체 도달은 4만년 뒤다. 지구에서 17광년 떨어진 ‘글리제 445’ 근처를 지날 예정이다. 글리제 445 근처에서는 행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행성이 없으면 생명체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보이저 1호와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1호 동체에 실린 우주 관측 장비는 전력 부족으로 2030년대 초중반에는 모두 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인류 메신저로서 보이저 1호의 역할은 이어진다. 골든 레코드 부착 상태를 유지하고, 기록을 보존하는 데는 전기가 필요하지 않아서다.
보이저 1호와 쌍둥이 구조 동체를 지녔지만 비행경로가 다른 보이저 2호는 2035년 사상 2번째로 1광일을 달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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