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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13, 2026

정신질환, 차별은 당연하다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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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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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한글날 연휴에 묻혀 무관심 속에 지나갔지만, 매년 10월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편견을 없애기 위해 지정된 국제기념일이다. 우리나라도 이날부터 2주를 홍보주간으로 정해 인식 개선 캠페인과 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누리집을 둘러보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해소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자고 강조한다. 좋은 말이지만 정신장애 가족으로서 좀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편지’에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형과 그로 인해 취업 실패를 거듭하는 동생이 등장한다. 동생은 괴로워하다 정신적 지주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경우는 다르지만 사회적 낙인이란 문제를 두고 생각을 거듭하던 나로서는 유명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려 뭐라고 할지 몹시 궁금했다. 대답은 허무했다. ‘벗어날 수 없다. 묵묵히 견디며 오랜 시간 노력해 신용을 얻고 평판을 쌓아야 한다.’ 이런, 짜증과 분노가 일어 책을 덮어버렸다. 그런데 화가 가라앉고 나니 계속 그 대목을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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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지 말자고 쉽게 말들 하지만, 어찌 보면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차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딘지 이상하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뭔가’를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은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적 심리요, 행동이다. 본능은 힘이 세다. 말로는 그 불꽃을 꺼뜨릴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뭔지 알고 두려움이 가시면 저절로 가라앉는다. 고백하건대 나는 의사지만 가족의 문제를 겪기 전까지, 아니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정신질환이 뭔지 잘 몰랐다. 의대에서 정신과학을 배웠고, 좋은 성적을 받았고, 병동 실습에서 환자들을 접했는데도 그랬다. 하물며 일반 대중이 어떻게 정신질환을 알겠는가?

알아야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 정신질환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것을 겪는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나면 자연스럽게 연민과 공감이 생겨나고,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한권의 책에서 비로소 그런 지식을 얻었다. 예컨대 이런 구절.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자기 힘으로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증상이나 경험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과 감정이 비논리적이며 수시로 변하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다. 그들은 최소한 우리가 그들의 행동 때문에 공포를 느끼는 것만큼 스스로의 행동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공포나 기피의 대상, 조롱거리가 되는 일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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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혐오하고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면 올바른 지식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출판을 하는 나로서는 여전히 책에 희망을 건다. 복잡한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책만 한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캠페인을 벌이고 행사를 여는 비용의 일부를 좋은 책 만드는 데 쓰면 어떨까?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책을 토대로 공공 유튜브나 각 병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환자와 가족에게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네트워킹을 제공한다. 올바른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정보를 교류하고 마음을 터놓을 기회를 마련해 탄탄한 당사자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것이다. 서로 연결되면 수치심을 이겨내고 사회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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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고를 막아야 한다.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이 사고를 내면 ‘오랜 시간 노력해 얻은 신용’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언론도 보도지침을 마련해 노력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일이다. 자기결정권은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권리든 자기와 타인이 모두 안전할 때에만 주장할 수 있다. 가족이 붕괴하고, 모든 것의 기준이 흔들리는 지금 우리에겐 차별하지 말자는 구호가 아니라 더 많은 지식,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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